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 삼백초

사람들이 식물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자연이 좋아 그 속에 살아가는 식물을 그저 좋아하는 이도 있고, 먹을 수 있는 나물만 찾는 이도 있다. 또 다른 이는 약이 되는 식물이기에 관심을 가진다.

옛 어른들이야 요즘 같은 신약이 따로 없어 아프면 산에 사는 식물에서 적절한 처방을 구하는 것이 생활의 중대사였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효능을 제대로 모르면서 아주 막연하게 특정 식물에 기댄다. 삼백초가 그런 식물에 속한다.

재미난 사실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식물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살아 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는, 설사 보았다 하더라도 알아채지 못하는 식물이 여럿 있는데 삼백초도 그 중의 하나다. 이러한 식물들은 대부분 약용식물인 경우가 많다.

잘 알지 못하면 비싼 약초를 구입하고서도 엉뚱한 증상에 쓰기도 하고 혹은 되레 몸에 해를 부를 수도 있다. 음양곽이라고 알려진 삼지구엽초가 그렇고, 만가지 병에 약이 된다는 만병초도 그러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삼백초도 마찬가지다.

삼백초는 잘 알고 있는 듯한 식물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생지는 현재 제주도 바닷가가 유일하니 이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기사 산에서 산삼을 만나더라도 그것을 보고 “심봤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다.

삼백초(三白草)는 습한 곳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이 식물이 현재 국내에서 자생하는 곳은 제주도 서남쪽의 바닷가이다. 그나마 많이 남아 있지 않고, 다른 식물에 치여서 생존 자체를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렇듯 분포 지역이 매우 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까닭은 이 삼백초가 예로부터 약용식물로 유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내가 일하는 수목원을 비롯한 몇몇 식물원들에서 삼백초를 심어다 가꾸고 있고 이웃 나라 일본, 중국은 물론 필리핀 등지에도 분포하기는 한다.

삼백초는 다 자라면 키가 50~100cm이고, 흰색의 뿌리를 진흙속으로 뻗어 퍼져 나간다.

이 식물만의 독특한 특색중의 하나는 잎이다. 다른 잎들은 앞면이 녹색이고 뒷면은 연한 흰빛이지만 꽃차례가 달리는 바로 아래의 두세 장 잎은 마치 페이트 칠을 한 듯 앞면까지 하얗다.

꽃은 6~8월에 꼬리모양의 꽃차례를 하고서 줄기 끝에 하얗게 달리는데 꽃잎이 없다는 점 또한 재미있다. 삼백초가 속해있는 삼백초과 식물들은 매우 원시적인 분류군으로 꽃잎이 없는 무판화군이다.

따라서 우리가 꽃잎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들은 수술로 이루어진 불완전한 꽃들의 모임인 것이다. 어쩌면 맨 위의 잎새가 흰빛을 띠는 것도 꽃잎이 없는 이 식물의 허전함을 채워주기 위한 자연의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열매는 둥글고 각 실에 대개 1개의 종자가 들어있다.

삼백초가 그리 드물다지만 우리가 울릉도에 가면 현지에서 삼백초라고 하여 키우고 파는 약초를 자주 보는데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약모밀(Houttuynia cordata)이라고 하는 식물이다.

물론 이 식물도 약으로 쓰이지만 적용되는 증상은 삼백초와는 조금 다르다.

약모밀은 잎에서 생선비린내가 난다 하여 어성초라고도 하며 고구마 잎과 비슷하다. 삼백초보다 키도 작고 꽃은 꽃차례를 싸고 있는 포가 꽃잎처럼 보이므로 두 식물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분류학적으로는 같은 과에 속하는 유사 분류군이다.

삼백초(三白草)라는 이름은 꽃과 뿌리 그리고 윗부분의 잎 등 세가지가 모두 흰색이어서 유래된 것이라기도 하고, 위쪽의 두세 장 잎이 흰색이기 때문에 그렇게 불려졌다고도 한다.

지방에 따라서 또는 한방 책의 출전에 따라서 삼점백(三點白), 오엽백(五葉白), 수목통(水木通), 전삼백(田三白), 오로백(五路白), 백화(白花) 삼엽백초, 백설골, 백면골 혹은 백화연(白花蓮)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대표적인 용도인 약재로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인 8~9월에 꽃과 잎을 포함한 줄기를 채취하여 그대로 햇볕에 말린 후 각종 증상에 쓴다. 때로는 약차로 달여 마시기도 하는데 차의 기운은 차고 맵싸하다고 한다.

삼백초가 자생지에서 귀한 이유는 약재로 쓰여 마구잡이로 채취된 때문이기도 있지만 기실은 자랄 수 있는 저습지의 대부분이 개발로 파괴된 탓이 더 크다.

죽어서도 약이 되는 이런 이로운 식물들과 사람이 모두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람의 이기심을 치유해 주는, 묘약은 과연 없을까?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