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개념이해와 단원간 연계학습, 응용력 배양중시

대치동에선 요즘 이상한 수학학원이 뜨고 있다. 학생모집을 위해 전단을 한 번도 뿌리지 않은 학원. 유명강사도 없는 데다 뒷골목에 자리잡고 있어 물어물어 찾아가야만 하는 학원.

아직 특목고나 명문대 진학생도 그리 많지 않은 학원. 엄마들이 팀을 짜서 방문해도 받아주지 않는 곳인데도 학생들이 몰리는 특이한 학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수학전문 수(秀)학원이 바로 그곳이다. 2002년 대치동에 문을 열어 오래되지 않은 학원임에도 불구하고 입소문만으로 벌써 수학원의 학생은 3,000명에 육박한다.

대치동에만 5개의 강의관이 있고 분당과 중계동, 수원영통까지 직영학원을 넓히고 있다. 올해 내로 전국에 30여개의 학원망을 갖추겠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대치동에 진입한 지 5년 만에 전국적인 수학전문학원으로 자리잡는다는 이야기다.

입맛 까다로운 대치동에서 별 특징도 없어 보이는 이 학원이 급신장하고, 전국제패를 노릴 수 있는 비결은 뭘까.

급신장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수학원의 최창남 대표원장은 “철저한 개념이해와 단원간의 연계학습, 응용력 배양이란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건 이미 모든 수학학원에서 중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최 원장은 “알고는 있겠지만 현실에선 여러 가지 문제로 학교나 학원에서 제대로 된 수학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에 충실할 수 있는 수학원의 강의시스템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잡무없는 강사진, 강의에 전력투구

수학원이 자랑하는 최대의 강점은 학생들에게 전력투구할 수 있는 강사진이다. 학생들의 이해도를 꼼꼼하게 점검할 수 있도록 강사들에겐 강의와 교재개발 외엔 다른 잡무가 없다.

강사들은 다른 학원과는 달리 학부모에게 전화를 하지 않는다. 전화할 시간에 학생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교재개발을 하라는 이야기다.

대신 학부모와 상담하는 전담팀이 구성되어 있다. 강사들은 학생들의 시험지 채점도 하지 않는다. 채점팀을 별도로 운영, 강사들의 잡무를 철저하게 없애고 있다.

학원가의 고질병인 강사들 간의 갈등도 줄이는 방법도 고안돼 있다. 평균 8명의 선생님이 한 팀을 이뤄 8개 반을 지도하는데 한 반씩 맡는 것이 아니라 두 반씩 강의하고, 학생들을 관리한다.

한 선생님이 A반과 B반을 지도하면 그 다음 선생님은 B반과 C반을 지도하는 형태여서 선생님들이 체인형태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이중담임제가 되면서 선생님들 간의 갈등도 사라지고 협동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김문원 대치본원원장은 말한다.

선생님들의 모든 에너지가 학생을 위해 발휘되도록 하겠다는 계산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소규모의 선발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준별 수업을 하는 점도 수학원의 인기비결이다. 수학원의 한 반 구성은 15명 정도다.

한 반의 구성인원수는 수익성과 직결되는 요소이지만 학업효율성 때문에 학급당 인원수를 늘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수학원은 개원초기부터 시험을 보고 학생을 뽑았다. 수준이 다른 학생을 한 반에서 가르치는 게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집 때문에 개원 첫해엔 두 명 혹은 세 명으로 구성된 반이 운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수학원의 최하위권 학생의 실력이 강남의 중고등학교에서 반에서 7등일 정도로 상위권을 휩쓰는 수학명문학원이 되었다.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다 보니 수학원은 중하위권 학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다른 학원을 다니면서도 수학원 입학시험을 계속 보는 학생들도 있는 실정이다.

최창남 대표원장(오른쪽)과 김문원 대치본원원장(가운데)이 강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학습의 기본원리에 충실하다는 점도 수학원의 장점이다. 복습을 강조한다. 다른 학원에선 숙제를 통해 복습을 시키지만 수학원에선 수업직후 복습을 시킨다.

3시간 강의 후에 50분 동안 강의 내용을 복습시키고 개념이해도를 측정하는 시험을 본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에서 보면 가능한 빨리 복습을 하는 게 학습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별도의 숙제도 있다.

기본을 강조하는 학원답게 수업도 철저한 개념이해가 우선이다. 개념이 철저히 숙지되고 나면 응용력도 키울 수 있고, 각 단원 간의 연계성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기본원리도 한 번 강의로 끝나지 않는다. 다양한 문제에도 기본개념을 적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학년별로 수학실력과정, 수학심화과정, 수리논술과정으로 최소 3회의 반복학습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실제로 최고 난이도의 문제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된다. 최 원장은 “우리 학원은 풀이요령이나 테크닉을 가르치지는 않는다”며 “주 2회의 수업으로도 수학실력을 최상위권으로 끌어 올리는 비결은 확실한 기초다지기에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논술대비, '정일품' 브랜드 선보여

수학원은 최근 ‘정일품’이란 브랜드의 논술학원을 선보였다. 2008년 논술고사의 뼈대를 보여주는 서울대의 예상문제가 지난해 11월 말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한 달여 만의 발빠른 대응이다.

서울대의 이과형 논술(수학, 과학)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첫번째 학원인 셈이다. 최 원장은 “우리학원에선 서울대 이과논술 수학에 대한 공부방법론을 1주일 내에 정리했다”고 말한다.

평소에도 8명 한 팀이 4일이면 교재 한 권을 만들 정도의 순발력을 자랑하는데 80명이 치열하게 토론하니 일주일 만에 수리논술 공부법이 정리됐다는 것.

수학개념이 다져진 학생이라면 현재의 내신 수능공부 수준에 체계적인 사고력훈련만 보완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정일품학원의 언어와 과학 부분은 박사급 강사진이 전공영역별로 나눠 지도하는 백경학당팀이 담당한다.

수학원의 최 원장은 학교교육도 잘 활용하면 내신, 수능은 물론이고 수리논술까지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개념에 대한 설명이 가장 잘 되어있는 책이 교과서와 정석”이라며 “교과서를 활용할 때에 개념을 엄밀하게 파악하고, 문제를 풀면서 생각을 많이 해보면 수학 성적은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수학원의 명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소홀히 하는 기본기에 충실한 시스템’에서 나왔다는 설명이었다.

수학원에서 제시하는 수준별 수학공부 전략

수학강사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최창남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점수대별 공부전략을 설명했다.

▶모의고사에서 90점 이상을 받는 학생: 문제풀이 시에 너무 마음이 조급해지지 않나 잘 살펴보라. 시간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바쁜 마음에 문제를 정확하게 읽지 못해 나오는 실수가 대부분이다. 문제를 천천히 꼼꼼하게 읽는 연습만으로도 점수가 올라갈 수 있다.

▶80~90점 수준: 수학적 사고력이 부족한 학생이 대부분이다. 풀이과정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틀린 문제는 물론 맞은 문제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라. 혼자서 공부할 때의 교재는 개념설명이 잘 되어 있는 정석이 바람직하다.

▶70~80점 수준: 어느 정도 수학공부가 되었지만 여전히 수학개념이 취약한 학생들이다. 가장 좋은 교재는 교과서다. 교과서의 개념을 읽고 또 읽으며 개념에 중요 개념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교과서의 문제도 무시하지 말라. 종합문제는 최상위권 학생에게도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다.

▶70점 이하: 설명이 상세한 책을 선택해서 공부해야 한다. 수준보다 높은 책이나 문제위주의 참고서로 공부하면 성적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과서를 보는 것도 좋지만 교과서를 자세히 설명한 자습서로 공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개념 설명을 자세히 봐라. 문제가 풀릴 때까지 고민도 해 봐야 한다. 수학학원을 다닌다면 확인학습 즉 복습을 꼭 해야 한다.




교육전문 객원기자 sunspa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