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접수하신 순서.”

(2) “서류를 접수하신 후에 밖에서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3) “이달 말까지 접수하시는 분께는 수강료의 10퍼센트를 할인해 드립니다.”

(1), (2)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어떤 병원의 진료실 출입문에, (3)은 강서구에 있는 어떤 학원의 유리창에 붙어 있는 안내문이다.

이들 세 안내문은 한결같이 외부 이용자를 향하여 말하면서도 병원이나 학원의 내부 직원이 할 일을 얘기하고 있다. ‘접수’란 ‘신청이나 신고 따위를 구두(口頭)나 문서, 인터넷 등으로 받는 일’ 또는 ‘돈이나 물건 따위를 받는 일’을 뜻한다. 따라서 위의 (1)은 ‘신청하신’으로, (2)는 ‘내신/제출하신’으로, (3)은 '등록하시는’으로 바꾸어야 내용이 통한다. 이렇듯 ‘접수’를 아무데나 쓰다가는 같은 자리에서 ‘접수’끼리 충돌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된다. 아니, 걱정했던 일이 며칠 전 열렸던 어느 시상식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이번 공모에서 989명이 접수해 주셨습니다. 저희는 이 1,000편에 가까운 작품을 접수하여 심사하였습니다.”

노랫말 만들기 입상자 시상식에서 진행자가 한 말이다. 상반되는 자리에 있는 인물의 행위에 대하여, 그야말로 주객을 바꿔가며 ‘접수’를 사용했다. 시상식 참석자들은 물론 사회자조차 ‘접수’를 제대로 해석하느라고 힘들었을 것이다. ‘989명이 접수해를 ‘989명이 응모해’라고 고쳐 말했더라면 의사소통이 더 쉽게 되었을 것이다.


김희진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