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모델이 스타 탄생의 등용문으로 새롭게 부상

“값 비싼 빅 모델을 써야만 광고 효과가 높다구요? 글쎄요, 모델의 거품은 낮추면서도 광고의 질은 얼마든지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 TV에서 특히 눈에 띄는 휴대폰 SKY의 광고. ‘댄스 배틀 파티로 보이는 화려한 조명과 넓은 무대. 하얀 바지에 파란색 셔츠를 입고 한껏 멋을 낸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머리를 360도 돌리며 좌우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코믹한 동작만으로 이 남자는 주위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른 비좁은 장소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댄스에 흠뻑 빠져 있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의아하게 지켜보며….’

이 남자의 춤 동작은 요즘 한창 주목을 받고 있는 이른바 ‘맷돌 춤’이다. 모델은 비교적 신인인 박기웅(22).

SKY 모델로 데뷔하기 전까지만 해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이 모델은 이 광고 한편으로 일약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너도나도 ‘우스꽝스런 춤 동작을 선보인 그 모델이 누구냐’고 묻는 통에 어느새 인기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는 것.

새로운 스타가 광고를 통해 탄생하는 트렌드가 연예ㆍ광고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광고 모델 기용이 스타 탄생의 등용문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

스타라면 으레 드라마나 영화, 혹은 TV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 인기를 얻고 나서야 이를 기반으로 각종 광고 모델로 선택된다는 것이 그 동안의 상례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광고 모델을 거쳐 각종 드라마나 영화, TV프로그램에 진출하는 새로운 ‘스타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박기웅·김아중 등 휴대폰 모델 득세

SKY의 모델 박기웅은 원래 영화 ‘싸움의 기술’에 출연한 적이 있는 신인 아닌 신인이다. 이 영화에서도 비중있는 조연을 맡았지만 일반에게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겨우 15초 동안 스크린에 비쳐지는 SKY 광고를 통해 그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뚜렷하게 일반에 각인시켰다.

'맷돌춤'으로 벼락스타 된 박기웅

“저도 인기에 놀랐어요. ‘재밌다’ ‘귀엽다’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 몰랐습니다.”

휴대폰 SKY의 최근 광고에서 ‘맷돌 춤’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신인 박기웅은 요즘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꽃이 함빡 피어 있다. 광고 한 편으로 자고나니 인지도가 엄청나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전에도 이런 반응은 처음이에요. 여기저기를 다녀도 사람들이 알아 보곤 사인해 달라고 부탁하시고. 행동도 마음대로 못해 조심스러워집니다.” 영화 ‘싸움의 기술’에 조연으로 출연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이 별로 알아봐 주질 않아 서운했던(?) 박기웅은 지금 연예가 섭외 1순위에 올라 있다.

벌써 일요일 낮에 방영되는 SBS의 영화 안내프로그램인 ‘TV박스오피스’의 한 코너를 맡아 진행하고 있고 아이스크림 통신 의류회사의 광고와 여러 영화 출연제의가 밀려 있다. 모두 SKY 광고 출연 덕이다.

무엇보다 피부로 느끼는 달라진 변화는 출연료. 무명 시절보다 10배 이상 출연료가 폭등했다. 그만한 노력도 물론 있었다. 광고의 압권인 그의 코믹 춤동작은 광고 성패의 중요한 관건이기도 했다.

제작팀은 이를 위해 내로라하는 춤선생님들을 동원, 그에게 촬영 전날까지 맹연습하게 했고 박기웅은 완벽한 목돌림(?)으로 이에 보답했다.

모델 박기웅의 경우처럼 광고를 통해 스타덤에 오르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만은 아니다. 과거 비타민 제품인 ‘레모나’도 몇몇 스타들이 거쳐간 광고 모델로 이름났고 ‘박카스’ 광고도 영화배우 주진모 등 신인들을 발굴했다.

얼마 전까지도 KTF에서 조한선과 현빈을 비교적 유명해지기 전부터 기용해 관심을 모았다. 또 피자헛도 조한선과 그의 파트너로 한때 무명이었던 한예슬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 케이스와 달리 박기웅의 경우가 더더욱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다름 아닌 SKY의 모델이란 점이다. SKY 모델을 거쳐 스타덤에 오른 연예인들이 한둘이 아니어서다.

특이하게도 SKY 모델이 연이어 스타 발굴의 산실 역할을 했고 박기웅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또 모델로 기용된 이후 시차를 두고 스타로 발돋움했다는 과정은 다른 광고 모델들과 엇비슷해도 SKY 광고 자체가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는 점에서 역시 차별화된다.

이정진, 김남진, 박준석, 이기용, 김아중, 그리고 데니스 오까지…. 모두 휴대폰 SKY의 광고 모델을 거치며 소위 ‘뜨고 있는’ 연예인들이다.

캐스팅 당시 무명 혹은 신인에 불과했던 이들은 자신이 광고에 출연했던 SKY 제품이 평균 30만원대 이상 팔리는 프리미엄 휴대폰이라는 이미지처럼 최고 스타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얻었고 실제 몸값 또한 몇 배로 올라갔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등에서 주연을 맡은 이정진은 SKY 초기 모델인 IM-1100(1999년)에서 풋풋한 대학생 연기를 펼치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 등에서 사랑을 받은 김남진도 국내 최초 카메라폰인 IM-3100(2001년)광고에서 사랑 고백을 받는 신세대 역으로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룹 태사자 출신이었지만 IM-6100(2003년) 광고 모델로 나와 더 인기를 모은 박준석은 오히려 이 광고에서 현란한 춤 실력과 세련된 외모로 강하게 어필했다.

또 IM-7100 광고에서 늘씬한 다리를 드러내며 히치하이킹을 하던 모델 이기용도 SKY 광고 출연 이후 SK정유와 스포츠음료 CF에 연이어 캐스팅되는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가장 최근에는 감칠맛 나게 노래를 흥얼거리렸던 ‘옆구리 걸’ 김아중과 제2의 다니엘 헤니로 불리며 상한가를 기록중인 데니스 오 또한 SKY의 모델 출신이다.

SKY 모델들이 뜨고 광고를 통한 스타덤 진입 사례가 늘어나면서 광고시장의 흐름에도 변화의 기류가 일고 있다.

SKY광고를 제작하는 TBWA의 강상욱 대리는 “타기업 광고주들로부터 SKY 광고에 대한 문의를 종종 받는다”며 “과거 빅모델을 써야 광고 효과가 발생한다고 믿었던 광고주들도 광고 제작에 대한 시각을 많이 바꾸고 있다”고 전한다.

광고주들도 단순히 한두 명의 스타에 의존하기 보다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메시지 창출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달라는 주문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SKY의 모회사인 팬택의 김동완 과장은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무명의 스타가 SKY 광고를 통해 최고 스타로 등극하는 행운을 얻게 될지 벌써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그런 관심을 갖고 SKY 광고를 감상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밋거리”라고 풀이했다.

윤민승 팬택 SKY 마케팅 전무
"신선한 이미지가 인기 비결"

“연예인 지망생들 사이에서 SKY에 출연하면 뜬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네요. 허허허…” ‘예비 연예인들이 SKY 광고 출연이 꿈이 실현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얘기가 있다는 물음에 스카이 마케팅 본부의 윤민승 전무는 ‘과찬이다’며 겸손부터 보였다.

윤 전무는 팬택 계열인 SKY의 광고 마케팅을 실무에서 진두지휘하는 총책임자. “실제 SKY 광고 모델이 출신들이 빅 스타로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국내 유명 연예 에이전시들이 SKY 출연 모델들을 소속사로 붙잡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들었습니다.”

SKY의 광고 모델이 유독 뜨는 이유는 뭘까? 일반적으로 광고업계에서는 모델을 정한 뒤 광고 컨셉트를 잡는다. 하지만 SKY는 광고 컨셉트를 정한 뒤 그 제품의 특징과 장점을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할 참신한 모델을 캐스팅한다.

윤 전무는 “이런 SKY만의 캐스팅 방식이 모델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비결”이라고 분석한다.

윤 전무는 또 “빅 모델은 소비자들에게 쉽게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지만 기존 이미지와 광고의 겹치기 출연 등으로 제품 특성을 부각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며 “제품의 특성을 살릴 신선한 얼굴이 등장함으로써 광고도 살고 모델도 동시에 뜨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그 같은 광고 덕에 데니스 오가 출연한 제품은 출시 넉달 만에 40만여 대, 나머지 제품도 18만~47만대가 팔리는 등 히트 모델이 줄을 잇고 있다. 윤 전무는 “제품이 히트 치면서 모델들 또한 고급스런 제품이미지에 걸맞은 이미지로 스타덤에 오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