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의 탄생/ 엘리자베스 애보트 지음/ 이희재 옮김

독신이 일부 개인의 취향을 떠나 하나의 시대적 경향으로 자리잡은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경제적 자립과 함께 혼자만의 일상 생활이 수월해진 현대 사회에 이르러 독신주의는 비로소 삶의 대안으로 존중 받게 됐다.

그러나 독신의 뿌리는 아주 먼 곳에까지 닿아 있다. 이 책은 그리스ㆍ로마 신화를 비롯해 여러 종교의 계율, 세계 각국의 문화 등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보면서 독신이 아주 오랜 역사를 가졌으며 또한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왔다는 사실을 흥미진진하게 실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독신이 종교적 필요에 의해 강제됐다는 통념을 뒤집는 저자의 주장은 자못 도발적이다. 독신이라는 ‘금욕 현상’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에 대한 개인의 의지와 결부돼 있다는 것이 요지다.

“각자의 필요, 동기, 욕구가 무언가에 따라 독신을 선호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8년간에 걸친 방대한 자료 수집에 근거한 수많은 사례들은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해냄출판사 발행. 3만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 천경자 지음

평생 꽃과 뱀, 여인을 대담하고 화려한 원색으로 화폭에 담아온 화가 천경자. 이 책은 8일부터 ‘갤러리 현대’에서 대형 회고전이 열리는 것에 맞춰 28년 만에 다시 펴낸 천 화백의 자서전이다.

외가에서 자라다시피 한 어린 시절을 비롯하여 아버지의 노름으로 집안이 몰락한 뒤의 경제적 궁핍과 그에 이은 육친의 죽음, 이혼과 가슴 아픈 사랑 속에서 독창적 화풍을 일구어 낸 그의 굴곡 많았던 인생여정이 일기처럼 세밀하게 활자로 그려져 있다.

특히 세인의 화제를 모았던 1953년의 뱀 그림 ‘생태’에 관해 천 화백은 여동생의 요절과 연인과의 이별의 아픔 속에서 “차라리 뱀 수십 마리를 화폭에 집어넣음으로써 그 슬픔을 극복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충격적인 소재와 몽환적, 초현실적 분위기로 정한과 고독의 극복에 천착해 온 천 화백의 불타는 예술혼을 만날 수 있다. 랜덤하우스중앙 발행. 1만 2,000원.

문학의 목소리 / 김치수 지음

지난달에 이화여대 불문과 교수직을 정년 퇴임한 평론가 김치수씨가 새 비평집을 냈다.

김현, 김주현, 김병익과 더불어 ‘평단의 4K’로 불리는 그는 ‘문학과지성’의 창간멤버이기도 하다. 또한 평론가로 등단한 지 올해로 40년을 맞이했다.

저자는 이책에서 박완서, 황동규, 이문구 등의 작품에 대해 특유의 꼼꼼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분석하고 자신의 문학적 편력과 한국 문학의 발전방향 등을 담았다.

디지털 시대의 ‘문학의 위기’에 관해 그는 “문학만이 담당할 수 있는 정신사적 역할을 게을리하지 말 것”을 역설한다. 문학과지성사 발행. 1만5,000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