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낙점…국책사업 주민투표로 결정 첫 사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문제가 마침내 해결됐다. 2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경북 경주시에 건설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다.

경주시는 경북 포항시, 영덕군, 전북 군산시 등 4개 유치신청지역에서 이날 동시 실시된 방폐장 부지선정을 위한 주민투표에서 가장 높은 89.5%의 찬성률을 보여 최종 낙점됐다.

이에 따라 9차례나 부지 선정에 실패하며 19년 동안 표류하던 방폐장 건설사업은 이르면 2007년 착공된다. 주요 국책사업이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폐장 문제는 2003년 부안 사태가 상징적으로 말해주듯, 그 동안 시위와 폭력으로 얼룩졌다. 방폐장 건설의 필요성과 시급성은 대부분 인정했지만, 구체적 장소 선정을 둘러싸고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 의견이 극도로 엇갈렸다.

결국 모두가 깊은 상처를 안게 됐고, 그 중에서도 정부의 태도가 가장 비판을 받기도 했다. 뒤늦게 주민투표제 도입과 막대한 반대급부 제공 등으로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보였고, 막판 시간에 몰리면서 이번에야 겨우 매듭을 짓게 됐다.

투표 결과에 대해 정부는 “범 정부적으로 시스템이 잘 작동한 경우”라며 “투표 결과에 대한 반대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반핵국민행동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함께 투표 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갈등은 완전히 진화하지 않은 것이다. 아직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사진=경주 연합뉴스

이제 방폐장 문제의 교훈은 과연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왜 그렇게 국론은 분열됐고, 극단적인 폭력까지 등장했으며, 그토록 오랜 시간을 끌어야만 했는가 등에 대해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남은 과정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가 있고, 이와 유사한 ‘국가적 대사’도 모두가 웃으면서 치룰 수 있다.

방폐장 부지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에서 전북 군산시 나포면 주민들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큰 사진) 백상승 경주시장(작은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관계자들이 샴페인을 터뜨리며 방폐장 유치를 자축하고 있다.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