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 푸르고 건강한 잎새

아이비(Ivy)라고 하면 아는 이가 많다. 집집마다 화분 한 두개쯤은 가지고 있을 아이비.

분에 담아 매달아 두면 사시사철 푸른 삼각진 잎이 덩굴에 늘어져 보기 좋을 뿐 아니라 그리 특별한 관리 없이도 잘 자라고, 줄기가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려 다시 새로운 개체로 불어나 나누어주기도 좋다.

더욱이 문밖이 차가운 이런 매서운 겨울 날에는 집안에 푸르름을 안겨주니 기분 좋은 존재다. 그런데 송악이라고 하면 모르는 이가 훨씬 많을 터이다.

송악이란 바로 국내에 자라는 우리나라 아이비인데도 말이다. 아이비란 송악집안에 속한 많은 식물들을 통틀어 부르는 서양이름의 하나다.

송악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덩굴이며 상록성이며 넓은 잎을 가진 나무다. 주로 남쪽에 분포하지만 바다를 통해서는 인천 앞바다와 울릉도까지도 올라온다.

여름에 덩굴성이며 상록인 조경소재가 많지 않아서 중부지방에서도 어떻게 겨울을 나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하는 이들이 많은데 서울이나 수원같은 곳에서도 몇 년씩 실외에서 잘 자라다가도 어느 해, 겨울이 몹시 추운 날이면 줄기 끝이 얼어 죽어 다시 나고 하여, 아직은 추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남쪽으로 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반질반질 윤기나는 잎들이 겨우내 아름답다. 잎의 모양은 둥근 삼각형이 기본인데 오래 묵은 나뭇가지에서는 타원형의 잎들도 달리는 등 변이가 많다.

게다가 꽃은 작은 꽃들이 공처럼 둥글게 모여 달리는데 겨울을 코앞에 둔 늦가을에 피고, 이내 꽃들은 콩알만한 둥근 열매로 익어 다시 작은 공처럼 둥글고 까맣게 겨우내 익어간다.

앞에서 말한 영어이름 말고 담장나무란 별명도 있다. 특히 바닷가 돌담 같은 곳에 송악을 심어 담장을 타고 자라도록 올리면 담장과 잘 어울어져 강한 바닷바람에도 끄떡없어 좋다고 한다.

남쪽 지방에서는 소가 잘 먹는다고 소밥나무라고도 한다. 겨울에 푸른 잎이 많은 남쪽이어도 높은 키로 자라지 않고 지면을 타고 퍼지거나 가까운 곳에 부착하여 올라가는 송악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존재일 듯 싶다.

북한에서는 큰이담장나무, 소왁 등 이러저러한 이름들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한방에서는 상춘등(常春藤)이라 하여 고혈압 완화나 지혈작용 등이 있다 하고, 좀 더 쓰임새를 생각해보면, 잎도 열매도 보기 좋고 다루기 좋으니 분에도 심고, 담장에도 올린다.

그늘에서 견디는 장점도 있으니 지면을 깔아 덮은 소재로도 좋을 듯 싶다. 물론 요즈음 공원같은 곳에 간혹 갖가지 모양을 만들어 식물을 덮는 토리어리(나무를 모양 있게 가지치기를 해 기르는 것) 소재로도 아주 좋다.

우리 주변에 지천인 서양의 아이비 대신 우리 송악이 가까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가장 아름답고 유명한 송악은 선운사 가는 길에 절벽을 타고 자라는 천연기념물 367호로 지정된 고창 삼인리 송악이다.

이곳의 송악이 나라의 소중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유 중에 중요한 것은 송악이 자랄 수 있는 내륙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것이라고 하지만, 많은 이들은 절벽에 줄기를 부챗살처럼 펴고 붙여서 타고 올라가며 자라는 그 웅장하고 멋진 모습에 감동한다.

유난히 모질고 긴 이 겨울도 때가 되면 갈 것이고 따사로운 봄볕이 충만하거들랑 선운사에 눈물처럼 후두둑 떨어지는 그 꽃, 동백나무와 함께 송악구경 한 번 가볼만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