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작가ㆍ극본상을 받았던 뮤지컬 ‘빨래’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4월 23일까지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부당해고, 폭력, 편견 등 오래된 빨래처럼 얼룩지고 고단한 삶을 진지하면서도 상쾌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빨래는 서울살이 6년 동안 자취방 골목에서,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들을 통해 세상은 살아갈수록 따뜻하다는 걸 알았다.” 남루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따스하게 반추하는 연출가 추민주 씨의 변처럼 ‘빨래’의 이야기는 소박하고, 진솔하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딸을 방에 가두고 살아가는 할머니, 꿈을 잃어버린 20대 여성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암울한 현실에 대한 비판보다 희망을 얘기한다. 젖은 빨래가 살랑살랑 봄바람에 말려 보송보송하게 되듯, 지친 삶을 보듬는 시선이 따사롭다.

음악도 감미롭다. 세 여자가 빨래를 꾹꾹 밟아 누르며 슬픔을 위로할 때 부르는 노래들은 해학적이면서 경쾌하다. 골목길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밥짓는 냄새처럼 구수하기도 하다. 자신이 한없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질 때, 누군가에게 따스한 위로를 받고 싶은 때, 보기에 좋은 작품이다.

(02) 762-9190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