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여 년 역사의 마을, 벚꽃길 환상적

얼마 전에 종영된 드라마 ‘서동요’ 덕분에 백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비옥한 땅을 바탕으로 뛰어난 문화를 일궈낸 백제. 요즘 부여(사비), 익산(아착) 등 백제의 흔적이 남은 도시들을 찾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 외에도 백제의 향기를 짙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전라남도 영암이다. 드라마에서 ‘상대포’라는 이름으로 자주 등장했던 영암 구림마을은 일본에 백제의 문물을 전해준 왕인(王仁)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백제시대 해상교류 중심지

22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구림마을은 삼한시대 때부터 마을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산강을 따라 바다로 이어지는 뱃길을 이용해 예로부터 중국이나 일본과 교류하였다. 백제시대에는 마을 어귀에 상대포라는 큰 나루터가 있어 해상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일본에 한자와 유학을 전한 왕인박사가 처음 일본으로 떠난 곳도 상대포다.

구림마을 한가운데 작은 하천이 흘러가고 곳곳에 자라는 고송들이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마을 안에는 구림 도기 가마터를 비롯해 호은정, 회사정, 죽림정, 간죽정, 죽정서원 등 문화유산이 흩어져 있다.

이런 정자들을 찾아 흙벽돌로 쌓아올린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전통 기와집과 오래된 정자들, 정겨운 흙담 등 마을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마을의 자랑 가운데 하나는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대동계다.

500년이 넘는 구림 대동계는 조선시대 때 만들어진 향약 형태의 주민 자치 조직. 예전에는 ‘혼사 때 구림 대동계원이면 내력을 물을 필요도 없다’고 했을 정도로 자부심이 있었다고. 대동계의 중심축이 되었던 한옥 건물은 깨끗하게 단장돼 지금은 마을을 찾는 여행자들을 위한 민박으로 쓰인다.

왕인과 도선국사의 탄생지

구림마을 동쪽 문필봉 기슭에는 왕인의 자취를 복원해 놓은 왕인유적지가 있다.

왕인은 백제의 대학자로 18세 때 오경박사에 오른 인물이다. 32세 때 일본 왕의 초청을 받아 논어와 천자문 등을 가지고 일본에 건너가 아스카 문화의 싹을 틔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를 기리기 위해 해마다 일본인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구림마을은 우리나라 풍수지리의 시조인 통일신라 말기의 승려 도선국사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구림(鳩林)은 ‘비둘기 숲’이라는 뜻으로 도선국사 탄생 설화와 관련된 이름이다. 전설에 따르면 아버지 없이 처녀의 몸에서 태어난 도선은 큰 바위가 있는 대나무 숲에 버려졌는데, 어디선가 비둘기 떼가 날아와 도선을 감싸고 보호했다고 한다.

이 설화를 뒷받침하는 커다란 바위가 실제로 마을 안에 존재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국사암이라 부르며 신령시하고 있다. 바위에는 아이들 주먹 크기의 구멍이 여러 개 있는데, 바위에 구멍을 뚫고 소원을 빌면 큰 인물을 낳는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옛 방식으로 도예 체험

마을 중심에 자리한 영암도기문화센터는 구림 도기를 재현하기 위해 마련된 곳이다. 통일신라시대에 한반도 최초로 유약을 발라 구운 도기가 바로 구림 도기인데 1986년에 구림 도기의 가마터가 발굴되었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도기문화센터를 만들었는데 전시관, 판매장, 공방, 가마 등으로 되어있다. 전시장에는 발굴된 옛 도기들이나 영암 지역의 도자기 역사를 전시하고 때에 따라 특별 기획전을 갖기도 한다. 옛 방식 그대로 빚은 도기를 전통 가마에 구워 팔기도 한다. 공방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도예를 체험할 수 있다.

구림마을에서 눈을 들면 영암의 명물 월출산이 보이며, 월출산 서쪽 자락에 깃든 도갑사도 멀지 않다. 초록색 보리밭과 대비를 이루는 벚꽃 길도 요즘 영암을 찾는 이들에게 멋진 볼거리를 선사한다.

체험정보

*구림마을 : 백제의 향기가 서린 마을로 전통 가옥 체험을 할 수 있다. 일반 민박은 2인실 20,000원, 3~4인실 30,000원. 대동계사(061-472-0174)는 4~10인실 60,000원. 예약 및 정보는 남도민박 홈페이지(www.namdominbak.co.kr) 이용.

*구림 도기 제작 체험 : 도기문화센터에서 도기를 직접 빚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암에서 생산되는 황토를 이용해 옛 토기제작 기법으로 빚는다. 월요일~금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에 무료 체험이 가능하다. 단, 초벌구이를 할 경우 고교생 이하 5,000원, 대학생 및 일반인 10,000원. 영암도기문화센터 061-470-2566

*왕인문화축제 : 4월8일~11일. 나흘 동안 왕인박사를 기념하는 왕인문화축제가 열린다. 왕인박사 관련 무대 공연, 영암 꽃길 걷기대회, 왕인 1000등(燈) 달기, 갈곡 들소리 시연, 영암 명가 음식전 등 다양한 체험거리와 볼거리가 마련된다. 축제를 전후로 영암 곳곳에 벚꽃이 만발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하다. www.wangin.org

*찾아가기 : 호남고속도로 광산 IC로 나간 뒤 13번 국도를 따라 영암읍으로 들어간다. 혹은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IC로 나가 2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독천을 지나 영암으로 간다. 독천~영암을 잇는 100리 벚꽃길이 장관이다. 구림마을은 독천에서 영암읍 사이에 있다. 영암군 문화관광과 ☎061-470-2224




글·사진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