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질'의 설렘이 있는 추억의 양식

그러니까 큰언니의 중학교 졸업식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졸업식보다 오늘은 뭘 먹게 될까에 더 관심이 쏠렸던 것 같다. 며칠 전부터 칼질 노래를 해오던 터라 그 무렵 집안 어딘가에 있던 책에서 양식 매너를 유심히 봐두기도 했다.

수프를 먹을 때 숟가락의 방향은 어떻게 할 지, 식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표시는 어떻게 하는지, 또 빵을 먹을지 아니면 밥을 먹을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은근 복잡했었다.

재잘거리며 말로만 듣던 경양식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나비넥타이를 멘 오빠가 물을 주고 주문을 받는 모습이 여느 식당과는 꽤 달랐다.

메뉴를 보고 엄마는 비후까스와 돈까스, 함박스테이크를 골고루 섞어 주문을 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칼질을 해본 순간이었다.

그러던 것이 피자나 스파게티와 같은 새로운 음식에 밀려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고, 어느덧 추억의 음식이 되어버렸다.

요즘엔 일본식 돈까스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지만 특히, 오리지널 함박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갈아 적당히 섞어 모양을 빚어 기름에 구워낸 뒤 달콤한 소스를 뿌려내는 게 일반적인 함박스테이크다.

육질이 부드러운데다 영양가도 높아 어린이와 노인들에게 특히 권할만한 음식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그 어원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뒤 일본식 발음으로 함박스테이크가 된 것이 그 역사다. 조금은 생뚱맞지만, 어쨌거나 함박스테이크로 불러야만 제 맛이 날 것 같다.

숙대입구에 자리한 스테키팬은 추억의 함박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추억 속의 그것과 비교하면 분위기는 좀더 산뜻하되 메뉴는 훨씬 업그레이드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옛날 계란후라이가 먹음직스럽게 올려져 나오는 ‘올드 클래식’은 기본이고, 소스와 토핑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틀리다.

이른바 DIY함박스테이크. 고기 역시 농협을 통해 독점으로 납품 받고 있어 믿을 만하다. 스테키팬의 특별한 레시피로 만들어진 페티를 매일 일정량 공급받고 있는 것.

또한 함박스테이크의 열량을 꽤 높은 것으로 생각들 하지만 1인분(150g 기준)의 열량이 300㎉ 남짓으로 라면 1개의 열량인 5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양식이자 다이어트식이라고.

그레이비 소스가 곁들여지는 오리지널과 부드러운 화이트소스가 일품인 미네스트롱,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멕시칸 핫칠리와 페퍼&갈릭 등이 있다.

소스와 토핑을 달리하면 메뉴 종류는 1백여 가지로 늘어날 수도 있다. 토핑으로 마늘튀김, 김치볶음, 치즈스틱, 가쯔오부시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양 역시 싱글 사이즈는 150g 기준으로, 여성들에게 적합하고, 더블 사이즈는 300g을 제공한다. 대식가를 위한 점보 사이즈(450g)도 있다.

밥과 빵, 수프가 기본으로 제공되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저렴하게 호사를 누려볼 수 있는 곳이다.

메뉴 : 함부르크 오리지널 5,000원(S), 레몬 소유 5,000원(S), 멕시칸 핫칠리 6,000원(S), 미네스트롱 7,000원(S), 올드클래식 6,000원, 페퍼&갈릭 6,000원(S), 더블 사이즈의 경우 2,000~3,000원 추가. 토핑은 1,000~3,000원 선. 샐러드 2,000~3,000원.

찾아가는 길 : 숙대 후문 조흥은행 부근. 다우 캘리포니아롤 바로 맞은 편.

영업시간 : 오전 11시부터 밤 10시. 02-713-7301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