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사기꾼, 지식의 사기꾼 / 하인리히 창클 지음/ 도복선 김현정 옮김/ 시아출판사/ 각각 1만원 발칙하고 기발한 사기와 위조의 행진/ 브라이언 이니스 지음/ 이경식 옮김/ 휴먼앤북스/ 1만8,000원

“19세기 유럽 최고의 선사시대 인류화석이 대륙에서만 발견됐다는 사실에 섬나라 영국은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인간과 원숭이의 특성을 모두 보여주는 두개골이 영국 필트다운에서 발견됐다는 보도가 영국 전역을 들뜨게 했다.

이후 발견된 화석들이 모두 조작으로 드러났지만 영국 국민들은 필트다운에 국가 기념비를 세우는데 동참했다. 하지만 이 스캔들의 책임 규명은 아직까지도 미제로 남아 있다.”

학문 연구가 성과주의나 국익 우선주의에 휘말릴 때 어떻게 왜곡되고 타락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식세계에서 사기 사건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수의학과 인류학 박사인 하인리히 창클(독일)은 세계를 뒤흔든 학문적 사기 사건들만을 모아 2권의 책으로 펴냈다.

수학과 물리, 생물, 화학 분야에서 벌어진 28개의 사기사건을 담은 ‘과학의 사기꾼’은 ‘객관을 전제로 한 정확성’의 학문인 과학에서 얼마나 다양한 위조와 속임수가 존재하는지를 속속들이 밝혀주고 있다. 또 다른 책인 ‘지식의 사기꾼’에는 인문과학 분야의 학술 사기극 28건을 담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성공을 남들보다 빨리 세상에 알리기 싶은 욕심에 실험 결과를 조작하기도, 상대방의 것을 훔치기도 한다.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는 것처럼 속이기도 한다.” 그들은 사기꾼이고 위조자이며 때로는 협잡꾼이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소개되는 사건과 인물들 대부분은 진리나 보편성, 정직함과는 거리가 있다. 비판을 억누르기 위해 자신의 권력과 권위를 동원한 과학자, 헌법재판소의 보호를 받은 학술 사기꾼 등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찬 다양한 군상이 등장한다.

“조작된 사건들의 진실이 드러난 후에도 사기 사건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변명으로 일관했다. 또 이들 사기 사건에 언론은 항상 일조했다.”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소재를 찾는 언론은 ‘사기 행위’ 주체자들의 중요한 표적이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지식 사기꾼들은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언론을 이용한다. 소위 언론플레이에 능하다.

안타깝게도 진실과 정확성, 원칙이 존중 받아야 할 학문의 뒷마당에도 정치판 뺨치는 부도덕한 양심불량 행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런 사기 사건에는 권력이 끊임없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또한 적시한다.

저자는 “권력은 공명심과 화려한 업적, 물질적 보상에 눈먼 학자들의 조작이나 자기 기만을 언제든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책을 주로 써온 브라이언 이니스의 새 책 ‘발칙하고 기발한 사기와 위조의 행진’은 화폐, 미술품, 유언장, 신분증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세상의 시선을 사로잡은 가짜들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소개한다.

공교롭게도 가짜를 다룬 책이 한꺼번에 쏟아진 요즘 우리도 거짓과 사기, 위선에 속지 않으려면 눈을 부릅뜰 일이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