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절개 시술법 '광선택적 전립선기화술', 출혈 · 후유증 없어선릉탑비뇨기과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 비뇨기과 병원에선 성기확대나 조루증 수술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강한 거시기’를 갖고 싶은 열망에 ‘고개 숙인’ 많은 남성들이 몰려들면서 이 분야 의사들은 돈을 꽤 벌었다. 그러나 전문병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경쟁이 심해지고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양상은 180도 달라졌다.

성기능 분야는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반면 전립선 분야가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변은 마려워 죽겠는데 오줌이 나와야 말이지. 아랫배에 아무리 힘을 줘도 수문이 안 열려. 나중에 온 옆사람 서너 명이 벌써 ‘볼일’을 다 봤는데도 말이야. 다시 한참을 낑낑거리고 나서야 겨우 가느다란 오줌줄기가 졸졸 나와. 똑똑똑 떨어져 바지까지 적시기도 하지. 이게 끝도 아니야. 뒤돌아서자마자 또 오줌이 마려우니 미칠 지경이야.”

전립선 비대증 환자의 전형적인 배뇨장애 증상이다.

전립선 비대증이란 말 그대로 전립선이 비대해져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무게 20g 정도로 밤톨만 하던 전립선이 점차 커지면서 소변이 나오는 통로인 요도를 압박하여 갖가지 배뇨장애를 유발한다.

오줌주머니인 방광 바로 아래쪽에서 요도를 감싸고 있는 전립선은 정액 성분의 20~30%를 차지하는 전립선액을 만드는 기관이다. “오줌이 안 나와 고통스럽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60,70대 노년층이지만, 이런 증상은 대개 40,50대 때 처음 발병한 뒤 서서히 진행된다.

따라서 전립선 비대증은 치료가 까다롭다. 노화에 수반되는 병이어서 완치가 힘든 데다가 기존의 약물요법이나 절제수술 모두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요도막힘 증세가 심하지 않는 초기에 우선 시도하는 약물요법은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다. 전립선을 이완시켜 요도압박을 풀어주거나 비대해진 크기를 줄여주는 목적 등 2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커진 전립선 조직을 제거하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약물을 복용한 효과도 들쭉날쭉해 종잡기가 힘들다.

국내에 손꼽히는 전립선 질환 전문의인 선릉탑비교기과 박문수(44) 원장은 “오줌발이 굵어지고 소변 보기가 한결 나아졌다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처음엔 좋아지다가 다시 나빠졌다거나 증상이 되레 악화됐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약물요법의 효과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절제수술의 약점은 수술기술이 너무 어렵다 보니 자칫 후유증을 남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지레 겁을 먹고 수술을 포기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절제수술인 ‘경요도전립선절세술’은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집어넣은 다음 끝에 달린 전기칼로 커진 전립선 조직을 태워 없애는 방식이다.

수술 도중 전립선 주변의 미세혈관이나 요도괄약근, 발기 신경 등이 다치게 되면 과다출혈, 요실금, 발기부전 등 치명적인 후유증이 낳을 수도 있다.

절제수술의 후유증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최근에 등장한 것이 레이저를 이용한 최소절개 시술법인 ‘광선택적 전립선기화술(PVP:Photoselective Vaporization of the Prostate)’이다.

그것은 혈관에만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고출력 KTP 레이저를 이용하여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기화시켜 없애는 첨단 기술이다. 미국에서는 2002년 말부터, 국내에서는 2004년 처음 도입됐다. 이 시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의사가 바로 박 원장이다.

PVP의 장점은 출혈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절제수술이 전립선 주변에 무수히 뭉쳐있는 미세 혈관을 잘못 건드리면 과다출혈을 초래, 최악의 경우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진일보한 것이다.

또 열이 절개한 이외의 부위로 전달되지 않아 주변 조직이 부어오르는 일도 없고, 일반 내시경보다 더 가느다란 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요도나 발기신경을 건드려 요도협착, 발기부전 등 시술에 따른 후유증을 부를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시술도 간편하다. 부분 마취로 20~30분이면 끝난다.

하지만 박 원장은 PVP가 일부 병원이 선전하는 것처럼 만능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PVP의 가장 큰 흠은 절개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며 “크기가 60~70g으로 클 경우 절개하는 동안에 조직이 다시 밀려들어와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박 원장은 “전립선 비대증을 오래 방치하면 배뇨장애 증상뿐만 아니라 방광에도 연쇄적인 기능 이상을 가져올 수도 있으며 특히 방광기능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다”고 지적하고 “약을 먹어도 호전이 안 되거나 오히려 악화할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 보라”고 권한다.

"전립선염, 스트레스 탓 많아"

"이 친구야, 그런 수술일랑 대학병원으로 넘겨. 개원의가 전념할 분야는 그게 아니잖아!"

PVP(광선택적 전립선기화술) 시술 사례 200여 건을 헤아리는 박문수 원장은 "지난 2년 동안 요도협착은 2건밖에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후유증 발생이 이처럼 적은 가장 큰 이유는 증상이 심한 환자들에겐 시술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치료를 피했다는 말이 아니다. 전립선 크기가 50g이 넘는 전립선 비대증 환자들은 모두 대학병원으로 넘겼다. 대학병원과 개인병원은 갈 길이 서로 달아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할 수 있어 좋다"면서 개원의로 나선 것에 만족해하는 박 원장은 서울대 보라매병원 시절부터 잘 나가는 의사였다. 시술이 너무 어려운 데다가 '광(光)도 안 난다'는 이유로 꺼리기 일쑤인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을 200건도 넘게 했다.

'전립선염은 비교기과의 쓰레기통'이란 말이 있다. 비뇨기과 의사들은 치료가 잘 안 되는 환자가 있으면 전립선염 탓으로 돌린다는 농담이다.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는다는 증거다.

비대증 치료에 큰 역할을 한 박 원장은 전립선염 치료에도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다.

전립선염이라면서 병원을 찾으면 예전에는 무조건 항생제를 줬는데, 그는 이런 관행부터 깼다. '전립선염 환자 중 항생제 투여가 필요한 성병균 감염자 비율은 20%도 안 된다'는 유전자증폭 검사(PCR) 결과를 2003년 국내외 저널에 발표했다.

"전립선염은 극히 일부분만 세균감염 탓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합니다. 흔하면서도 가장 푸대접 받는 병이죠."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