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즐기는 특별한 퓨전요리

전부인의 요리 실력이 얼마나 뛰어났길래, 이별 후에도 그녀의 요리를 그리워하는 걸까. 서울 무교동 파이낸스 센터 지하, 문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레스토랑이 하나 있다.

My x-Wife's Secret Recipe(전 부인의 요리 비법). 이름이 길기도 하거니와, 이런 상호를 대외적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이슈가 될 법도 한데, 세상이 많이 관대해진 걸까.

심각하기 보다는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오히려, 어떤 사연으로 이런 식당을 내게 된 걸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전부인의 요리 비법이라고 해서 개인의 사생활을 파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 그냥 단지, 우리가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듯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일 뿐이라는 데 의미를 둬 달라는 것이 이곳 매니저의 설명이다.

My x-Wife's Secret Recipe는 퓨전 레스토랑이다. 간혹 ‘퓨전’과 ‘몰개성’을 혼동하는 시각이 있지만 ‘퓨전도 퓨전 나름’ 혹은 ‘퓨전마저도 특별할 수 있는’ 곳이 바로 My x-Wife's Secret Recipe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아늑한 분위기 덕에 데이트나 접대를 하기 좋다. 또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파티 플레이트(party plate) 메뉴를 따로 선보이고 있어 소모임에도 잘 어울린다. 점심과 저녁은 메뉴판을 따로 만들어 구분하고 있다.

점심메뉴로, 원하는 재료를 선택할 수 있는 DIY버거를 비롯해 해산물 리조또, 태국식 볶음밥 등 단품을 중심으로 선보이며 오늘의 수프와 파스타, 샐러드, 디저트까지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세트 메뉴도 있다.

저녁 메뉴는 좀 더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버섯과 해산물이 들어간 씨푸드 크림 누들과 해산물과 토마토소스를 기본으로 한 스파게티 마레, 연한 커리향이 미각을 자극하는 커리 파스타가 대표 메뉴.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맛과 모양 모두 기본에 충실하되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미된 점이 재미있다.

대하를 얇게 다진 감자에 말아 튀긴 ‘산타바바라’는 마늘 볶음면에 올려져 나와 푸짐하기도 하고 감자와 어우러진 대하 맛이 훨씬 고소하다.

홍합찜은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파티 플레이트의 대표 메뉴. 와인과 마늘, 바질, 그리고 청양고추를 넣고 살짝 볶아 깔끔하다. 애피타이저나 와인 안주 모두에 잘 어울린다.

연인끼리 기분을 내고 싶다면 세트 메뉴를 권한다. 매일 메뉴가 달라지는 하우스 디너(2만5,000원)를 기본으로 커플세트(2만9,000원), x-wife's special 세트(4만9,000원)가 있다.

주차는 2시간까지 가능하며, 특히 주말(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2,000원으로 주차가 가능해 청계천 나들이를 겸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DATA

메뉴 : 씨푸드 크림 누들 1만7,000원, 스파게티 마레 1만8,000원, 커리 파스타 1만8,000원, 런치세트(A) 1만9,000원 DIY버거 세트 1만2,000원, 태국식 볶음밥 1만원, 홍합찜 1만8,000원, 닭다리살과 야채볶음 2만5,000원, 디너커플세트 2만9,000원, 하우스디너세트 2만5,000원. 세금 10%별도.

영업시간 : 오전 11시30분~3시까지, 오후 5시30분~10시. 연중무휴.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1ㆍ2호선 시청역 4번 출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 1층에 위치. 02-777-0927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