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이 복제의 수렁에 빠져 있다. 리메이크가 판을 치는가 하면, 비슷한 유형의 캐릭터가 속출하고 있다. 오락 프로그램은 인기 아이템을 공공연하게 활용한 코너들을 속속 내놓으며 ‘아이템 공유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안방극장에 등장한 리메이크 프로그램은 SBS 주말 드라마 ‘사랑과 야망’과 KBS 1TV 아침 드라마 ‘강이 되어 만나리’ 등 2편의 드라마와 MBC 오락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몰래 카메라’ 등이다.

이들은 과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나 아이템을 재해석해 새롭게 선보인다는 취지로 리메이크 작품을 선보였지만 출연진만 바뀐 재탕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원작만 못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상황인 셈이다.

최근 드라마의 캐릭터들도 재탕의 길을 걷고 있다. KBS 2TV ‘굿바이 솔로’, SBS ‘불량가족’, MBC ‘닥터 깽’, KBS 2TV ‘위대한 유산’으로 이어지는 드라마들의 남자 주인공들은 모두 건달로 통일되고 있고, KBS 2TV ‘봄의 왈츠’, MBC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진짜 진짜 좋아해’, SBS ‘불량가족’의 여주인공들은 오지 출신 캔디로 집중된다.

전반적으로 건달과 캔디의 만남이라는 분위기 속에 비슷한 이야기들이 양산되고 있다.

오락 프로그램들은 심각한 수준의 아이템 공유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오락 프로그램이 다른 인기 프로그램이나 코너의 아이디어를 차용하거나 활용해 새롭게 꾸미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게 방송가의 현실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예 ‘당당한 아이템 복제’까지 비일비재하게 등장하고 있다.

KBS 2TV ‘개그 콘서트’,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 개그 프로그램들이 상대방의 인기 코너를 고스란히 옮겨 자신의 코너로 꾸미는 사례도 다수 발견되고 있고, KBS 2TV '상상플러스'의 인기 코너 ‘올드 앤 뉴’는 여러 경쟁 프로그램의 아이템으로 복제되고 있다.

게다가 아이템을 복제한 프로그램의 제작진도 이 같은 사실을 상당 부분 인정한다. 소재 빈곤이 아이디어 복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시청자 입장에선 ‘뻔뻔한 베끼기’를 지켜 보게 되는 셈이다.

리메이크나 아이템 활용은 재해석 등을 거친 발전된 양상으로 새로운 재미를 더하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 왔다.

풍자나 촌철살인의 재미를 더한 패러디로 원안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측면을 찾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보여지는 리메이크나 아이템 활용에선 풍자나 재해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경쟁 프로그램의 인기를 나눠 가지려는 ‘무임승차’의 태도까지 엿보이고 있다.

MBC ‘강력추천 토요일’의 ‘무한도전’이 나경은 아나운서(일명 마봉춘)를 등장시키고 퀴즈로 꾸며 노현정 아나운서의 KBS 2TV ‘상상 플러스’를 연상시키는 코너로 새롭게 탈바꿈한 사례나,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KBS 2TV ‘비타민’과 유사한 코너인 ‘차승원의 헬스클럽’과 ‘동안시대’를 연이어 선보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무분별한 따라하기는 시청률에 급급한 나머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지 못해 일회성 소모품에 머물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새로운 발전을 추구하기보다 단순한 ‘우려먹기’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시청자들은 자칫 똑 같은 화면을 계속해서 봐야 하는 현실을 맞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외면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베끼기에도 어느 정도 창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