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가 핫라인]

한류 스타들의 국내 흥행 부진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배용준, 권상우, 최지우, 송혜교, 손예진 등 한류 스타들이 아시아권 국가를 호령하고 있지만 정작 고향인 한국의 안방에서는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특히 ‘한류 맞춤형 상품’으로 기획된 드라마들의 국내 실패가 두드러지고 있어 ‘한류 위기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류 상품’들이 뿌리를 두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의 실패로 말미암아 해외 시장에서의 반응도 시들해지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초 권상우-김희선 커플을 앞세운 MBC ‘슬픈 연가’의 부진으로 시작된 이 ‘한류필패’(韓流必敗) 시리즈는 이동건-김하늘 커플의 SBS ‘유리화’, 비의 KBS 2TV ‘이 죽일 놈의 사랑’, 손예진의 SBS ‘연애시대’ 등으로 이어졌다.

한류 연출의 쌍두마차인 ‘겨울연가’의 윤석호 PD와 ‘천국의 계단’의 이장수 PD도 한류필패 대열에 여지없이 합류했다. 계절 시리즈 완결편인 KBS 2TV ‘봄의 왈츠’와 SBS ‘천국의 나무’가 모두 국내에서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영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배용준-손예진 커플을 앞세운 ‘외출’이 작품의 잔잔한 스토리만큼이나 조용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고, 권상우의 ‘야수’, 송혜교의 ‘파랑주의보’, 최지우의 ‘연리지’ 등도 저조한 흥행 성적을 손에 쥐었다.

한류 스타들의 연이은 국내 실패는 스타 파워에만 의존한 채 내실을 소홀히 하는 ‘한류 맞춤형 기획’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짜임새 있는 대본 등 완성도보다 한류 스타들의 스타 파워만을 내세워 투자를 유치하고, 이미지만을 활용하려는 자세가 외면을 부른 것이다.

또한 국내 팬들의 관심과 흥행 코드는 소홀히 여기고 해외 팬들의 구미에 맞추려는 기획 의도도 국내 부진의 큰 이유가 됐다. 윤석호 PD의 ‘봄의 왈츠’나 이장수 PD의 ‘천국의 나무’의 실패는 국내 시청자 정서를 다소 도외시한 기획이 실패를 부른 대표적인 사례다.

아시아 국가에서 이들 한류 스타의 인기 및 위상은 여전히 굳건하다. 아시아 팬들은 이들의 존재 자체에 열광한다. 그러나 본고장에서 실패한 뒤 해외 시장에서 만회하겠다는 생각은 모래 위에 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생각과 다를 바 없다.

최근 일본의 ‘혐한류’ 움직임과 중국의 한류 견제 조치들은 한류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진단이 필요한 시점에 왔음을 보여한다.

5월 중순 ‘한류필패’ 의 고리를 끊겠다는 각오로 2편의 드라마가 시청자를 찾았다. 김희선 주연의 SBS ‘스마일 어게인’과 안재욱 주연의 KBS 2TV ‘미스터 굿바이’다. 김희선과 안재욱은 한류의 문을 연 한류 개척자들이다.

두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은 기획 의도에 한류를 내세우지 않는 점이다. 국내 시청자 정서를 겨냥한 기획에 충실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노력들도 엿보인다. 국내 성공을 밑거름으로 한류를 추진한다는 기본에 충실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스마일 어게인’과 ‘미스터 굿바이’가 여러모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