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먹지말고 '아~'하세요"

수술용 칼과 드릴로 생살을 째고 도려내면서 잇몸병 등 각종 치과질환을 치료하는 치과의사들은 흔히 ‘폭풍우 속에서 일한다’는 자조감 섞인 표현으로 자신들의 열악한 치료 환경을 묘사한다.

입 속은 좁고 어두컴컴한 데다가 환자들의 피와 침으로 범벅이 돼 있어 신경을 곤두세운 채 눈을 부릅뜨고 쳐다봐도 시술부위가 잘 보이지 않기 일쑤이기 때문에 치과 시술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환자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다. 몸에 칼을 대는 외과적 방법을 쓰는 잇몸병 치료나 임플란트(인공치아 이식술) 시술을 받고 나면 금새 입 안이 퉁퉁 부어오르는 것은 물론 극심한 통증이 찾아와 ‘차라리 죽고싶은 심정’이 된다.

피부과나 안과에서 주로 쓰이던 레이저 장비가 치과치료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이런 불편함과 고통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치과치료에 활발하게 도입 중인 레이저기는 ‘물방울 레이저’란 것으로, 시술 시 통증 발생이 없는 무통증ㆍ무마취 장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의학이나 의료분야에서 ‘최초’라거나 ‘최신’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운 제품이나 기술을 맹신하거나 과신할 필요는 없다.

거꾸로 읽으면 그만큼 검증이 안 된 것이라는 뜻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방울 레이저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치과의사 중 한 사람인 물방울치과(경기 부평 소재) 김영조 원장(42)은 “환자들이 수술대에서 환한 표정으로 일어선다”는 한마디 말로 이런 우려를 일축한다.

“예전에는 수술이 끝나 얼굴을 뒤덮은 초록색 수술 가운을 걷어내면 환자들이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거든요.”

물방울레이저의 작동 원리는 장비의 가느다란 구멍에서 분사되는 물방울 위에다가 2,780㎚의 장파장 레이저를 쪼이는 방식으로, 물이 레이저의 열을 식혀주어 화상을 입지 않도록 막는 한편 레이저를 맞은 물이 미세한 폭발을 일으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피부를 절개하거나 충치를 깎거나 또는 잇몸뼈에 구멍을 내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공식 치료장비로, 미국에는 현재 6,000여대가 보급되어 사용되고 있는 대중적인 치료수단이다.

환부 빨리 아물고 살균효과도 뛰어나

김영조 원장

김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물방울레이저를 사용하면 통증 발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치료 효과가 기존 방법보다 훨씬 좋다. 칼로 인위적인 상처를 내는 방식이 아니어서 환부가 빨리 아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잇몸을 칼로 째는 임플란트 시술을 하면 상처 부위를 꿰맨 뒤 실밥을 다시 뽑는 데는 열흘 정도가 지나야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5~6일이면 됩니다.”

강력한 레이저 에너지를 이용하는 물방울레이저의 또 다른 이점은 살균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수백만원의 거금을 들여 임플란트 시술을 하더라도 나중에 염증이 생겨나면 이식한 치아를 뽑거나 재시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 물방울레이저로 시술을 하면 장비의 살균효과에 따라 염증 발생이 줄어들어 이런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출혈이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치료 부위가 피로 얼룩이 져 의사들의 시야를 가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시술이 더 정확하고 결과가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좋은 장비라도 그것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는 시술자의 능력에 달린 경우가 많다. 물방울레이저도 그런 경우라고 김 원장은 시술 경험과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물방울레이저의 사용법과 치료원리를 제대로 깨치는 데 지난 2년간을 꼬박 매달린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란다. “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심도있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물이나 공기 양, 또는 레이저를 발사하는 위치 등의 미세한 차이가 커다란 차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충치가 갑자기 늘어난 시기는 사탕수수의 등장과 때를 같이 한다”는 김 원장은 “최근 들어 치과질환이 늘어나는 이유는 서구식 음식 탓이 크다”고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전에 초ㆍ중ㆍ고 구강검진을 가봤더니, 초등학교 학생 중 충치가 없는 아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어금니가 하나도 없는 여고생도 봤습니다. 눈물이 핑 돌더군요.”

물에 푹 빠진 의사

물방울레이저를 먼저 도입하고 이를 널리 퍼뜨린 물방울치과 김영조 원장은 ‘물에 미친 의사’다.

물방울레이저의 사용법과 치료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느라 국내외를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는 한편 관련서적을 닥치는 대로 탐독하다 보니 자연스레 굳어진 이미지다.

그가 지난해 외국출장을 다녀온 횟수가 여섯 번, ‘물’이나 ‘파동’ 등 섭렵한 관련 서적이 수십 권을 헤아린다. 물에 대한 학문적 조예가 깊은 교수를 병원으로 초청해 토론도 벌였고, 파동발생 장치란 것을 구입해 직접 실험까지 해봤다.

물방울레이저는 시술 기술과 경험이 특히 중요한데, 정작 이것을 다루는 치과의사 들이 장비에 대해 너무 무지한 실정이라고 탄식을 하는 그는 물의 분자구조를 정확히 아는 치과의사도 거의 없을 정도라고 탄식을 한다.

물과 레이저의 두 가지가 잘 어우러진 물방울레이저는 동양철학의 음양이론을 닮았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물에 푹 빠져 사는 그는 치아질환의 예방책을 묻자 말 없이 책 한 권을 서가에서 꺼내 들었다.

“과자회사에 근무하던 직원이 자신의 경험을 쓴 책입니다. 아이들에게 가공식품을 주는 것은 독약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치아는 그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입 안을 한 번 들여다봐도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부자인지 가난한지 등 살아온 과거를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