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가 핫라인]

TV가 우리말의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우리말의 올바른 사용에서 재미를 찾는 오락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는가 하면 사투리에서 각 지방의 독특한 정서를 찾는 오락 프로그램도 만들어져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고개를 돌려 드라마를 보면 정겨운 사투리를 사용, 순수하고 깜찍한 매력을 과시하는 주인공들이 부쩍 늘었다.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을 막론하고 우리말과 글에서 색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말을 소재로 인기를 누린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KBS 2TV ‘상상 플러스’다. ‘상상 플러스’는 우리말의 사용에 대한 세대 간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취지의 코너 ‘올드 앤 뉴’를 통해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시청자들은 TV를 통해 간접적으로 퀴즈에 참여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정보도 얻고 있다. ‘올드 앤 뉴’를 통해 소개된 어른들이 주로 사용하는 우리말이 신세대 사이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점은 인기에 대한 방증이다.

이에 MBC는 ‘올드 앤 뉴’와 비슷한 포맷으로 사투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 ‘말달리자’로 맞불을 놓고 있다.

‘말달리자’는 사투리에 담겨있는 각 지방의 독특한 정서를 출연자와 시청자가 피부로 느껴보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으로 사투리 관련 프로그램 제작 경험이 있는 마산MBC와 대구MBC의 지원을 받고 강릉사투리보존회 등 각 지역 사투리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사투리에 접근하고 있다.

또한 MBC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언어공감 사오정'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별로 특색있는 사투리를 소개해 지역 간의 의사소통의 벽을 넘어보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다.

드라마의 사투리는 미모의 여주인공들의 차지다. MBC ‘진짜 진짜 좋아해’의 유진이 투박한 강원도 사투리를 깜찍하게 연기해 인기를 모으고 있고, MBC '닥터 깽‘의 한가인은 간간이 터져 나오는 부산 사투리로 정겨움을 추구하고 있다.

5월 말 방영될 KBS 1TV ‘열아홉 순정’의 주인공 구혜선은 옌볜 사투리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일 각오다. 구혜선은 지금까지 흔히 알고 있는 옌볜 사투리가 실제와 다르다며 사실적인 옌볜 사투리 구사를 위해 옌볜 출신 선생님의 개인 교습까지 받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미모보다 연기력을 앞세우는 프로정신이다. 하이틴 스타 출신인 이들은 사투리 연기를 통해 연기자로 인정 받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 고유말과 사투리가 TV 언어의 변방에서 주류로 진입하는 것은 다양성 차원에서라도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사투리 프로그램은 그동안 명절 등의 특집 프로그램용으로 주로 인식돼 왔지만 본격적으로 안방으로 찾아 들어오며 TV 언어의 폭을 대폭 넓히고 있다. 경직된 표준말 절대주의를 고수해온 TV의 변신이 정겨운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겨움이 결코 웃음을 위한 장치로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고유 우리말이나 사투리를 희화화해 재미를 추구하기보다 소중한 전통과 언어의 다양성 유지의 측면을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