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이 가져올 미래의 빛과 그림자

기술 의학 윤리/ 한스 요나스 지음ㆍ이유택 옮김/ 솔 발행/ 2만3,000원

최근 국민적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줄기 세포 연구에서 생명 윤리문제는 어떻게 봐야 하나.

더 나아가 인간 복제에 대해서는 어떤가. 장기 이식 및 장기 은행, 뇌사, 인체 실험 등은 윤리적 문제가 없는가.

1997년 최초의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이후 인간의 배아복제 기술은 급속히 발전했다. 2004년 2월에는 체세포와 난자로 인간의 줄기세포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난치병 치료에 희망을 제시한 생명공학의 성과는 인간의 기술이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가 과연 밝고 환하기만 할 것인가.

생명공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명에 대한 인간의 가치관 변화를 우려하는 의견이 제시됐고, 각 국가에서는 그에 대한 윤리적 실천의 하나로 1964년 ‘헬싱키 선언’을 발표하고 연구의 윤리성을 심의하는 기관을 두는 등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 속도와 그것이 가져올 풍요로움과 혜택에 대한 기대에 비해 그것이 드리울 그림자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생태철학자인 저자는 이제는 기술의 발전이 분명한 것처럼 우리의 미래에 닥칠 수많은 변화에 대해 직시하고 윤리적 도덕적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강조한다. 기술 발전과 윤리의 조화에 대해 기술은 인간이 행하는 권력이므로 윤리학적 반성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현대의 기술은 과거의 윤리학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윤리적 사고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첫째, 과거의 윤리학이 행위의 의도와 목적을 기준으로 선악을 판단했던 것과는 달리 현대 기술은 선한 의도에서 시작하였음에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현대 기술은 적용의 강제성을 갖는다. 기술은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열리고 구체화하면 적용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마침내 지속적인 욕구로 자리잡게 된다. 셋째, 현대 기술의 결과는 장기간에 걸쳐 예측 불가능한 깊이와 넓이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대 기술과 그 작품은 지구 전역을 뒤덮고 있으며 그 누적된 결과는 미래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자는 현대 기술이 갖는 긍정적 측면을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강력한 권력을 인간에게 안겨준 기술에 대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이 갖는 권력을 통제할 능력과 책임감이다. 그래서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미래 윤리의 첫 번째는 미래에 대한 앞선 지식의 범위를 넘어서 가려는 권력을 따라잡고, 그 권력이 지향하는 근접 목표를 미래에 나타날 결과의 관점에서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두려움이다. 현대 기술의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생각할 때 새로움을 향한 지나친 용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위험 앞에서 두려움을 가지고 한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인류와도 관계가 있다. 세 번째는 겸손함이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지식은 두려움을 낳고, 이 두려움은 겸손한 태도를 가져오며, 이 겸손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소비 습관, 즉 네 번째인 검소함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겸손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에서 미래에 대한 책임 윤리라는 측면과 관련된 것이다. 다섯 째는 절제다. 개인 탐욕의 억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분야에서 한계를 설정하고, 그렇게 설정된 한계를 지킬 줄 아는 것을 말한다.

연말 정신없이 바쁜 때 이런 난해한 문제에 머리를 쓸 여유가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하는 일이 과연 진정으로 그렇게 될 수 있을지 한번 철학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책임 원칙의 실천’이 부제다.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