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백사장 끄트머리 동백섬엔 동백꽃 만발

한반도 동남단에 있는 부산의 해운대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이름 높은 해변이다.

백사장 서쪽의 동백섬엔 신라 말기의 대학자 최치원의 체취가 새빨갛게 피어난 동백꽃 속에 아직도 남아있고, 파도 넘나드는 갯바위엔 소망을 비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또 ‘눈맛’ 좋은 백사장 산책로는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밀어로 한 겨울에도 따뜻하다.

세계 정상들도 반했던 해안 풍경 ‘해운대의 진주’라 할 수 있는 동백섬은 예전엔 독립된 섬이었으나 오랜 세월에 걸친 퇴적작용으로 현재는 해운대 해안의 백사장과 연결되어 육지화 됐다.

<동국여지승람>에 ‘봄과 겨울 사이 동백꽃이 땅에 쌓여 말발굽에 밟히는 것이 3~4치나 된다’고 기록된 것으로 봐서 오래 전부터 동백꽃으로 유명했음을 알 수 있다.

동백섬은 한 바퀴 둘러보는 데 30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작은 섬이지만, 동백나무, 소나무 가득 어우러진 그 숲길은 한 번 들어서면 벗어나기 싫을 정도로 정감이 간다. 거기에 붉은 동백꽃 너머로 바라보는 파란 바다도 더 없이 좋고,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도 손짓해 부르면 뱃고동을 울려줄 정도로 가깝게 보인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누리마루 에이펙하우스’는 동백섬의 새로운 명소. 누리마루는 순우리말의 세상세계를 뜻하는 ‘누리’와 정상꼭대기를 뜻하는 ‘마루’의 합성어다.

누리마루 에이펙하우스는 우리 전통의 정자를 연상케 하는 타원형의 공간으로 해운대 백사장과 오륙도, 그리고 멀리 광안대교를 모두 한눈에 볼 수 있다.

해운대 백사장이 1.8km나 이어진다. 해운대를 찾는 여름 피서 인파가 하루 수십만 명을 헤아리는 건 이미 유명하지만, 바닷바람 매섭게 불어대는 한겨울에도 이곳을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색다른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해운대 야경

해운대의 겨울바다 풍경을 즐기기 위해서다. 또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출렁이는 파도에 녹아 내리는 황금 달빛에 취해 긴 밤을 하얗게 지새우기도 한다.

달맞이언덕에 자리한 추리문학관 석굴암 해돋이 등과 함께 대한팔경의 하나에 당당히 포함된 ‘해운대 저녁달’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는 ‘달맞이고개’.

해운대에서 송정(松亭)으로 넘어가는 8km의 달맞이 고갯길은 파란 바다를 한쪽 옆구리에 끼고 달리며 울창한 해송의 향내를 맡을 수 있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달맞이고개 최고의 명물은 추리문학관. 이곳은 <여명의 눈동자> 작가이면서 한국 추리문학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김성종씨가 1992년에 20억 원의 사재를 털어서 지은 국내 유일의 추리전문도서관이다.

여기엔 추리소설 13,000권, 일반문학 13,000권, 외국원서 3,000권 등 모두 35,000여 권의 장서가 갖춰져 있는데,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다. 탁 트인 유리창 밖으로 해운대 바닷가 정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3층 열람실이 인기다.

동백섬의 겨울을 밝히는 붉은 동백.

입장료(성인 4,000원, 중고생 3,000원, 초등학생 2,000원)를 내고 들어가면 커피나 녹차 등의 음료가 나온다. 이용시간은 1, 2층은 09:00~21:00, 3, 4층은 09:00~18:00. 매달 마지막 화요일은 휴관. 051-743-0480 홈페이지 www.007spyhouse.com

숙식 해운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해변엔 특급호텔이 자리하고 있고, 해변에서 조금 벗어나면 모텔급 숙박업소가 많다. 솔밭엔 포장마차촌이, 달맞이언덕엔 전망과 분위기 좋은 카페촌이 형성되어 있다. 해운대온천은 약알칼리성(32~58℃)으로 류머티스관절염․피부병․고혈압․요통․빈혈 등 각종 성인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교통 △경부고속도로→구서 나들목→도시고속화도로→원동 나들목→충렬로→해운대. △서울역→해운대역=매일 05:50(새) 11:45(무) 22:37(무) 세 차례 운행. 새마을호 5시간, 무궁화호는 5시간50분 소요. 요금은 37,600원(새), 25,400원(무). 해운대역→서울역=11:00(무) 16:35(새) 20:18(무). 자세한 정보는 한국철도공사 홈페이지(www.korail.go.kr) 참조.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