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전 20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 생애 시기별 대작과 걸작 140여 점 선보여

20세기 미술의 가장 위대한 화가인 스페인 출신의 파블로 피카소(1881~1973). 그는 미술이 시대와 사상을 관통하고 이를 뛰어넘는 ‘위대한’ 예술임을 작품과 삶을 통해 보여준 작가다.

그는 끊임없는 열정과 실험 정신으로 미적 영역의 새로운 개념을 발굴해 19세기 미술의 마침표를 찍었으며 격동과 혁명기였던 20세기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진 예언가이자 선각자였다.

그의 예술은 기존의 고정 관념을 깨뜨렸으며 미(美)야말로 인간의 최고의 철학이자 정치이며, 경제, 문화라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화가다.

대형 유화 등 140여 점… 국내 최초 회고전

피카소는 겨우 26세에 입체파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 ‘아비뇽의 처녀’(1907)로 르네상스 이후 서양미술사 500년의 전통을 일거에 무너뜨렸고 평생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거듭하며 20세기 미술사를 이끌었다. 그래서 20세기는 피카소의 세기라고도 한다.

전 세계는 끊임없이 그를 기억해 매년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서 열리는 굵직굵직한 피카소 전이 10개가 넘고 이때를 맞춰 미술 애호가들은 여행을 떠날 정도다.

세계 미술시장에서도 피카소는 독보적인 화가로 남아 2004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나온‘파이프를 든 소년’(1905)이 세계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1억416만 달러에 팔렸으며, 지난 3일‘도라마르’(1941)가 소더비 회화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인 9,520만 달러에 낙찰되는 등 그의 작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런 피카소가 한국인 곁으로 온다. 한국일보사와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위대한 세기:피카소’전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20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사실상 국내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피카소가 92년의 긴 생애 동안 남긴 5만여 점의 작품 가운데 초기부터 말년까지 전 생애의 시기별 대작과 걸작 등 140여 점이 선보인다.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독일의 주요 미술관과 재단 및 개인 등 전 세계 23곳의 소장처에서 빌려왔다.

대형 유화 50여 점을 비롯해 과슈와 파스텔, 데생 등 종이작품 30여 점, 판화 60여 점, 도자기 10점 등으로 국내 전시 사상 단일 작가로는 최대 규모다.

판화 중에는 피카소가 90세가 되던 71년부터 죽기 전까지 그의 인생을 돌아보며 작업했던 ‘무젱의 판화집 156’ 중에서 17점도 포함됐다. 그동안 국내 피카소 전은 판화 위주였고 가장 큰 전시였던 85년 호암갤러리의 피카소 전도 유화는 전체 70여 점 중 30여 점에 불과했다.

100억원이 넘는 작품 30여 점을 포함해 140여 점의 작품 가격 총액은 6,000억원으로 국내 전시 사상 최고가 기록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작품들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것이어서 의미가 더 깊다.

최고가인 500억원의 대작 ‘솔레르씨 가족’(1903)은 벨기에 리에주 근대 미술관이 지난 70년간 단 두 차례만 대여할 만큼 귀한 작품이고 피카소의 개인 화상이었던 컨바일러 화랑의 ‘앉아있는 여인’(1962)도 유럽에서 딱 한 번 전시됐던 걸작이다.

특히 피카소의 딸인 파로마 피카소와 컨바일러 화랑에서 빌려온 ‘프랑수아즈의 머리’(1948), ‘기사와 시동과 수도승’(1951), ‘회색의 꽃 여인’(1946) 등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들이다.

알제의 여인들
(1955, 유화, 114x146cm, 개인 소장, 영국)
19세기 위대한 화가 들라크루아의 '알제의 여인들'을 큐비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 고전적 규율과 겨루면서 그것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모방하고 끝내는 그것에서 자유로와지는 피카소의 창조성을 볼 수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4점의 시리즈 중 한 점이 1,860만 달러(약 186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피카소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시기별, 주제별로 구성해서 보여준다.

초기 청색이 주조를 이룬 청색 시대(1901~1904)와 1904년 프랑스 몽마르트르에 정주하면서부터 시작된 장미 시대(1904~1906), 20세기 미술사의 신기원을 이룬 입체파 시대(1907~1912)를 거쳐 1차 대전 직후 1920년대의 고전주의 시대(1914~1925), 그리고 초현실주의적 인체 변형의 시대(1926~1936), 게르니카(1937)와 2차 대전 시기, 50년대 이후 왕성한 창작 시기의 작품들을 통해 작품 양식의 변천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청색 시대 대표작 ‘솔레르씨 가족’을 시작으로 입체파 시대의 ‘비둘기’(1910), 고전주의 시대의 ‘우물가의 세 여인’(1921), 초현실주의 시대의 ‘무용’(1927), ‘거울 앞의 잠자는 여인’(1932), 게르니카 시대의 ‘우는 여인’(1937), 그리고 말기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1961), ‘모자를 쓰고 앉아 있는 사람’(1972) 등이 대표적인 걸작이다.

한자리서 만나는 '피카소의 사람들'

이번 전시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피카소의 사람들’이다. 입체파 시대에 집중된 정물화를 제외하면 피카소 작품의 90%는 인물화다. 그가 사랑한 여인들과 가족, 주변 인물, 역사와 문학 속 인물, 다양한 자화상 등을 만나볼 절호의 기회이다.

특히 피카소의 여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작품들은 따로 모아 전시한다. 그의 작품들은 수많은 여인과 만남과 이별을 통해 변화, 발전해왔다. 피카소가 생애를 통해 만난 여성의 수는 정확치 않으나 그에게 영감을 준 여인은 대부분 작품에 등장한다.

최초의 여인인 올리비에(1904-1912 : 연도는 피카소와 관계를 맺은 시기)로부터 에바 구엘(1912-1915), 첫 부인인 올가 코크로바(1917-1918), 마리 테레즈 발테르(1927-1937), 도라 마르(1936-1943), 프랑스와즈 질로(1943-1953) 그리고 두 번째 부인이자 마지막 여인인 자클린느 로크(1952-1973)의 면면을 피카소의 화폭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들 여인을 미리 파악하고 전시장을 찾으면 한결 알차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세기를 넘어 불멸의 화가로 남은 피카소와의 만남은 9월 3일까지 계속된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10시, 토ㆍ일요일 및 공휴일 오전 10시~오후 8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는 성인 12,000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5,000원이며 7세 미만과 65세 이상은 무료다.

전시 안내 홈페이지는 www.picassokorea.com (02)724-2900

피카소 작품 경향별 연보

1881 스페인 밀라가에서 출생
1900 바로셀로나의 선술집 ‘네 마리 고양이’에서 데생 150점 전시.
1901 청색 시대 개막. 파리에서 첫 개인전.
1904 페르낭도 올리비에 만나 청색 시대의 우울함 벗고 장미 시대로. 파리로 영구 이주.
1907‘아비뇽의 처녀들’로 입체주의 시작.
1908 칸바일러 화랑에서 첫 큐비즘 회화전 개최.
1911 첫 뉴욕 전시회.
1918~24 올가 코크로바와 결혼(1918). 고전주의 시대.
1925~35 초현실주의 작품 시대.
1927 17세 모델 마리 테레즈 만남.
1936 프라도 미술관장으로 임명. 도라 마르 만남.
1937~45 게르니카(1937)와 2차 대전 시기
1939 뉴욕현대미술관에서‘피카소: 40주년의 그의 미술’개최.
1943 프랑수아즈 질로 만남.
1946 뉴욕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 개최.
1951 도쿄에서 회고전. 한국전쟁을 테마로 한 ‘한국에서의 학살’그림 작업.
1953 자클린느 로크 만남.
1961 자클린느 로크와 결혼.
1963 바르셀로나에 피카소 미술관 개관.
1964 전 애인 질로가‘피카소와의 삶’회고록 출간.
1966 소묘와 에칭에 몰두.
1970 아비뇽 교황청에서 피카소 작품 전시.
1973 프랑스 무젱에서 타계.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