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꽃 빛, 줄기는 정겨운 바구니로

하찮은 식물은 없다. 잔디밭에 콩이 들어가면 콩이 잡초가 되고, 콩밭에 잔디가 들어가면 잔디가 잡초가 아니겠는가. 잡초 역시 사람의 관점에서 만들어낸 개념이니 절대적 잡초는 없다.

그렇게 알면서도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쭉쭉 뻗은 낙락장송 정도 되면 나무다운 나무이고, 이 땅에 사라져갈 희귀식물이라 하면 사람들은 특별히 소중히 여긴다(보전적인 과정에서는 당연하지만 무작정).

그래서 산에 오르다 만나는 식물 중엔 반갑게 대접받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심드렁하게 보고 넘기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댕댕이덩굴은 후자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이 산 저 산 그리 깊지 않은 들판이나 숲 가장자리에서 쉽게 만나지만 덩굴이 칡처럼 개성적이지 못하고, 때가 되면 화려한 꽃을 피워 눈길을 잡지도 못하니 푸대접 받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 나무는 햇볕이 적절히 들어야 자랄 수 있으니 깊은 산골에는 들어 갈래야 방법이 없다.

그런데 문득 이 나무 저 나무 얽혀 올라가는 덩굴이 지금은 말라 짙푸른 열매 빛깔과 땡땡함마저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주셨던 댕댕이덩굴 바구니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덩굴을 거두어 한 줄 한 줄 엮어갔을 그 손길이 정겹게 마음에 닿았다. 아마 따뜻한 사람이 그리운 모양이다. 이즈음의 나 그리고 우리는.

댕댕이덩굴은 새모래덩굴과에 속하며 낙엽이 지는 덩굴성 나무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이웃 나라들에서도 대부분 자란다.

덩굴이지만 그리 크고 굵게 자라지 않고, 어긋나는 잎은 손가락 길이쯤 되는데, 약간 삼각형으로 각이진 달걀모양처럼 보인다.

처음 잎이 날 때 연두빛은 참 맑고 깨끗하다. 꽃은 여름을 앞둔 늦은 봄에 핀다. 꽃 역시 자잘하고 그 빛도 희지도 노랗지도 않은 연한 빛깔이어서 두드러지지 않는다.

가을에 익는 열매는 구슬같이 둥글며 그 빛이 아주 특별하다. 검은색에 청색을 약간 섞어 놓은 듯한데 처음 싱그럽게 열매가 익었을 때는 분백색 가루가 표면에 나타나 아주 멋진 빛깔을 띤다.

줄기는 질기면서도 굵지 않고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며 탄력성까지 있어 바구니 같은 집안 기구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반짓고리도 되고, 나물바구니도 되고.

나도 그런 예쁜 바구니 하나 만들어 주시는 할머니가 지금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가깝게 대하던 식물이다 보니 별명도 많다. 제주에선 정동껍고, 냉이정당이라 했다라고 전남에선 댄담덩쿨이라 불렸다.

그밖에 엄방기, 대강덩굴이라는 별명이 있고, 한자이름도 목향(木香), 독목향(毒木香), 목방기(木防己), 토목향, 우목향, 청등, 소갈자, 구조자, 해갈자, 소금갈, 청목향, 한방기 등 여럿이다.

다른 용도를 생각해보면, 어린 식물은 나물로도 좋고, 정원의 작은 규모의 퍼골라에 올리면 잎 구경, 열매구경도 제법 괜찮을 듯싶다.

기록을 찾아보니 한방에서는 뿌리, 잎과 줄기를 이용하는데 이뇨, 진통, 소염등의 효과가 있어서 관절염을 비롯한 여러 증상에 처방한다고 한다. 약재로 쓰이기도 하고 술에 담궈 먹기도 한다. 열매와 뿌리는 접착제의 성분도 있다.

댕댕이덩굴. 이름도 정답지만 알수록 새록 새록 요긴하고 의미있는 식물이다. 정말로 세상에 하찮은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오늘 내가 섣부르게 생각하여 소홀이 한 물건들, 생명들, 혹은 마음들은 없을까!!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