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가족여행지 5選

쉬지 않고 해안으로 달려드는 파도의 거친 손길, 두꺼운 외투를 껴입어도 살을 에는 찬바람이 옷깃에 마구 파고드는 겨울바다.

그래도 귓전을 울리는 해조음(海潮音)은 추위조차 녹여버리고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겨울 바다의 낭만이다.

이번 설 연휴엔 파란 물결 일렁이는 바다로 달려가서 끝없이 펼쳐진 해변 모래밭에 ‘가족애’의 발자국을 찍으며 걸어보자. 사랑의 온도는 추울수록 더욱 높아질 것이다.

태안 만리포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다 내 사랑~”

리아스식 해안으로 이루어진 태안반도에서 가장 너른 백사장을 품고 있는 만리포는 언제나 흥겨운 노랫소리가 반겨준다. 푸른 솔밭, 쪽빛 바닷물, 조개껍질 섞인 은빛 백사장이 좋아 여름철이면 수많은 피서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아무래도 한겨울엔 상대적으로 호젓하다.

만리포의 원래 지명은 ‘만리장벌’. 수중만리 무사항해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1955년 서해안 최초로 이곳에 해수욕장을 개장한 이후 보령의 대천해수욕장과 함께 서해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 이름을 드날렸다.

태안 만리포

만리포 북쪽 언덕 너머의 포구들은 대부분 거리를 헤아리는 단위인 이수(里數)를 이름으로 삼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수목원이 있는 천리포, 소나무 숲에 폭 안긴 아늑한 백리포(방주골)를 들렀다가, 원시어업의 흔적인 독살이 남아있는 십리포(의항)와 일리포(구름포)를 잇는 해안도로를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중간중간 비포장이지만 눈이 쌓여있지 않으면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다.

만리포에서 남쪽으로 4km 내려가면 파도리 해안이다. 이곳은 해안의 조약돌로 다듬은 해옥(海玉)으로 유명하다.

파도리 해안의 조약돌은 안정웅씨의 손길을 거쳐 아름다운 공예품으로 변신한다. 자연석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의 멋이 물씬 풍기는 데다 돌 속까지 색깔이 스며드는 착색기법으로 사랑받고 있다.

‘전국 토산품 경진대회’와 ‘산업 박람회’ 등에서 여러 차례 상을 타면서 이미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았다.

가격이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작품도 있지만, 2,000~3,000원 정도면 아이에게 선물로 줄 수 있는 앙증맞은 해옥을 기념품으로 구입할 수 있다. 041-672-9898.

여행정보

숙식 만리포 해수욕장 주변에 모텔과 펜션, 그리고 횟집 등 숙식할 곳이 아주 많다. 월츠하임(041-672-1371), 시인과 바다(041-633-9133 www.poetsea.net)는 깨끗한 콘도형 펜션이다. 만리포넷(www.malipo.net)에 자세한 정보가 있다.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나들목→32번 국도→서산→태안→소원→만리포해수욕장. 32번 국도 서쪽 끝이 만리포다.

부안 외변산 드라이브

부안의 변산반도는 언제 가도 마음이 편한 곳이다. 그중에 곰소항~왕포항~모항~채석강~변산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외변산(外邊山)은 겨울바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환상적 드라이브코스로 손꼽힌다.

변산해수욕장은 백사장이 널찍해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거닐기에 좋다. 변산반도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채석강은 외변산 중 으뜸 경관을 자랑한다.

부안 외변산 곰소항

채석강과 궁항엔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세트장이 있다. 모항은 수더분한 항구 풍경이 정겹다.

진서면의 천년고찰 내소사(來蘇寺)는 비록 내변산(內邊山)에 있으나 변산반도 드라이브 코스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절집이다.

일주문에서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아름드리 전나무와 키 큰 단풍나무가 어우러진 길이 매력. 눈밭으로 변한 절집 풍경도 눈에 포근하다.

곰소는 오래 전부터 염전으로 유명했던 마을. 10년쯤 전만 해도 해질 무렵 햇살이 염전에 비치면 한겨울에 함박눈이라도 내린 듯 온통 새하얗게 반짝였다고 한다.

염전과 가까운 곰소항은 외변산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항구다. 바다와 접한 아담한 어시장에는 맛조개, 바지락, 모시조개, 꽃게 같은 갯것들이 싱싱하고 광어, 우럭 등 각종 싱싱한 횟감들도 길손을 기다린다.

여행정보

숙식 곰소항 부둣가에 있는 싱싱수산(063-581-4801)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는 횟집. 주인 아주머니의 인심도 넉넉해 상이 푸짐하다. 곰소항 근처에 여관이 몇 개 있다. 내소사 입구, 궁항, 채석강, 변산해수욕장 주변에 숙박시설이 많다.

교통 서해안고속도로→부안 나들목→30번 국도→변산해수욕장→채석강→궁항→모항→내소사→곰소항.

양양 하조대

바다와 어우러진 기암절벽 풍치가 아름다운 하조대(河趙臺) 꼭대기엔 정자가 독수리처럼 앉아있다.

정자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홀로 바다에 떠있는 갯바위 너머로 파란 물결 일렁이는 동해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양양 하조대

하조대라는 이름은 고려 말엽 하륜(河崙)과 조준(趙浚)이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벼슬을 버리고 내려와 머물던 곳이라는 데서 유래한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옛날 인근 바닷가 마을에 하(河)씨 성을 가진 젊은이가 살고 있었는데, 이웃마을 조(趙)씨 집안의 두 자매가 하씨 젊은이를 사랑하다가 관습의 벽을 넘을 수 없자 세 연인은 결국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고 한다.

그 후 사람들은 이곳을 하조대라 불렀다. 다른 데보다 유난히 붉은 빛깔로 피어나는 해당화는 이들의 슬픈 넋이라고.

하조대 건너편 바위엔 밤이면 저절로 불이 켜져 동이 틀 때까지 바닷길을 밝혀주는 무인 등대가 있다. 푸른 바다와 잘 어울려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하얀 등대에 등 기대 파도소리 들으며 바다를 바라보면 모든 번뇌를 잊게 한다. 등대 근처엔 분위기 좋은 카페도 있다.

등대를 빠져 나와 다시 작은 고개를 하나 넘으면 모래 곱기로 유명한 하조대 해수욕장이 있다. 겨울바다의 낭만을 즐기며 백사장을 걷는 맛, 또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하조대 남쪽의 기사문항은 깨끗한 반원형 백사장이 아담하고 예쁘며, 현남의 남애항은 해안에 즐비한 바위섬과 방파제로 연결된 두 개의 섬이 한 폭의 그림 같은 미항이다.

여행정보

숙식 하조대 해수욕장 입구에 하우스여관(033-672-2285), 굿모닝하조대(033-672-0089) 등의 여관이 있다. 민박 집도 많다. 하조대해수욕장 쪽으로 횟집이 많이 들어서 있다. 기사문항과 남애항 주변에 숙식할 곳이 많다.

교통 영동고속도로→강릉분기점(주문진 방면)→현남 나들목→7번 국도(양양 방면)→2km→남애항→8km기사문항→1km→하조대.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동해의 수많은 해수욕장 중에서 가장 특이한 지명을 가진 고래불해수욕장엔 고려 말 성리학자인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 선생의 흔적이 남아있다.

영덕 고래볼 해수욕장

영해면 괴시리에서 태어난 목은은 유년시절 관어대(觀魚臺․현재의 상대산․183.3m)에 올라가 북쪽으로 펼쳐진 모래사장을 내려다보고 “큰고래가 떼지어 장난하면 하늘이 흔들리고”로 시작하는 시를 읊었다.

흔히 ‘명사 20리’라 불리는 고래불~덕천~대진간의 백사장은 실제론 4km 조금 넘을 듯한데 그래도 정말 넓다.

게다가 송천 하구로부터 10km 상류의 내륙 좌우로 형성되어있는 ‘영해 평야’도 엄청나다. 동해안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넓다.

고래불 백사장을 실컷 거닐었다면 관어대 전망대에 올라보자. 너른 평야와 끝없는 백사장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영해엔 송천이 빚어놓은 넉넉한 농토를 기반으로 한 부유한 씨족마을이 많다.

영양 남씨가 400여 년간 거주해온 집성촌으로 200여 년 된 고택 30여동이 보존되어 있는 영해 괴시리 전통마을과 1400~1700년대 사이에 지어진 전통가옥이 20여 채나 있는 창수 인량리 전통마을이 대표적이다.

도곡리엔 ‘태백산 호랑이’로 이름 날리던 신돌석(申乭石․1878-1908) 의병장의 생가와 유적지가 있다. 영덕대게의 집산지인 강구항은 고래불해수욕장에서 승용차로 30~40분 거리.

여행정보

교통 △수도권은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동해 나들목→7번 국도→삼척→울진→병곡→고래불해수욕장. △충청․영호남권은 경부고속도로(88올림픽고속도로)→대구․포항간 고속도로→7번 국도→영덕→영해→고래불해수욕장.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내륙에서 접근할 땐 안동에서 영덕을 잇는 34번 국도, 918번 지방도를 타고 영양~영해간 창수령을 넘는 방법이 있다.

숙식 고래불해수욕장 주변에 고래불리조트(054-734-0773), 쌍둥이콘도형민박(054-734-0222) 등 숙식할 곳이 있다. 승용차로 10분 거리의 칠보산자연휴양림(054-732-1607)을 이용해도 괜찮다.

해남 땅끝마을

‘땅끝’은 단어에서 풍기는 미묘한 의미 때문에 언제나 끌린다. 또 땅의 끝은 바다의 시작을 뜻하므로 바다 여행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대상지라 할 수 있다.

땅끝의 갈두산(156.2m) 정상에 서있는 땅끝전망대에 오르면 푸른 바다와 섬들이 두 눈에 가득 들어온다.

흑일, 백일, 어룡, 장구, 노화, 소안도, 그리고 고산 윤선도의 풍류가 숨쉬는 보길도…. 날씨가 맑고 해무가 없는 날에는 저 멀리 추자도와 제주도도 볼 수 있다.

갈두봉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의 갯바위엔 땅끝기념비가 있다. 땅끝전망대에서 조금 가파른 산길로 내려갔다 올라올 수도 있다.

그러나 땅끝마을에서 땅끝기념탑까지 이어진 해안길은 파도가 갯바위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맛이 최고인 산책로다.

어린이들도 힘들이지 않고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다. 왕복 30~40분 소요.

땅끝에서 승용차로 20여분 거리엔 한반도 육지 최남단에 자리한 절집인 미황사(美黃寺)다.

달마산(489m)의 거친 암봉들이 창과 검을 세운 것처럼 불쑥불쑥 솟은 바위병풍과 대웅보전 용마루의 부드러운 곡선이 이뤄낸 강함과 부드러움의 조화는 경외스럽다. 부도밭 가는 동백 오솔길도 좋다.

여행정보

숙식 땅끝마을에 여관과 모텔, 민박집 등 숙박시설이 즐비하고, 싱싱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는 횟집도 제법 많다.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나들목→2번 국도(강진 방면)→영산호하구둑→삼호→영암방조제→806번지방도→해남→13번 국도(완도 방면)→화산→77번 국도→송지→땅끝마을.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