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콩 원산지서 메주 만들어요

지난 11월 말 임진각 광장에서 열린 제9회 파주장단콩축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 추세를 반영이라도 하듯 많은 관람객으로 붐볐다.

질 좋은 백태(메주콩), 서리태는 물론 햅쌀, 현미, 삼겹살, 한우 등 파주 농축산물을 한자리에서 맛도 보고 알뜰한 값에 구입도 할 수 있었다.

꼬마메주 만들기, 도리깨 콩타작, 두부 만들기, 콩떡 만들기, 순두부 체험, 감자ㆍ고구마 구워먹기 등 체험행사도 푸짐해 축제장은 무척 흥겨웠다.

축제장을 둘러본 다음 장단콩을 이용한 슬로푸드를 체험할 수 있는 장단콩마을을 찾았다. 패스트푸드에 비해 시간은 훨씬 더 많이 들지만 그만큼 우리 몸에 더 좋은 슬로푸드.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기회였다.

천천히, 그렇지만 제대로

우리가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하는 된장, 고추장, 간장. 이런 장류의 주된 재료인 콩은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특히 장단 지역은 예로부터 질 좋은 콩을 재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임금님께 진상할 정도였다.

우리 조상들은 씨앗을 뿌려 수확할 때까지 자식 돌보듯 정성을 들였고, 또 그렇게 거둬들인 것으로 우리 몸에 좋은 먹거리를 만들었다.

된장을 만들려면 최소한 1년은 필요하다. 좋은 콩을 골라 깨끗이 씻어 하루 정도 물에 불렸다가 타거나 눌지 않도록 잘 삶아 으깨 메주를 만든다.

곰팡이가 적당히 슬도록 여러 날 정성스레 간수해 겨우내 메주를 띄워 다음해 2월이나 3월 경 길일을 택해 장을 담는다. 된장 맛을 내려면 몇 달간 숙성ㆍ발효시켜야 한다. 깊은 맛을 원한다면 숙성 기간을 1년 이상 잡아야 한다.

이렇듯 시간을 들여야만 맛이 깊어지는 게 어디 된장뿐이겠는가. 잘 익은 과일이나 농작물의 풍성함, 묵은 김치의 곰삭은 맛, 오래 끓여 진하게 우러난 육수 등 그 가치는 입과 몸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빠른 것이 경쟁력이 되는 패스트푸드 시대이긴 하지만 천천히, 제대로 된 맛을 내는 슬로푸드의 의미는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직접 장 담는 전통 체험

장단콩마을은 지난 2004년 슬로푸드 마을로 지정됐다. 슬로푸드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장 담그기가 이 마을의 주된 체험이기 때문.

마을에서 메주 만들기, 장 담그기, 두부 만들기, 인절미 만들기 등을 직접 해 볼 수 있다.

도리깨 만들기와 콩타작, 천연염색, 맷돌체험, 나뭇잎 탁본 등 다양한 문화체험도 가능하다. 특히 도리깨나 천연염색은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농기계가 없던 옛날 나무 막대기 두세 개를 연결해 만든 도리깨는 콩이나 팥 같은 농작물을 타작할 때 긴요하게 쓰던 물건이다.

잘 말린 콩단을 마당에 늘어놓고 도리깨질을 하면 꼬투리에서 콩알만 쏙 빠져 나온다. 체험을 위해 마을을 찾은 아이들에게는 도리깨의 생김새도 신기하고, 도리깨질도 마냥 재미있다.

우리 주변의 자연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천연재료를 이용해 옷감에 물을 들이는 천연염색 또한 선조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체험이다.

재료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고, 곰팡이가 피거나 벌레를 막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독특하게 콩 꼬투리를 이용해 천연염색을 시도한다. 은은한 빛깔과 피부에 좋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일석이조다.

안보ㆍ생태 여행 즐겨

장단콩마을은 민통선 안에 자리해 있다. 때문에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체험 신청을 할 경우 마을에서 미리 방문 예약을 해 주므로 신분증만 준비해 가면 통일대교 앞 검문소에서 출입증을 받을 수 있다.

민통선 안에 자리한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들어가는 길에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받아야 하는 것 외에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마을 전경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굳이 다른 것이 있다면 도라산역이나 도라전망대, 제3땅굴 같은 안보관광지가 가까이에 있다는 점. 체험을 즐긴 다음 시간이 넉넉하다면 이곳들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요즘 같은 계절엔 철새 탐조하기에 제격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이나 작은 저수지, 임진강에 철새들이 날아든다. 특히 해질녘이 가까운 시간이면 둥지로 돌아가는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장단콩마을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러볼 만한 곳도 많다. 임진각 관광지와 황희정승 유적지, 반구정, 통일동산, 문화예술마을 헤이리 등은 자유로 바로 근처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체험정보

*장단콩마을 : 민통선 안에 마을이 위치해 있으므로 미리 예약을 한 다음 방문 가능. 두부 만들기 5,000원, 전통 장 담그기 1만원, 인절미 만들기 6,000원, 천연염색 3,000원, 짚풀 공예 3,500원, 연 만들기 4,500원, 썰매 만들기 5,000원. 이밖에 다양한 음식 및 전통체험 가능. 콩을 비롯한 농산물과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을 구입할 수도 있다. 1말(7㎏)에 백태(메주용) 3만5,000원, 서리태 7만원, 메주 8만원. 된장 1㎏ 1만2,000원, 고추장 1㎏ 1만5,000원. 031-953-7600~1

*찾아가기 : 자유로를 따라 달리다가 임진각을 지나 문산IC로 나간다. 통일대교 입구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증을 받아 통일대교를 건너가면 왼쪽 첫번째 마을이 장단콩마을이다. 임진각 관광지 내에 자유의 다리, 철마는 달리고 싶다, 증기기관차 등이 모여 있다. 반구정은 당동IC로 나간 뒤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된다.




글ㆍ사진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