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당 '미스터 차우' 오리구이

‘미스터 차우’란 이름의 중식당이 서울에선 꽤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곳에 갔다 왔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제각각이다. “광화문에 있었는데”, “청담동으로 옮겼나” 어째 맛봤다는 메뉴도, 장소도, 가격까지 다르기만 하다.

왜 그럴까? 이유는 바로 같은 이름의 식당이 여러 곳 있어서다. 그것도 체인이나 프랜차이즈라 그런 것이 아니고 아예 주인이 달라서다. 같은 이름을 내걸고 손님을 맞아온 것이 벌써 2년이 다 돼간다.

그런데 지금 새삼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같은 이름의 이들 두 집이 급기야 서울 강남의 한 마당에 같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시네시티 영화관 앞에 한 집이 있었는데 바로 뒷 블록에 또 하나의 미스터 차우가 지난 달 문을 열었다. 두 집 간에 상표를 둘러싼 소송 또한 최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시점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미스터 차우는 LA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는 고급 중식당으로 이름이 높다.

한국에서는 오리온 그룹의 외식법인인 롸이즈온이 2004년 합작으로 들여와 서울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보다 2년 앞서 서울 광화문에 또 다른 미스터 차우가 이미 문을 열고 자리를 잡고 있던 터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해 성공한 재미동포 사업가 진 잭, 진 앤소니 형제는 이미 2001년 미스터 차우 상표 출원을 해놓았고 이들은 지난해 5월 신촌 세브란스에 또 다른 미스터 차우를 열었다.

이번에 압구정동에 들어선 미스터 차우는 이들 형제의 3호점이다. 이들은 지난해 대법원까지 간 상표 등록 소송에서 승소,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미스터 차우’ 상호를 사용할 권리를 확보했다.

압구정점 미스터 차우는 광화문점과 함께 홍콩식 바비큐 요리 전문점이다. 홍콩의 거리에서는 노릇하게 구워진 오리나 닭, 돼지고기가 음식점 창가에 먹음직스럽게 걸려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곳 또한 그렇다.

차우란 이름도 처음 개업할 때 30여 년 간 홍콩에서 바비큐 요리만 전문으로 해온 주방장 ‘차우 쉬만’씨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주방 앞 창가에 주렁주렁 걸려 있는 큼지막한 오리 구이는 이 집의 대표 메뉴다.

월계수잎과 진피 감초 등 10여 가지 재료를 넣은 소스를 육질에 잘 스며들도록 재어서 250도 이상의 오븐에 6시간 동안 2~3번 구워내는 과정을 반복해 기름기가 쭉 빠져 있다.

속살과 껍질을 벗겨 나오는데 껍질이 보드랍다. 뜨거운 기름에 한 번 더 튀겨낸 북경식 오리구이는 반대로 바삭바삭 씹히는 껍질 맛이 일품이다. 담백하지만 두반장을 찍어 먹으면 매콤한 맛이 더해진다.

소스에 은근히 절여낸 고기에 찹쌀 가루를 묻혀 튀겨낸 탕수육도 인기 메뉴다.

씹는 질감이 남다른데 밀가루 가루 튀김과 달리 쫄깃하다. 여느 집보다 새콤달콤한 소스도 별미라 한 입 넣으면 입 안에 시원함이 감돈다. 식사 메뉴로는 소고기와 야채 숙주나물 등을 넣고 소스에 볶은 쌀국수 볶음면이 잘 나간다.

메뉴 오리바비큐 한 접시(2~3인 기준) 1만3,000원 탕수육 1만8,000원 쌀국수볶음면 1만4,000원. 양이 많아 대부분 몇 종류를 시킨 뒤 나눠 먹는다. 점심 기준 4명이 1인당 1만원 꼴이면 푸짐.

찾아가는 길 성수대교 남단4거리에서 관세청 방향으로 우측 감자바우와 이즈미 사이. (02)3445-5292 광화문점 (02)730-5656




글ㆍ사진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