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대 자연생태원, 8,300여 종의 식물 자라

금낭화, 금새우난초, 꽃창포, 노랑무늬붓꽃, 매발톱꽃, 복주머니란, 솔붓꽃, 은방울꽃, 족도리풀, 수련…. 지금 한택식물원을 밝히고 있는 어여쁜 꽃들이다. 이른봄에 피는 꽃은 어느새 스러지고, 이젠 봄과 여름 사이를 이어주는 꽃들이 주인이다.

전문가들도 찾는 동양 최대의 종합식물원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비봉산 서쪽 기슭에 자리한 한택식물원은 동양 최대의 종합 식물원이다.

1979년부터 24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2003년 5월 문을 연 식물원의 규모는 총 20만평. 이곳엔 초본식물 1,700종, 목본식물 700종의 자생식물 2,400종과 5,900종의 외래식물 등 총 8,300여 종 730여 만 본의 식물이 식재되어 있다.

우리 산과 들에서 자라는 대부분의 나무와 꽃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학계에서 내로라 하는 식물 전문가들도 수시로 이곳을 찾는다.

일반에게 개방된 부분은 5만평 규모의 동원(東園)과 수생식물원 등 모두 7만여 평으로 모두 29구역으로 나뉜다. 연구림(林)이라 관람객에게 개방하지 않는 서원(西園)을 제외한 동원만 대충 산책하며 훑어보는 데도 최소 2시간이 걸린다.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4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각 식물에 대한 설명도 정확하고 자세하게 잘 되어 있어 한 번 꼼꼼히 둘러보고 나면 그동안 몰랐던 들꽃에 대해 어느 정도 눈이 떠질 정도. 그래서 사시사철 찾는 마니아들도 적지 않다.

자연생태원은 한택식물원이 가장 자랑하는 공간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아담한 계곡을 따라 펼쳐진 1만5,000평 부지에 1,000여 종의 우리나라 자생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실제 자연 생태 조건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8년이나 공을 들였다.

지금 이곳은 하늘매발톱과 금낭화 등이 한창이다. 눈길을 끄는 족도리풀은 특이한 생태의 식물이다. 족두리를 닮은 꽃송이가 땅바닥에 붙어 피기 때문에 벌이 아닌 개미나 지렁이 등이 수정을 시킨다고 한다. 이외에도 잎이 부채처럼 큰 개병풍과 흑산곰취 등 희귀식물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자연생태원을 지나 산책로를 따라 맨 위쪽의 전망대에 오르면 식물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월가든, 암석원, 유리온실 등 동화의 나라 같은 식물원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가슴이 시원해지는 풍경이다.

이곳에서 내려오면 솜다리꽃 등 500여 종의 고산식물이 자라고 있는 암석원이 반긴다. 그늘을 만들어주기 위해 중간중간에 관목을 심었고, 주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지표 아래로 계곡수를 흘려서 지열을 식히고 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를 볼 수 있는 ‘호주 온실’도 잊지 말고 들러보자. 1그루당 무게가 3톤에 달하는 바오밥나무 3그루를 반입하기 위해 식물원 측은 꽤나 애를 먹었다고 한다. 얼마 전 끝난 텔레비전 드라마 '궁'에 나왔던 곳이라 연인들이 많이 몰린다.

중국의 베이징식물원에서 기증 받은 350종의 모란과 80여 종의 작약이 자라는 ‘모란 작약원’도 요즘에 인기 있는 공간이다. 붉은 색으로 뒤덮인 꽃밭 풍경이 참 좋다.

수생식물원엔 아이리스와 꽃창포가 만발

도로 건너 서원 쪽에 있는 수생식물원도 꼭 들러볼 만하다. 봄이 깊어지면 아이리스와 꽃창포가 연못을 수놓는다.

한낮에 개화한 뒤 저녁에 오므라들어 ‘잠자는 연’이라 불리는 수련(睡蓮)의 붉은 꽃잎이 정갈하고, 샛노란 물양귀비의 자태는 요염하다. 수련은 보통 오후 2시쯤엔 꽃잎을 닫으므로 그 전에 들러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멸종위기에 있다는 보랏빛 꽃잎의 가시연, 앙증맞은 노란 개연, 애기수련, 순채, 물옥잠 등도 예쁜 미소로 반긴다.

한택식물원 안에 간단한 음료와 요기를 할 수 있는 식당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유모차 이용에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다. 식물 보호를 위해 카메라 삼각대 반입은 금지되어 있다. 애완동물도 출입 불가. 식물원 안에선 취사를 할 수 없지만, 도시락 반입은 가능하다. 동행한 가족들과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다.

관람시간은 아침 9시부터 일몰 시간까지인데, 적어도 일몰 1시간 전까지 입장을 해야 한다. 가든센터에서 영상물을 상영하며, 단체는 숲해설사의 안내를 요청할 수 있다.

입장료는 주말에 성인 8,500원(주중 7,000원), 청소년 6,000원(5,500원), 어린이 5,000원(4,000원). 주차는 무료. 기타 자세한 사항은 한택식물원 홈페이지(www.hantaek.co.kr)를 참조하거나 사무실(031-333-3558 031-671-5665~7)에 문의.

교통
△ 영동고속도로 양지 나들목→ 17번 국도→ 백암면소재지→ 329번 지방도→ 장평초등학교→ 한택식물원.
△ 중부고속도로 일죽 나들목→ 38번 국도(안성 방면)→ 죽산면 소재지→ 농협LG 주유소→ 한택식물원.

숙식
식물원 입구의 가든센터에서 식사와 간단한 음료 구입이 가능하다. 한식당인 미담(031-323-3747)은 식물원에서 채취한 나물, 산야초 등을 재료로 만든 반찬으로 상을 차린다. 미담정식(1인분 2만5,000원), 산채비빔정식(9,000원), 백암순대국(7,000원) 등이 있다.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