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 MTV가 유독 한국에서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MTV는 전 세계 20여 개국에 현지 법인을 둔 세계 대중 음악계의 실력자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대중 음악의 트렌드와 유행을 주도하는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세계적인 네트워크에 바탕을 둔 풍부한 콘텐츠와 노하우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서구 대중 음악계는 물론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MTV가 매년 시행하는 ‘MTV 뮤직비디오 어워드’는 미국에서 그래미어워드, 아메리칸뮤직어워드 등 역사와 전통을 지닌 대중 음악 시상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MTV의 권위는 대단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만큼은 절대 약자의 위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Mnet, KMTV 등 국내 선발 케이블 음악 채널의 벽을 넘지 못한 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Mnet이 월 평균 0.148%(3월 기준ㆍ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의 시청률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KMTV가 0.079%로 그 뒤를 잇고 있는 가운데, MTV는 0.054%로 이들의 뒤를 쫓기에도 버거운 실정이다.

특히 최근 가요계의 다양한 이슈들에 힘입어 Mnet와 KMTV의 시청률이 10% 이상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MTV는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4월 셋째주 주간 시청률 집계에서도 Mnet가 0.168%, KMTV가 0.105%를 각각 기록한 반면, MTV는 0.058%에 불과하다.

최근 Mnet과 KMTV가 공격적인 음악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으로 가요계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위상을 과시하며 한국 가요계의 실력자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는 MTV에게는 남의 이야기나 다름없는 게 현실이다.

MTV의 케이블 채널 내 순위는 98개 채널 중 45위~50위. 10위권 후반대의 Mnet와 20권 후반대의 KMTV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음악 전문 채널이라는 대중적인 채널의 특성을 감안하면 형편없는 성적인 셈이다.

비슷한 순위권에 평화방송, 불교방송 등 종교 전문 채널과 정책 채널인 국회방송 등이 있는 점은 이에 대한 좋은 예이다.

도대체 왜 세계적인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인 MTV가 한국에서만 유독 저조할까. 이는 MTV가 전 세계 네트워크에 기댈 뿐 실질적인 국내 대중 음악의 흐름엔 그다지 관심을 쏟지 않기에 비롯된 현상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하루 24시간 방송되는 MTV가 선보이는 프로그램 중 국내 가요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라이브 와우’, ‘트루 뮤직 라이브’, ‘카운트다운’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다소 철이 지난 해외 MTV 프로그램의 재탕이거나, 뮤직비디오만 틀어대곤 한다.

Mnet과 KMTV가 다양한 기획으로 ‘보는 재미’가 있는 음악 프로그램 제작에 정성을 기울이는데 반해, MTV는 안일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가요팬들의 정서와 취향에 대한 관심보다 해외 MTV의 방식만을 고수한 결과 국내 토착화에 실패하는 결과를 맞이한 것이다.

기존 프로그램에 쏟는 정성도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MTV의 간판 프로그램인 ‘스쿨 어택’은 독특한 기획을 바탕으로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참신한 기획을 더하고 출연진 섭외에 공을 들인 Mnet의 후발주자 ‘스쿨 오브 락’에게 주도권을 넘겨줘야 했다.

현재 ‘스쿨 오브 락’은 ‘스쿨 어택’보다 시청률 면에서 2배나 앞서고, 후일담을 다룬 ‘애프터 스쿨 오브 락’까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한 MTV는 최근 제휴 관계였던 국내 최대 MPP(복수방송채널 사용업자) 온미디어와의 계약도 종료됐다. 그나마 지금까지 케이블 방송계의 강자 온미디어의 후원으로 지켜온 위상마저 흔들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SO(지역유선방송 사업자)에게도 막강한 힘을 발휘해온 온미디어 덕분에 인기에 비해 많은 채널을 확보해 왔지만 온미디어와의 결별은 SO의 채널 교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TN, YTN스타 등 음악을 다루는 오락 채널들의 거센 도전에도 직면하게 되는 상황이다.

MTV는 2000년대 초반 채널[V]와 함께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내에 진출했다. 그러나 채널[V]는 국내 가요팬 정서와 취향을 맞추지 못해 결국 국내에 뿌리내리는데 실패하고 좌초했다. MTV가 현재 보여주는 모습들이 채널[V]를 떠오르게 하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이동현 스포츠한국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