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건강을 해친 건강기기가 언론에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각탕기가 바로 그 건강기기였다. 각탕기의 온도조절에 문제가 있어 섭씨 50도가 넘는 물에 발을 오래 방치한 결과 이용자들이 화상을 입었다는 것.

건강을 위해 구입한 물건이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역작용을 한 셈이다.

이 칼럼에서 각탕과 반신욕을 비교하며 ‘건강에 이롭다’는 주장을 했던 만큼 양심의 가책을 느껴 다시 한 번 그 내용을 읽어 봤다.

다행스럽게도 “40도가 넘지 않는 따끈한 물을 붓고 편하게 발을 담그고 있으면 됩니다”라고 설명해 놓은 구절이 있었다.

이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전에 냉온욕을 하면서 건강에 문제를 느낀 경험도 있다. 냉온욕에 적당한 온도는 40도와 20도 정도.

하지만 대중탕의 냉탕은 20도를 훨씬 못 미치는 10도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하면 4도까지 내려가는 목욕탕도 있었다.

적합한 온도의 냉탕을 찾지 못해서 무리하게 10도 정도의 냉탕과 40도 정도의 온탕을 오가는 냉온욕을 하다가 심한 감기에 걸려 냉온욕을 중단했었다.

이 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을 생각했다. 건강증진을 위해선 온탕은 40도를 넘어서는 것이 그다지 좋을 일이 없고, 냉탕의 온도는 20도 이하로 내려가선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지나침은 부족함과 같다’는 과유불급이란 말이 이젠 지나친 것보단 부족한 것이 이롭다는 말로 확대 해석되기도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좋은 걸 지나치게 많이 해서 문제가 되는 상황을 많이 본다. 몸에 좋은 운동이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의 운동은 자칫 득보단 실이 많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온도가 내려가면 혈관이 수축되어 사지로 혈액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혈액공급이 부족하면 경직된 근육이 풀어지고 관절의 운동이 부드러워 질 때까지의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근육과 관절이 충분히 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부상의 위험이 커지게 마련이다. 겨울엔 준비운동 시간을 충분이 늘리고 운동의 강도도 약화시켜야 하는 이유다.

실내운동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준비운동 시간을 늘려서 나쁠 이유는 없다.

나이 드신 분들이 겨울운동을 할 때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온도가 많이 내려가는 날에는 운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날씨가 따뜻해도 새벽운동 보다는 10시 이후의 운동이 바람직하다.

나이가 들면 혈관의 탄력이 감소하므로 추운 날씨로 인한 혈관수축과 운동으로 인한 혈액공급량의 증가란 두 가지 악재가 겹치면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운동으로 건강을 해치는 정도가 아니라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마라톤을 하다가 사망했다는 보도를 가끔 접한다.

프로급 선수들이 참여하는 본격적인 마라톤 대회에선 거의 없는 일이지만 아마추어들이 참가하는 대회에서 일 년에 몇 번씩 벌어지는 일이다.

그 이유가 뭘까. 운동이 지나쳐서 생겨나는 일이다. 마라톤 경력이 짧으면서도 욕심을 내서 달리는 경우도 있고, 전 날의 과로나 음주 등으로 몸의 컨디션이 악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다 변을 당한다.

자기의 신체능력을 넘어서는 운동보다는 약간은 모자라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내 선배님들 중에는 테니스를 치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있다. 한 분은 60대 초반의 한의사셨다. 젊을 때부터 운동을 해왔고 지역테니스회의 고문으로 있을 정도로 테니스를 즐기던 분이 친구들과 게임을 마치고 나서 쉬다가 돌아가셨다.

사인은 심장마비. 한의사셨던 만큼 건강관리도 잘 해왔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왔던 터라 그 분의 사망은 주변사람들에게 충격이었다.

또 다른 분도 테니스를 치고 난 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그것도 50대 중반의 나이에. 존경했던 선배였고, 아직은 왕성한 활동을 할 나이여서 주변의 안타까움은 컸다.

상가에서 들은 이야기론 한의사선배님은 나이에 비해 운동강도가 강했던 것 같고, 50대 중반의 선배님은 스트레스와 전 날의 과음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중의 하나는 건강식품이다. 겨울철에 추위를 이기는 좋은 차로 인삼차나 계피차, 생강차 등이 있다.

인삼은 정기 즉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소화기도 강화시키는 좋은 약재다. 약의 성질도 따뜻해서 겨울철 감기예방에는 아주 좋은 약이다.

그래서 인삼차를 겨울의 차로 한의사들이 추천하는 것이다. 계피차도 성품이 따뜻하고 매워서 겨울의 차로는 제격이고, 생강차도 위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이고 몸을 덥혀 줄 수 있어 겨울의 음용차로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차를 마실 때에도 전문가들과 상의하지 않는다면 장기복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특별한 병증도 없고 자기 몸에 맞는지도 확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가지 약재만 과도하게 복용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세 가지 차를 바꿔가며 골고루 마시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건강법이 드물지만 ‘모든 일이 정도를 지나치면 오히려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은 언제나 믿어도 될 말이다.


황&리한의원 원장 sunspa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