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철화백자 · 박수근 대표작 등 희귀작품들 대거 출품

2월 23일, 국내 미술 경매 시장의 새로운 역사가 열린다. 1998년 12월 국내 최초의 미술품 경매 회사로 출범한 ㈜서울옥션이 100회 경매를 맞게 되고, 최고 10억원(추정가)이 넘는 작품 등 진귀한 미술품 100점이 ‘100회 100선’ 특별 경매로 시장에 나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는 10억 9,000만원을 기록한 ‘청자상감매죽조문배병’. 하지만 이날 희귀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되는 만큼 기록 경신이 확실시돼 관심이 부쩍 고조되고 있다.

(주)서울옥션 홍보담당 구화미 씨와 근현대미술품팀 소육영 씨의 안내로 주요 작품들을 미리 만났다.

이번 경매의 핵심은 60여 점의 값진 고미술품. 그 가운데서도 17세기 전반에 제작돼 궁중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철화백자 ‘철화백자운룡문호’(지름 37.6㎝,높이 48.5㎝)가 단연 눈에 띈다.

철화백자 항아리로는 상당히 큰데다 왕실에서 사용됐다는 표시인 삼족룡(三足龍)이 그려져 있다. 항아리 입구에서 바닥까지 이어지는 S자형 곡선과 용무늬의 조형미 등 회화적 가치도 높다. 이 항아리의 경매 시작가는 10억원.

현재 남아있는 철화백자가 극히 드문데다, 보물 645호로 이화여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백자철화운룡문호(높이 45.8㎝)보다도 제작 연대가 앞선다.

특히 1996년 10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841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70억원)에 거래된 백자철화운룡문호(높이 48㎝)와 비교해도 그것보다 더 크고, 수려하다. 구화미 씨는 “미술품이라기보단 귀한 유물에 가깝다”며 “경매 시작가는 10억원이지만, 낙찰가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다.

박수근 作 ‘시장의 여인들’(가로 22㎝,세로 28㎝)도 주목된다. 박수근은 국내 작가 중 프리미엄이 가장 높다. 미술품을 주로 구매하는 50,60대 남성들이 선호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장사하는 여인이나 아이를 업은 어머니 등 서민적이고 친근한 소재들로 중년의 향수를 자극한다.

‘시장의 여인들’은 특히 5~6점의 작품을 한데 모은 듯, 박수근의 작품 세계를 대변하는 여러 도상(회화ㆍ조각ㆍ공예품 등에 나타난 형상)들이 집약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시장에 나와 좌판을 벌인 여인들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포착하여 한 화면에 담았다. 추정가 6억~8억원.

‘달항아리’라고 불리는 조선시대 ‘백자대호’(지름 41㎝,높이 38㎝)는 철화백자와 더불어 현재 다소 침체돼 있는 도자기 시장의 부활을 가늠케 하는 진귀한 작품이다. 몸체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들어 붙여 달처럼 둥근 몸통을 가진 백자 항아리인데, 이음새가 깔끔하다.

대형 항아리는 가마에서 굽는 과정에서 이음새가 변형되기 쉽기 때문에 이처럼 매끄럽게 조형된 경우는 매우 가치가 높다. 유백색 유약의 광택도 뛰어나다. 항아리 하부에는 ‘연령군(숙종의 둘째 아들)겻쥬방’이란 음각 명문이 새겨져 있어 대략의 조성 시기와 사용처를 짐작케 한다. 추정가 6억~8억원.

조선시대 화가 심사정이 절정기에 그린 ‘쌍치도’(가로 59.5㎝,세로101.6㎝)는 강하고 힘찬 필치, 정교한 표현, 대상의 적절한 배치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그림이다. 조선 중기 회화작품으로는 보기 드문 대작이며, 미술 전문가들의 필수 서적인 유복렬의 ‘회화대관’에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명품이다. 경매 시작가 3억 5,000만원.

이밖에 100회 특별경매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들은 △ 대상을 단순화하여 반구상적 경향을 잘 보여주는 김환기의 ‘나는 새 두마리’(추정가 2억~2억 5,000만원) △ 일본 네오 팝(Neo Pop)세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요시토모 나라의 ‘나쁜 이발사’(추정가 2억 5,000만~3억 5,000만원)△ 현대 한국화의 대표작가인 소정 변관식의 ‘외금강옥류천’(추정가 3,000만~4,000만원) 등이 있다.

서울옥션 윤철규 대표는 “100회 특별경매는 우리나라 미술 시장 대표작가들의 절정기 작품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드문 전시회”라며 “미술품을 잘 모르는 초보자라도 미술 경매의 ‘모범 답안’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美테크'시대, 미술품 수익률은?
'블루칩' 미술품은 과연 수익률이 얼마나 될까.

8일 서울옥션에 의하면, 7년간 거래된 작가 15명의 작품 285점을 분석해 본 결과 1999년을 100으로 할 때 2005년의 지수는 197.89로 올라갔다. 1999년에 1억원을 주고 산 작품의 가격이 2005년에는 1억9,700만원이 된 셈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연 평균 수익률은 12%. 이는 같은 기간 주식시장(코스피 지수 기준)의 연 평균 수익률 4.8%보다 훨씬 높다.

작가별 가격지수를 보면 도상봉이 100이라고 할 때 박수근이 430, 김환기 192, 장욱진 158, 오지호 75, 고영훈 48, 권옥연 35 등이었다.

이는 작품의 크기나 재질, 연대 등의 요인이 모두 같다고 전제할 때 특정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작품의 가격이 높다는 것으로 '박수근'이라는 이름이 갖는 프리미엄은 '도상봉'의 4.3배라는 뜻이다.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에 대해 관심이 높지만 서울옥션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고미술품. 2004년 92회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인 10억9,000만원에 팔린 것은 청자상감매죽조문매병이었고 99회 경매에 나온 박수근 작품은 그 다음인 9억원이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