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레스토랑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 정문에서 하얏트 호텔로 향하는 남산 오르막길. 이 길을 걷는 사람들 대부분은 한 번쯤 고개를 뒤로 돌려보곤 한다. 중턱에 자리잡은 4층짜리 아담한 건물 ‘나오스 노바’(NAOS NOVA) 를 다시 보기 위해서다.

울트라 모던이랄 수 있는 초현대식 디자인에 밖에서도 안이 그대로 들여다 보이는 이 건물 이름은 불어로 ‘천상의 라운지’라는 뜻. 복합적이고도 획기적인 디자인에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연출, 어느새 강북의 멋쟁이들은 한 번쯤 꼭 찾아보는 명소가 돼버렸다.

멋과 맛, 분위기까지 어우러진 예술공간을 지향하는 이곳은 지난해 여름 처음 문을 열었다. ‘궁’, ‘툴펍’, ‘화수목’ 등 서울 청담동의 멋스런 공간들을 만들어낸 인테리어 디자이너 전시형 한세대 초빙교수(전 N어소시에이츠 대표)가 설계한 또 하나의 공간 작품이다.

통유리를 벽면으로 사용한 이 곳은 좌우는 물론, 상하로도 확 트인 느낌을 준다. 4층 구조인 데도 위 아래로도 공간이 뚫려 있는 복층 구조로 디자인돼서다.

새하얀 빛깔의 콘크리트 기둥이 그대로 노출되는 실내는 바닥과 천장에 깔린 대리석 안쪽에 설치된 조명이 밤마다 환상적인 빛을 내뿜는다. 특별한 자재나 장식 소품이 거의 없이 유리와 대리석, 콘크리트만으로 꾸며진 실내 디자인 자체가 인테리어 컨셉트인 셈.

각 층은 저마다의 이름과 독특한 주제를 갖고 있다. 가장 높은 4층은 ‘헤븐(heaven)’으로 ‘젠’(zen) 분위기의 소파가 있는 아늑함을 주제로, ‘어스(earth)’로 불리는 2ㆍ3층은 모던하면서도 실용적인 공간으로 꾸며졌다.

그리고 지하 1층은 지옥을 뜻하는 헬(hell)로 고딕풍의 화려함이 돋보인다. 겔랑이나 샤넬 등 명품, 할로윈 파티 장소로도 활용된 곳이다.

밖으로는 서울 시내가, 안으로는 남산이 내다보이는 장소에 이런 공간을 처음 구상한 이는 주인 카일 리씨다. 보스턴칼리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프랑스에서 패션디자이너로 10여 년간 일한 특이한 경력을 가진 그는 5년여 전부터 지금의 나오스 노바를 기획했다.

서울에서 디자인이 뛰어난 여러 명소들을 직접 둘러보다 전 교수의 작품이 가장 맘에 들어 그와 손잡았다는 그는 지금도 이 건물 공사를 끝내지 않고 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더 좋은 디자인 착상에 설계 도면만 바꾸기도 20여 차례. 아직도 공사는 진행 중이다.

음식은 지중해식에 일식의 맛을 가미한 퓨전 메뉴를 내놓는다. 주인이 프랑스에 오래 머무른 탓인지 메뉴판도 불어로 적혀 있다.

빵과 케이크 과자 등은 직접 주방에서 만들며 특히 샴페인과 와인 셀렉션에 치중, 웬만한 레스토랑에서 보기 드문 종류의 고급 와인들도 구비하고 있다.

더불어 로얄 코펜하겐(커피잔), 리델(와인잔) 등 포크와 화분, 양초대, 포크 등 실버웨어까지 명품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지는 것만 봐도 주인의 취향을 가늠할 수 있다.

메뉴
해물야키우동, 매콤한 녹차소바 등 점심메뉴는 1만6,000원부터. 저녁은 세트 메뉴 5만원부터. 와인은 4만원부터.

찾아가는 길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정문에서 우측 방향으로 남산 올라가는 언덕길 오른쪽. (02)754-2202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