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연기자의 재발견!’

불혹을 넘긴 그들이 안방극장에서 쏟아내는 웃음이 심상치 않다.

오랜 연기 활동 경험에서 비롯된 탄탄하면서도 원숙한 연기로 드라마의 조연을 맡아 왔던 중견 연기자들이 신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TV 오락 프로그램과 CF 등을 넘나들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가요계에서 비롯된 ‘7080’의 바람이 오락 프로그램과 CF 등으로 확대되며 위세를 더하는 것이다.

KBS 2TV '비타민'의 터줏대감 노주현-임예진 콤비를 필두로 이영하, 박정수, 성동일, 박준규 등이 KBS 2TV '상상플러스'와 ‘해피 투게더-프렌즈’, SBS '야심만만'과 '일요일이 좋다' 등 각 방송사 간판 오락 프로그램의 주역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신

구, 임채무, 김수미 등은 중견 연기자에겐 불모지나 다름 없던 CF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1970~80년대 최고 미남 배우로 인정 받으며 톱스타로 군림했던 이영하는 요즘 들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2월 ‘해피 투게더-프렌즈’에서 박정수와 호흡을 맞춘 이영하는 편집이 불가능할 정도로 꽉 찬 활약 덕분에 상ㆍ하편 방송이라는 이례적인 경우를 만들었고 이후 ‘상상 플러스’, ‘야심만만’ 등의 단골 초대 손님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영하는 ‘해피 투게더-프렌즈’에서 선보인 기타 실력으로 가요 프로그램인 KBS 1TV ‘콘서트 7080’에도 진출해 콘서트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근엄함의 상징이던 노주현은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비타민’에서 그는 ‘노반장’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웃음 코드를 책임지고 있다. KBS 2TV 주말극 ‘소문난 칠공주’에서는 코믹한 캐릭터를 맡아 오락 프로그램의 활약상을 드라마로 이어가고 있다.

SBS 주말극 ‘하늘이시여’에서 가부장적인 근엄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임채무의 변신은 최근 네티즌들의 가장 뜨거운 화제로 부각되고 있다.

2002 한ㆍ일 월드컵 한국-이탈리아전을 패러디한 아이스크림 돼지바 CF에서 모레노 심판을 패러디한 임채무는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와 동작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임채무의 활약과 함께 돼지바 CF는 최근 최고 인기 CF로 TV와 인터넷을 장식하는 중이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토끼 끝이야!” 등의 유행어를 만들어낸 신구의 신드롬급 인기를 임채무가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당초 오락 프로그램 제작진인 중견 연기자들에게 기대한 것은 신세대 스타들을 보조하는 양념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신세대 스타들을 능가하는 재치와 입담으로 프로그램 재미를 극대화했고, 이는 입지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CF에서까지 신세대 스타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중견 연기자들이 오락 프로그램과 CF의 주역으로 활약하게 된 배경은 ‘재발견 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 오랜 기간 연예계에서 활약하며 다양한 경험을 지닌 중견 연기자들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을 기회를 얻으면서 보다 풍성한 웃음을 시청자들에게 전하게 된 것이다.

‘해피 투게더-프렌즈’, ‘상상 플러스’ 등 신ㆍ구세대의 조화를 꾀하는 프로그램의 컨셉트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 신세대에 국한되던 오락 프로그램의 시청자 폭을 중ㆍ장년층으로 넓히는 효과까지 얻고 있다.

또한 중견 연기자들은 CF에서 그간 쌓아온 이미지를 파괴하며 허를 찌르는 웃음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이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해피 투게더-프렌즈’의 관계자는 “중견 연기자들에게서 웃음의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재발견하고 있다”며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본 풍부한 경륜에서 나오는 진솔한 웃음이 시청자들에게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