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 압권불구 초반 시청률 낮아

화제의 드라마 KBS 2TV ‘봄의 왈츠’(극본 김지연 황다은ㆍ연출 윤석호)가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봄의 왈츠’는 국가 대표 한류 연출자 윤석호 PD의 계절 시리즈 완결편으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작품.

2004년 초반부터 일찌감치 기획 작업에 들어가 무려 2년 이상의 제작 기간을 거쳤고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 계절 시리즈 전작들의 프리미엄에 따른 후광효과 외에도 작가 및 주연 여배우의 교체와 신인 배우 발탁 등 끊임없이 화제를 양산했기에 결과물에 대한 관심은 더없이 뜨거웠다.

윤석호 PD가 “20년 연출 인생의 대미를 장식할 작품”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드러낸 점 또한 관심사였다.

그런 ‘봄의 왈츠가 6일 처음으로 시청자들에게 선보인 뒤 받아 쥔 성적표는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1회 시청률은 10.9%(이하 TNS미디어 집계), 2회 시청률은 소폭 올라 11.5%에 그쳤다. 계절 시리즈 전작들의 인기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수치다. 윤석호 PD의 순수하고 섬세한 감수성이 한계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것일까.

일단 ‘봄의 왈츠’는 태생부터 어느 정도의 핸디캡을 지닌 작품이라는 점이 부진한 스타트에 대한 설명이 될 듯하다.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 등 계절 시리즈 전작들이 한결같이 보여준 ‘어린 시절의 순수한 사랑이 성인이 된 뒤에도 계속된다’는 주제 하에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불의의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헤어진 뒤 사랑을 되찾아 가는 이야기는 계절 시리즈 뿐만 아니라 영화 및 드라마 등을 통해 수도 없이 다뤄졌기에 전혀 신선감이 없다는 점 또한 ‘봄의 왈츠’에겐 약점일 수밖에 없었다.

윤석호 PD는 ‘자기복제’의 함정에 빠져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석호 PD는 ‘자기복제’에 대한 지적에 “미지의 분야에 도전하기보다 가장 자신 있는 분야를 발전시키면서 즐거움을 찾고 싶었다. 대신 자기복제에 머물지 않도록 자기진단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봄의 왈츠’ 경우엔 유년 시절의 순수한 사랑에 상처라는 요소를 도입해 전작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작품 초반에서 차별화된 시도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전개 과정에서 차근차근 드러나긴 하겠지만 적어도 시청자들에게 ‘봄의 왈츠’는 전작들과 그다지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남자 주인공 서도영의 외모와 성격, 아름다운 설경 등에서 ‘겨울연가 2’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계절 시리즈의 최대 장점인 영상미에 있어서 ‘봄의 왈츠’는 확실히 돋보였다. 오히려 영상미에 관한 한 전작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수준이었다.

남도 섬마을의 강아지풀밭을 뛰노는 아역 연기자들의 모습이나 주인공들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장소인 오스트리아의 설경과 고풍적인 시가지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눈 덮인 삼나무 숲을 지나는 기차를 촬영하기 위해 하루 종일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기까지 했다고 하니 영상에 쏟는 정성은 설명의 여지조차 없다. 확실히 보는 즐거움은 제공했다. 그러나 즐거움을 만끽한 눈이 그 감흥을 가슴으로 전달하기엔 알맹이가 부족했다. 완만한 전개는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윤 PD는 “한 템포 늦춘 유려한 전개도 미덕이 될 수 있다”고 했지만 빠르고 자극적인 전개에 입맛이 길들여진 국내 시청자에게 ‘느림의 미학’은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봄의 왈츠’가 발탁한 신예들은 앞으로 작품의 성공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사실상 ‘봄의 왈츠’가 연기 데뷔작인 서도영과 한효주는 윤 PD의 영상미와 어우러지며 매력을 극대화했다.

특히 촬영 직전 성유리를 대신해 합류한 한효주는 돋보이는 연기력과 매력으로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혼혈 미남 스타 다니엘 헤니는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보여준 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봄의 왈츠’가 이미 전세계 18개국에 사전 수출된 점을 감안하면 다니엘 헤니는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여성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채비를 갖춘 셈이다.


이동현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