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브라운 지음 / 최소영 옮김

‘마르코 폴로’와 ‘동방견문록’. 학창 시절 세계사 과목을 충실히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 두 단어는 매우 친숙하다.

하지만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극히 드물다. 그저 수백 년 전 서양의 한 여행가가 동방의 여러 국가를 여행한 뒤 자신의 기이한 체험담을 기술한 책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박제화된 동방견문록에 생동감을 불어 넣은 이 책은 그 옛날 처음 동방견문록을 접했던 서양인들이 느낀 것만큼이나 생생한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주고 있다.

저자는 지금껏 나온 130여 개의 이형 판본 가운데 가장 원작에 충실한 판본만을 골라 새롭게 번역을 시도했다. 또 232개의 장으로 구성된 원작의 서술 방식을 버리고 마르코 폴로의 여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방식을 취했다. 옛날 판본에 실린 다양한 삽화들과 마르코 폴로의 여행지를 찾아 찍은 사진을 함께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이른아침 발행. 1만8,000원.

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 / 최병수 구술 / 김진송 지음.

화가 최병수의 작품 활동은 웨이터, 전기공, 공사장 잡역부, 목수 등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삶의 이력만큼이나 특별하다.

1987년 6월 항쟁을 대표하는 걸개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도 그의 작품. 이후 20년간 그는 환경, 반핵, 반전에 이르기까지 사회 이슈와 끊임없이 치열하게 맞서 왔다.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기 위해 녹아 없어질 얼음으로 펭귄을 조각하는 식인 그의 작품들은 ‘울고 싶은 놈에게 한껏 후려갈기는 일격의 통쾌함’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전시회보다는 신문 지상에 더 자주 등장했던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깊은 울림이 담긴 읊조림이다. 행동주의 화가 최병수 특유의 솔직한 이야기를 미술평론가에서 ‘목수’로 전업한 저자 김진송씨가 조용하지만 강하게 다듬어냈다. 현문서가 발행. 1만2,800원.

조용헌의 고수기행 / 조용헌 지음.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쌓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한 분야에 미쳐 프로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은 어찌 보면 이단아, 아웃사이더, 괴짜로 보일 수도 있다.

족보학 연구가 서수용씨부터 좋은 스피커 만들기에 몰두하는 스님, 세계 최강 사주 프로그램을 만든 고교 교사 등이 그들. 겉으로는 전혀 상관없는 이들을 묶는 하나의 공통점은 자기 분야에서 의미와 즐거움을 찾아 치열하게 산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평범한 보통의 사람은 이들의 ‘일탈’을 엿볼 필요가 있다. 책 사이로 비쳐 보이는 고수들의 ‘내공’은 우리 삶의 빈 곳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해준다. 랜덤하우스중앙 발행.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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