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도요타 류 / 가타야마 오사무 지음 / 김대환 옮김 / 프라임 / 12,000원

도요타가 세계 자동차 시장을 평정해 가고 있다. 기존의 절대강자였던 GM과 포드가 경영악화를 겪으면서 급기야 회사채가 정크본드 취급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는 동안 도요타는 4년 연속 최대 순이익 기록을 경신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차세대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부문에서도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독주하고 있어 도요타의 신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제 세계 1위 등극은 시간문제다. 그렇다면 꺽일 줄 모르는 도요타 성공신화의 비결은 무엇인가?

그 중심엔 도요타만의 독특한 경영 방식인 ‘도요타웨이’가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도요타웨이를 분석하는 책들이 쏟아졌지만 가타야마 오사무가 쓴 <세계 최강의 도요타류>는 좀 색다르다.

수많은 현장 근로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썼다는 점 때문이다. 일본에서 경영평론가로 활동 중인 저자는 이미 도요타에 관해 분석한 책을 다섯 권 펴낸 바 있는 도요타 전문가.

저자는 서문에서 ‘도요타 현장 근로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지혜’들이 ‘부딪혀가면서 지적 자산을 창조’하는 과정을 묘사하려 했다고 집필 의도를 밝힌다. 하지만 책은 전반적으로 저자의 의도와 다른 방향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가 만난 ‘현인’(현장 근로자)들은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라기보다 완고한 도요타웨이에 길들여진 조직원의 인상이 훨씬 짙다. 따라서 독자 입장에서는 도요타가 특유의 기업문화를 현장 말단까지 일사분란하게 적용시키는 조직 메커니즘을 살펴보는 편이 훨씬 흥미로울 것이다.

우열을 따지는 일은 차치하고 도요타웨이가 미국식 경영과 가장 다른 점은 종신고용제다.

도요타 노무관리의 기본 원칙은 '상호 신뢰'와 '장기 안정적 향상'. 어찌보면 노사화합을 추구하는 회사 입장에선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도요타는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다. 애초부터 조직과 화합할 만한 근로자를 길러내고 채용한다.

도요타공업학원은 예비사원을 선발해 조직인으로서 갖춰야 할 실력과 덕목을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 도요타맨 양성소. 일단 입사시키고 나면 다양한 사내 모임에 소속시켜 일탈행위를 사적인 관계를 통해 공적으로 예방한다. 책 2,4장에서 자세히 소개하는 인사, 노무 관리의 핵심이다.

이렇게 근로자들에게 ‘평생 식구’의식을 심어주고 난 뒤에 필요한 것은? 당연히 능력 이상의 생산물을 내놓도록 하는 것이다.

해고의 위기가 없는 근로자가 빠지기 쉬운 나태를 막기 위해 회장까지 나서 "바뀌지 않는 것은 죄악"이라 부르짖고, 생산환경이 어떻든 제 몫을 다하도록 사원들을 '다기능인'으로 키운다.

이것이 바로 개선 지향주의와 현장 중심주의의 실체다. 책 1, 2장의 주제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3-4-1-2장 순서로 읽어도 무방할 듯싶다.

물론 저자가 그렇게 내용을 배열한 까닭을 짐작 못할 바는 아니다. 아마도 3, 4장에서 언급한 인사·노무 정책이 앞으로 지속될 거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일본 내 도요타 공장 근로자의 40%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집단문화에 거부감을 가진 신세대들이 대거 입사하면서 기존 정책들이 흔들리고 있다. 결국 저자는 개선 지향·현장 중심주의를 도요타웨이의 본령으로 여기고 전진 배치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해외생산을 급격히 늘리던 시기에 만들어진 차량들을 지난해 말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리콜해야만 했던 저간의 사정을 떠올려 보면 도요타웨이가 어떤 문화권에나 들어맞는 만능의 경영 전략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훈성 한국일보 기자 hs0213@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