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삐아띠 이탈리아니

파스타나 피자, 거기에 스테이크까지 맛있고 멋스러운 이탈리아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도심에 몰려 있다. 서울 강남이나 광화문, 이태원 등이 대표 지역들. 하지만 여의도는 예상외로 그렇지 않다. 국회와 금융기관들, 그리고 아파트까지 밀집해 있지만 특이한 상권 구조를 가진 탓이다. 낮에는 직장인들로 북적대지만 퇴근하는 사람들이 빠져 나가는 저녁 때가 되면 생각외로 조용하다.

그런데 최근 여의도에 제법 근사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하나가 생겼다. 지난달 초 문을 연 ‘삐아띠 이탈리아니’. 이탈리아 접시(음식)란 뜻이다.

빌딩 2층에 들어선 이 레스토랑은 밖으로 한강변이 살짝 내려다 보이는 전망을 자랑한다. 정확히는 1층도 2층도 아닌 1.5층 정도. 지나가는 차량, 행인들과 눈 마주칠 부담 없이 슬며시 엿볼 수 있는 높이다.

은은한 조명과 진한 갈색 톤의 실내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이곳은 편안하면서도 포근한 고품격의 공간임을 느끼게 해준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지닌 고급스러움은 역시 공통점. 그만큼 가격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 같지만 여기는 주인 이상환씨가 말하는 대로 가격만은 호주머니 걱정이 덜한 ‘중저가’를 지향한다. 그래서 벌써 점심 때가 되면 인근 직장인들로 북적거린다.

여러 유명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쌓은 하성효 조리장이 내놓은 메뉴들은 꽤 감각적이다. 특히 ‘꽃 샐러드’라는 이름을 가진 피오레 샐러드가 대표격. ‘또띠아’라는 밀가루 튀김이 그릇으로 나오는데 그 안에 여러 야채와 새우, 오징어, 쭈꾸미, 홍합 등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다. 역시 꽃봉오리 모양의 또띠아 그릇과 야채 위에 놓여진 꽃잎은 마치 한 송이 ‘샐러드 꽃’을 보는 듯하다.

잘 구워진 피자 위에 르꼴라 등 야채와 식용 장미 꽃잎을 덮어 내놓는 ‘인살라 피오레 샐러드’ 또한 인기 높은 이탈리아풍 피자다. 돼지 넙적다리를 염장 처리하고 바닷바람에 건조시킨 ‘프로슈토’라는 식재료가 들어가는데 먹다 보면 약간 짭짜스름하면서도 블루치즈처럼 ‘거북한’(?) 향이 나기도 한다.

메인 메뉴 중에서는 이탈리아식 비프까스 격인 ‘비얼 스칼로피레’가 잘 나간다. 살이 부드러운 송아지를 튀겨내는데 2가지 소스가 함께 제공되는 것이 특이하다. 노란 빛이 나는 그라스비앙소스 사골 육수에 생크림과 허브를 섞어 맛이 고소하다. 반면 갈색 빛깔의 후르츠데미글라스 소스는 과일이 들어가 새콤하다. 둘 다 사골을 열흘 이상 고아 진액(액기스)를 뽑아내고 야채 등을 다시 볶아 넣는 과정을 거쳐 보름만에야 만들어내는 귀중한 식재료들이다.

크림소스와 베이컨 스파게티 또한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닭육수에 파마산 치즈를 넣어 만드는데 기름지다는 느낌을 주기 쉬운 여느 크림소스 스파게티와 달리 생각외로 느끼하지 않다.

메뉴
샐러드 9,000원부터, 파스타 1만3,000원부터, 피자(2인분 기준) 1만2,000원부터. 특히 와인이 싼 편인데 3만원 선부터 20여 가지를 구비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옆 강변 3거리 초입 GS칼텍스 주유소 건너편 한서빌딩 2층. (02)6267-8000


글·사진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