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5월 14일 대학로 학전소극장에서 초연한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쉼 없이 달려 3월 29일로 3,000회를 맞는다. 그동안 ‘지하철 1호선’을 찾은 이만 해도 59만 3,000여 명에 이르는 국내 최장기 공연작이다.

독일 그립스 극단의 동명 뮤지컬을 한국 상황에 맞춰 김민기 대표가 번안, 연출한 ‘지하철 1호선’은 옌볜 처녀 ‘선녀’의 눈을 통해 실직 가장, 가출 소녀, 잡상인, 노숙인 등 90년대 한국의 밑바닥 삶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관객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브로드웨이식 뮤지컬의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세상의 그늘진 부분을 비추는 것에 의도적으로 천착했다.

소극장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라이브 밴드 도입했고, 더블 캐스팅이 없는 공연과 외국인 관객을 위한 자막 서비스를 실시한 공연으로도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설경구, 방은진, 나윤선, 황정민, 조승우, 문혜영 등 최근 영화와 뮤지컬 분야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스타들을 배출한 ‘배우 사관학교’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꼬박 12년간 이 작품을 단독으로 연출해온 김민기 대표는 정권 교체에 따라 작품에 시대상의 변화를 담아 개작을 거듭했지만, 외환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98년을 끝으로 시간을 고정시켰다.

그는 “한국의 90년대는 유럽의 60년대처럼 사상의 공황상태가 벌어졌던 시기라 ‘지하철 1호선’을 90년대의 풍속화로 남겨두고 싶었다”고 그 의도를 설명한다.

28일부터 3일간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열리는 3,000회 기념 공연에는 역대 출연진 90여 명이 3회로 나눠 무대에 선다. ‘지하철 1호선’의 원작자인 폴커 루드비히도 독일문화원 초청으로 한국을 찾아 공연을 보고 기념식에도 참가한다.

극단 학전은 초연팀의 프로필 사진, 출연진의 손때 묻은 대본과 악보부터 제작과정의 단편 등을 엮어 ‘지하철 1호선’의 3,000회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100여 쪽 분량의 기념책자도 발간할 예정이다.

(02) 763-8233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