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대학입시 수학능력 시험은 끝났지만, 또 하나의 관문이 남았다. 어느 대학, 무슨 학과를 선택해야 되느냐는 것이다.

적성이나 장래성, 실력 보다는 당장 눈앞의 점수가 더 중요하다. 실질적으로 합격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우리의 경우는 정도가 더 심하다.

일종의 ‘대학, 학과 찍기’다. “몇 점을 받으면 어디를 가야 한다”는 식으로 서열이 사실상 정해져 버린다. 점수 이외의 요소들은 말로만 중요하다고 하지 현실에서는 별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그러니 학생은 물론이고 가족들이 총동원되어 정보를 수집한다. 입시관련 학원이나 기관에서 주최하는 입시설명회는 이들로 항상 만원이다.

또 한 차례 전쟁을 벌여야 한다. 이런 현상을 견디어내지 못하면 대학을 포기하든지, 이 땅을 떠나야 한다.

이런 것들이 국내 대학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점수를 최우선으로 해 선택한 대학과 전공에 무슨 흥미를 느끼겠는가.

이 같은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답답하기만 하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한 ‘2006년도 입시설명회’를 찾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하나라도 정보를 더 얻으려는 듯 열심히 자료를 보면서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