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세대의 천연 샴프 린스였대요"

오미자면 오미자지 남오미자는 또 무엇인가. 그렇지만 남오미자란 식물이 있다. 왜 남오미자일까. 오미자 중에 숫나무인가. 아니다. 남쪽에 자라는 오미자집안의 한 종류다.

얼마 전 남쪽으로 조사를 나갔다가 오랜만에 만난 남오미자 군락이 반가워 소개하고 싶어졌다. 다른 이들도 조금은 따뜻한 남쪽 의 산이나 들을 거닐다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이 열매를 만나면 분명 궁금해질 것이 틀림없을 것 같다.

잎도 그렇지만 오미자와 비슷한 열매가 오미자처럼 길쭉하지 않고(오미자는 열매 한 알은 둥글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길쭉하게 모여 달린다) 구슬처럼 동그랗게 모여 달리는 것을 보고 신기해 했다면 그것이 바로 남오미자다.

제주도엔 흑오미자도 있다. 물론 짐작하셨겠지만, 열매의 색깔이 검다. 게다가 이 흑오미자는 자르면 향긋한 솔잎냄새가 난다.

오미자는 말 그대로 다섯 가지 맛을 가진 열매라는 뜻의 한자 이름이다. 한자 이름에서는 대개 열매 또는 종자를 뜻할 때 아들 자(子)를 붙이곤 한다.

예를 들면 구골나무의 열매는 구골자, 벽오동의 열매는 오동자, 산사나무의 열매는 산사자가 된다. 그런데 자식 즉 열매가 바로 부모의 이름이 되는 나무들이 있는데 오미자가 그러하다.

이밖에도 구기자나무, 사상자, 복분자딸기, 유자 등 아주 많다. 대개는 열매를 약으로 쓰는 나무들에게 이러한 경우가 많다.

남오미자는 주로 남쪽 산기슭 양지쪽에서 덩굴로 길게 자란다. 경우에 따라서는 돌산처럼 햇볕이 잘 드는 전석지에 10m정도를 덮으며 무리지어 자라기도 하지만, 대개 길이 3m정도 될까 하는 높이로 심드렁하니 줄기를 뻗는다.

잎은 어긋나는데 오미자보다는 보가 넓은 달걀 모양이고, 특히 가장자리엔 드문드문 톱니가 나서 오미자의 잎과는 확실하게 구분이 된다.

꽃은 봄부터 여름이 한창인 8월까지 황백색으로 다소 곳이 고개 숙여 핀다. 향기로운 꽃송이들은 꽃잎이 6장에서 9장까지 달려 마치 작은 종처럼 고운 모습이지만, 무성한 잎새에 가려 잘 나타나지는 않는다.

꽃의 특징이 일정치 않아 암술이 다 있거나 또는 일부가 퇴화한 단성의 꽃이 달리기도 한다. 꽃의 지름은 2㎝ 정도다.

오미자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용도가 있지만, 남오미자는 유명한 쓰임새가 머리 결을 좋게 하고 비듬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샴푸나 린스가 없던 시절엔 이 나무의 껍질을 삶아서 그 물에 머리를 감아 머리 결을 가꾸었다.

며칠 전 연배도 한참 높으시고 사회적으로도 명성을 얻으신 어른 몇 분과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의 말씀에서 인상에 남는 것은 나이를 먹으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자신이 가장 옳다고 주장하고 고집을 세우는 일이라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점점 자연이 좋아진다고 했다. 고집을 부리지도 않고, 언제나 나를 싫다 않고 반겨주기 때문이란다. 남쪽 바닷가 돌산자락에서 오랜만에 남오미자를 만나고 보니, 정말 자연은 언제나 한결같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싶어 가슴 끝이 찡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혹 지금 내가 불필요하게 품고있는 고집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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