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뱅드따블 플러스'

편안한 소파와 그리고 테이블에 놓여진 와인 잔. 일반적인 와인바의 모습이다. 그리고 거기에 악기와 목청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이 더해질 수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게 한다. 과연 그런 곳은 있을까?

서울 청담동의 ‘뱅드따블 플러스’. 지난달 문을 연 와인바인 이곳에서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매달 둘째 토요일)은 그런 상상이 실현된다. 달마다 콘서트가 있는 와인바라서다.

‘테이블 와인’이란 뜻의 이 와인바 대표는 이종진씨. 유명 지휘자로 단국대 지휘과에 출강하고 있으며 올해 KBS교향악단 어린이음악회 공연을 이끌고 있는 젊은 음악인이다. 또한 와인 맛에 빠져 와인 동호회 활동과 컨설팅, 압구정동에서 와인바 ‘비노비노’도 운영해 본 그는 소문난 ‘와인 마니아’이기도 하다.

음악과 와인 두 분야에서 발이 넓은 그는 그래서 지난달 15일 자신의 공간(뱅드따블 플러스)에서 작은 음악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이 날의 초대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김진호씨.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하고 14세 때 세계 유명 국립오페라들과 협연을 시작으로 전문 콘서트 연주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그는 이씨의 가까운 음악 선배다.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고요함으로 시작된 이날 그의 공연은 환호와 즐거움으로 끝났다. 쇼팽의 환타지와 왈츠 등 한 곡 한 곡이 바뀔 때마다 박수와 환호성으로 열기가 뜨거워진 것은 소공연만의 매력.

피아니스트 김씨는 피아노 위에 와인 잔을 올려 놓고 마시기도 하고 담배를 문 채로 연주도 하는 등 일반 음악회에서는 볼 수 없는 과감한 장면을 선보였다. 연주 도중 조그만 실수나 익살에 폭소가 터져나오는 것도 즐거운 장면.

“음악과 와인이라는 두 분야에 발을 담그다 보니 서로 묶을 수는 없을까 생각해 봤어요. 처음엔 걱정했는데 하길 잘 한 것 같아요.” 음악계에 지인이 많은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벌써 13일에는 가수 페이지(Page)의 공연이 확정돼 있고 6월과 7월에는 ‘X String Quartet’의 현악4중주, 오페라 갈라 ‘피가로의 결혼’도 준비 중이다.

클래식이건 재즈건, 가요나 국악까지 모든 음악을 소화하는 살롱 콘서트를 시리즈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 그의 꿈. 뱅드 따블플러스는 그 꿈이 실현되는 음악사랑방인 셈이다.

메뉴
와인 전문가답게 450여 가지 와인 리스트를 구비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빈티지(생산 연도)좋은 명품와인부터 값싸고 맛있는 와인까지 다양하다. 기자 출신 조리사로 이름난 박찬일 쉐프의 컨설팅을 받아 스파게티, 스테이크 치즈 모듬 등 이탈리아 음식들을 주로 식사메뉴로 내놓는다.

찾아 가는 길
청담동 갤러리아 명품관 건너편 S바 아래 골목 초입. (02)516-0885


글·사진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