■문명의 붕괴/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ㆍ강주헌 옮김

문명 비평서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받은 저자는 과거의 위대한 문명사회가 붕괴해서 몰락한 이유는 무엇이고, 우리는 그들의 운명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묻고 있다.

여기서 붕괴의 개념은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일어난 인구 규모, 정치ㆍ사회ㆍ경제 현상의 급격한 감소를 말한다. 문명 붕괴지역은 단순히 지배계급이 전복되고 교체된 지역이 아닌 지금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는 곳, 또는 서서히 붕괴의 조짐을 보이는 곳이다.

로마제국이나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몰락보다는 마야 문명,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 아시아의 앙코르와트 등처럼 단순한 쇠락이 아니라 완전히 몰락해 버린 사회들을 주로 비교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20세기 들어 붕괴의 조짐이 보이는 곳, 즉 르완다 아이티 중국 호주 등의 상황도 점검하고 있다.

저자는 붕괴의 이유를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관찰한다. 환경파괴, 기후 변화, 이웃 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우방의 협력 감소, 사회 문제에 대한 그 구성원의 위기 대처 능력 저하 등이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국에는 한 사회나 문명이 붕괴하거나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다. 김영사 발행. 2만8,900원

■교양의 즐거움/ 박홍규 외 지음ㆍ월간 신동아 기획

‘문화적 교양인이 되기 위한 20가지 키워드’가 부제인 이 책은 나와 영화, 나와 만화, 나와 건축, 나와 음악, 나와 철학, 나와 무용의 관계를 알게 해 준다. 여기서 교양은 나와 세상을 잇는 다리가 되어준다.

그것은 또한 사람 사이의 다리이기도 해서, 그 다리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이들과 대화는 즐겁고 생산적이다. 이 책의 특징은 서구인의 관점에서 쓴 교양서가 아니라 우리의 관점에서, 우리 전문가의 식견으로, 우리를 위해 쓴 교양서라는 점이다. 이 책은 5개의 장과 20가지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인간의 근원, 학문의 근원’으로, 철학적 관점에서 문화 이데올로기, 현대 사상의 근원, 인간의 존재, 유교 문화의 중요성을 다룬다. 2장 ‘문학, 세계의 반영’은 현대 문학이 어떻게 우리 정신과 문화는 물론이고 사회를 점령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3장 ‘보이는 것 그 너머’는 사진 만화 등 이미지 예술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내막의 역사를 말한다.

4장 ‘들리지 않는 소리까지도’는 소리예술 음악이 인간의 지위와 공동체는 물론 정신마저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5장 ‘영혼으로 만나는 세상’에서는 최고의 예술이라고 일컫는 인간의 몸, 그 몸이 만들어 내는 최상의 예술계를 만난다. 북하우스 발행. 1만2,000원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 박형진 지음

두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산문집을 낸 저자의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가난한 살림살이 탓도 있겠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모조리 읽어버린 한국문학전집 100권이 학교 공부 재미를 시들하게 한 때문이다. 저자의 글이 비지찌개 푹푹 떠넣어 착착 치대 먹는 보리밥 같이 허물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쭈꾸미 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쭈꾸미 회는 뜨겁고 맵고 신 맛이 강해야 제 맛이 난다. 매운 맛이나 신 맛은 음식이 뜨거워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무친 것은 벌써 몇 점 집지 않아서 이마에 땀이 맺힌다. 알이 가득한 대가리는 입 안에 넣고 뜨거워서 씹지를 못하고 얼굴들이 벌겋다.’ 또 전라도 사투리가 많다. 씨부장스러운(마음에 차지 않아서 시들한), 알음짱하고(눈치로 넌지시 알려주고), 약꼽재기(속이 좁고 약아빠진 사람) 등이다. 소나무 발행. 8,800원

■칸의 후예들

13세기 초 몽골의 기마유목민들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제국을 건설했다. 그것은 당대인들에게도 놀라운 사건이어서 제국의 흉기와 팽창 과정에 대해 몽골 중국 이란 러시아 고려 인도 이집트 등 수많은 민족이 각기 자기들의 언어와 문자로 기록을 남겼다.

이 중 정확성과 상세함에서 뛰어난 것이 바로 이 ‘집사’다. 저자는 몽골 지배하의 이란에서 칸의 최측근으로 재상의 직무를 수행하던 중 칸의 칙령과 후원을 받아 집필했다. 그래서 집사는 흔히 최초의 세계사로 불린다. 이 책은 3권의 집사 번역본 중 마지막 권이다. 라시드 앗 딘 지음ㆍ김호동 역주. 사계절 발행. 3만2,000원

■떠도는 혼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티베트 단편소설선집이다. 티베트에서 발아하고, 성장해온 티베트 문학의 진수를 담고 있다. 티베트 작가들은 중국의 지배 아래에서 소멸 위기에 처한 티베트 불교문화를 그리고 있으며, 중국 작가들은 그러한 위기에 놓인 티베트 문화를 서구의 이성주의와 물질주의에 짓밟힌 중국 문화의 정신적 대안으로 그리고 있다. 허버트 바트 엮음ㆍ이문희 옮김. 다른우리 발행. 8,500원

■식도락 여행

역사책이자 요리책이다. 세계사의 주요 장면으로 들어가 당대의 식도락가들이 즐겼던 식탁을 들여다보고 그 식탁의 배경의 배경이 되는 역사를 살피고 있다. 거기서 그치고 않고 그 요리를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볼 수 있도록 오늘날의 재료를 이용한 요리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눈으로 맛보고 혀끝으로 재현해 내는 점이 독특하다. 세계사의 주요 장면들과 함께 읽는 150가지 요리 이야기다. 한스 페터 폰 페슈케 외 지음ㆍ이기숙 옮김. 이마고 발행. 1만8,000원

■삶의 지혜- 명상편

스페인의 철학자로 무수한 명언을 남긴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지혜 중에서 정수라고 할만한 잠언을 토대로 새로운 해석을 붙였다. 잠언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해설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예화들을 곁들였다. ‘삶의 지혜’는 자아편 실천편 명상편 전 3권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책은 세 번째 완결편이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원작ㆍ난샨 지음ㆍ김수영 옮김. 예솜 발행. 9,800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