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일식당 '아지노'의 우동·소바 & '마루'

음식이 맛있는 데다 인테리어나 실내 분위기도 훌륭하고, 거기에다 가격도 싼 편인데 만약 손님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아마도 그 식당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일 것이다.

서울 강남 논현동 도산대로변의 야트막한 언덕 위에 우뚝 들어선 15층짜리 고층빌딩. ‘엠포리아’로 이름 붙여진 이 건물 2층에는 조그마한 일식당이 자리해 있다. 바로 우동 전문 일식당 ‘아지노’다.

지난달 사무실 입주가 시작된 이 빌딩은 사방이 투명한 유리창이라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밖에서도 그대로 보인다고 ‘누드빌딩’으로도 불린다.

그리고 식당 오픈을 알리는 길다란 플래카드가 빌딩 벽면에 드리워져 있지만 아직 이 식당에 대해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자동차로 바쁘게 오가다 고층 빌딩의 위용에 눌려 미처 그 안에 숨겨진 ‘가치’를 놓치기가 더 쉬워 보인다.

깔끔한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 분위기가 물씬 나는 ‘아지노’의 메뉴판 첫머리에는 ‘아지노 우동’이라고 써 있다. 이름처럼 ‘맛있는’ 우동이란 뜻인데 바로 옆에 적혀 있는 6,000원이란 숫자가 약간은 놀랍다.

일반 우동 한 그릇의 절대 가격에 견주면 싼 것은 아니지만 서울 강남의 번화가 한가운데 있는 고급 일식당의 우동치고는 보는 순간 긴가민가할 정도로 턱없이 비싸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동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각기(가케)우동’격인 ‘아지노 우동’에는 생각외로 먹을거리가 많이 들어가 있다.

‘각기 우동’이라면 면과 국물, 약간의 야채 정도만 들어가는 것이 보통인데 웬걸 오뎅과 어묵, 유부 등 그릇에 담긴 여러 먹을거리들이 푸짐하다. 길이가 10cm는 넘어보이는 튀김새우(대하)까지 가운데 떠 있다.

롯데, 하얏트, 신라 등 유명 호텔 출신의 김석중 조리장은 “가장 값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표우동의 맛을 내기 위해 이것저것 넣다 보니 푸짐해졌다”고 말한다. 또 쫄깃한 면과 시원하고도 감칠맛 도는 국물맛을 내는 ‘가쓰오부시’(참치 말린 것) 등 우동 주재료는 모두 일본서 공수해온 것들이라고.

그는 우동 국물 본연의 맛을 잃지 않기 위해 심지어 조개도 그냥 넣지 않고 미리 삶아 넣는 세심함까지 보인다. 미리 넣으면 우동 국물에 조개 국물 맛이 더해져 이도저도 아닌 맛이 될까 봐서다.

또 다른 자랑거리 메뉴는 대나무 그릇에 담겨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소바(메밀국수)다. ‘원래 메밀면이 끊기듯’ 입안에서 묵직하게 씹히는 면발 역시 일본서 공수해온 것.

보통 감자가루를 함께 넣어 뽑아낸 메밀국수는 쫄깃하면서 잘 안 씹히는데 여기는 메밀 성분이 많아선지 한 입 씹으면 면발이 바로 끊겨 버린다. 살얼음처럼 얼려 시원하게 나오는 소바다시에 소바를 한 입 찍어 먹는 것만으로도 올 여름 더위가 싹 달아날 듯하다.

1인분짜리가 5,000원, 2인분용이 9,000원인 가격도 큰 부담이 없다. 일본식 무, 가지절임, 파 등 ‘쯔끼모노’(밑반찬)는 먹을 만큼 손님이 덜어 먹는다.

함께 내놓는 ‘멘타이 우동’은 시중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일본식 별미 요리다. 명란젓을 발효시켜 비빔국수처럼 면발에 비벼 내는데 생각외로 짜지도 않다.

우동이나 소바처럼 간단한 메뉴보다는 코스를 갖춘 일식을 맛보려면 3, 4층의 일식당 ‘마루’로 올라가면 된다. 스시, 회 등 각종 일식 요리에 떡갈비나 등심, 해물화로구이 등 한식도 접목시킨 퓨전 일식을 맛볼 수 있다.

메뉴

2층 ‘아지노’는 우동 종류가 6,000원부터. 주먹밥 등 단품 메뉴는 3,000원부터. 3, 4층의 ‘마루’는 계란찜, 해물샐러드, 사시미, 생선구이, 튀김, 맑은국(도미나 조개, 송이), 대통밥, 꼬치구이, 대마키, 덮밥, 과일과 차 등으로 구성되는 코스 메뉴가 1만8,000원부터. 천연산마낫또, 연어스노모노 등 무침류는 6,000원부터.

찾아가는 길

강남 신사역에서 안세병원 4거리 지나 도산대로 방향 대로변 언덕 위 우측 (선샤인호텔 건너편). (02)3443-5555


글·사진=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