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31일, 인천과 경기 남부지역 등을 방송권역으로 하던 경인방송이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추천을 받지 못해서 방송이 중단된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방송위원회는 경인방송이 자본잠식 상태로 인한 재무구조 부실로 방송프로그램 제작과 설비 투자 등이 원활히 진행될 수 없어 시청자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고 방송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재허가 추천을 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인방송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등 방송철학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대주주의 전횡과 무능으로 경영의 위기가 발생했다.
물론 경인방송 위기의 원인으로 노사갈등을 꼽기도 하지만, 노사갈등도 대주주의 전횡과 무능에서 기인하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경인방송의 협소한 방송서비스 권역으로는 경영의 위기에 봉착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방송위원회는 2005년 12월부터 경인지역 지상파 사업자 선정 과정에 돌입했다. 방송위원회의 사업자 공모에는 모두 5개 컨소시엄이 참여하였고 전문가로 구성될 심사위원회가 내년 1월중에 사업자를 선정하게 될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심사과정에 돌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외압 논란과 소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고 그 가운데는 철저한 규명을 필요로 하는 사안도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이렇게 방송위원회가 경인지역의 지상파(민방) 사업자 선정을 추진하게 된 것은 경인방송 노조(현재는 희망조합)의 헌신적인 노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경인방송 노조는 대주주의 전횡과 무능에 맞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공익적 민영방송’ 모델을 실현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한 바 있다.
경인방송의 소유구조를 개편해서 공익재단이 주식의 30%를 소유해 지배주주가 되는 ‘공익적 민영방송’ 모델을 추진하고자 했다. 이 ‘공익적 민영방송’ 모델은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요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경인방송 노조의 ‘공익적 민영방송’ 모델이 강원방송과 SBS 개혁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공익적 민영방송’ 모델의 일부가 두 지역 민방(SBS도 서울 경기권역 지역민방임)에서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인방송이 문을 닫은 뒤, 경인방송 노조는 희망조합으로 이름을 바꾸고 경인지역 민영방송의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요구해 왔고 그 결실이 이제야 맺어진 것이다.
그런데 경인지역 지상파 사업자의 방송권역이 경기 북부까지 확대되어 사업전망이 좋아지자 방송철학에 대해 이해보다는 자금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컨소시엄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방송의 공공성(공익성) 등 방송의 철학의 실현을 위해 지난 1년간 고난의 세월을 보냈던 경인방송 노조의 헌신적인 노력이 의미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방송위원회는 경인지역 지상파 사업자 선정과정이 또 다시 경인방송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방송의 공공성(공익성)과 지역 정체성, 시청자 복지 구현 등의 방송 철학과 이념을 이해하고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방송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직장을 잃고도 ‘건강한 민영방송 만들기’에 헌신해온 희망조합의 의지와 실천이 잊혀 지지 않길 바란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yong1996@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