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University of south carolina)에 있는 EPI(English Programs for Internationals)코스에는 많은 나라 사람들이 모여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

전체 인원이 170명 정도 되는데, 그 중에 150명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다. 사우디 정부(정부라기보다는 왕이겠지만)가 학비와 아파트 거주비는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일정액을 지원해준다고 한다.

내가 여대를 휴학하고 이 대학에 어학연수를 왔을 때 그 많은 사우디 학생들을 보고 선입견 때문에 무서운 생각이 들어 처음에는 피해다녔다. 하지만 같이 수업을 들으면서 그들 대부분이 10대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들 나름대로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고, 일부는 자기 나라에서 의대를 다닌 학생들도 있었다. 즉 그들은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였던 것이다. 이후 나는 편견을 버리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들은 기름이 많은 나라 출신답게 그들은 돈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없어 생활에 기름기가 넘쳐 흘렀다. 온갖 명품 옷을 사 입고, 인터넷으로 스포츠카를 구입하기도 했다. 참으로 부러웠다.

근데 놀라운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학생들의 문화였다. 무슬림 종교 교리 탓에 남자와 여자의 데이트는 허용되지 않았고, 부인과 어머니를 제외한 여자들의 손을 잡지 못하며 심지어 여자는 운전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들의 문화적 특수성을 잘 모른 다른 사람들은 그들에게 간혹 실수를 하곤 했다. 예전에 나의 미국인 친구가 살사 댄스에 사우디 남자들을 초대했다. 그런데 살사 댄스는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손을 잡고 춤춰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당시에는 분위기 탓에 그들도 어쩔 수 없이 많은 여자들과 춤을 췄지만 나중에 내 미국인 친구는 정중하게 사과를 해야 했다.

물론 사우디 10대 학생들은 처음에는 무슬림의 교리대로 다른 나라 여자들을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 친구들과 스킨십에 익숙해져 이제는 다들 ‘버터 미소’ 를 지으면서 슬며시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곤 한다. 문화 충돌이 아니라 문화 융화가 이루어진 셈이었다.

또 놀라운 건 사우디 남자들의 남아선호 사상이었다. 일부다처제에 익숙해져 있고 사촌과 결혼이 가능한 그들의 결혼문화는 내게 문화적 충격이었다. 남아선호는 다른 측면에선 여자비하로 연결된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초기에 사우디 남자 학생들은 수업 중간에 여자가 손을 들어서 발표만 해도 굉장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감히 어떻게 여자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그들도 다른 나라의 남자를 대하듯 여학생들과 잘 지내고 있다.

외국 학생들과 어울리다 보면 뜻밖에 재미있는 일도 있지만 상상도 못하던 부분에서 종종 오해와 갈등이 생긴다. 물론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신나는 일이긴 했지만.

유독 사우디 학생들이 많은 곳에서 생활한 탓인지 가끔 내가 미국에 와 있는 건지 사우디에 와 있는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어학연수를 통해 다른 나라 친구들을 사귀게 된 것은 영어 공부 외에 얻는 소중한 삶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김지희 통신원(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거주)

'준비된 휴가' 보내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미국 국립공원의 멋있는 유명 산장이나 주립공원의 최신 캠핑장에서 가족과 오붓한 하룻밤.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낭만이 속삭이고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 흐른다.

하지만 평소 그곳을 예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들다. 일찌감치 예약이 꽉차 버리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휴가 계획을 미리미리 잘도 세운다고 생각하곤 했었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더 하다고 한다.

미국 여행업협회(Travel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여름 휴가를 갈 생각이 있는 미국인 중 81%는 이미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 중 21%는 숙박 장소를 이미 예약했으며 38%는 교통 수단까지 이미 정했거나 예약해 둔 상태라고 한다.

나도 미국인 친구에게 올해 여름 휴가를 같이 가자는 말을 꺼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7월에 휴가를 떠나려면 지금부터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날짜를 알려달라고 했다.

한국에 있을 땐 아무리 휴가 계획을 미리부터 치밀하게 짠다 하더라도 한 달 전이면 충분했다. 게다가 난 그렇게 꼼꼼하게 계획을 짜서 여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더 난처했다. 하지만 작년에 그 친구의 닥달 덕에 주립공원에서 캠핑을 한 즐거운 기억 때문에 올해도 휴가 날짜를 미리 정할 참이다.

미국 내 국립공원 캠핑장을 예약하고 싶다면 www.reservations.nps.gov/index.cfm 사이트를 클릭하면 된다. 주립공원은 www.reserveamerica.com이며 그외 국립공원 입장료 등 일반적인 정보는 www.nps.gov 사이트를 찾아가면 된다. 예약이나 선착순 이용여부, 편의 시설 등의 자세한 정보를 알려준다.

한국도 이제 두 달 후면 휴가철이 시작된다. 한여름 밤 휴양림이나 캠핑장에서 색다른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미국인처럼 지금부터라도 계획을 짜고 일찌감치 예약해 둬야 하지 않을까.

민혜진 통신원 (미국 포틀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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