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세우리병원 - 척추관협착증 노인 환자, 무수혈수술로 후유증 등 줄여

▲ 대전에 있는 세우리병원에서 척추경 나사못 고정술로 척추병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100m를 걷기가 벅차고, 10분 이상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나이 들어 몸을 도통 움직이려 하지 않고 방에만 틀어박혀 지내려는 노인들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은 다리 뒤쪽이 땅긴다거나 허리가 아파, 잘 걷거나 오래 서 있지 못하겠다고 고통을 호소한다. 이런 증상의 노인들은 “이제 팔팔한 젊음은 영영 갔구나”하고 자신의 아픔을 세월 탓으로 돌리며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료를 포기하거나 비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증상의 원인이 신체의 노화 때문일 수도 있지만 척추에 생긴 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자일 경우엔 노후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충남 청양군에서 농삿일을 하는 유모(70) 씨가 그러한 경우였다. 유 씨는 20년간 다리 통증과 저림 증세로 고통을 겪었지만 늙으면 그러려니 하고 참아왔다. 게다가 70대 노구인 데다가 당뇨, 고혈압 등 전신질환까지 앓고 있어 수술은 엄두도 못냈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찾아가도 “수술을 받다가 사망할 수도 있다”거나 “수술에 성공하더라도 자칫 앉은뱅이가 돼 평생 대소변을 다른 사람이 받아 낼 수 있다”고 말하는 바람에 치료는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 신경이 척추 뼈에 눌려 발의 다리 마비 증상이 악화해 통증조차 잘 느끼지 못하고, 발이 시퍼렇게 변색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지막 수단’이란 심정으로 가족의 등에 업혀 병원 수술대에 올랐다. 다행히 지금은 증세가 호전돼 새 삶에 대한 희망을 건져 올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50대 이후 발병하는 퇴행성 질환

유 씨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병이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관협착증이란 척추 뼈마디가 굵어지거나 인대가 두꺼워져 척추관을 좁아지게 하고 그 결과 척추를 지나가는 신경을 압박함으로써 다리 저림, 마비 등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50대 이후 발병하는 전형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척추관협착증의 증상은 디스크와 비슷하지만 치료는 디스크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다.

디스크의 경우 그냥 둬도 신경을 압박하던 디스크의 점진적인 흡수 현상이 일어나 통증이 한결 나아지는 등 자연스런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척추관협착증은 방치하면 대부분 계속 악화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뼈와 인대가 커지거나 두꺼워져 신경압박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척추 전문의들은 “척추관협착증은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는 보존적인 치료만으로는 완치가 힘들다”고 말한다. 주로 발병 초기에 쓰는 보존적 치료란 소염제 복용으로 통증을 가라앉히면서 열 찜질 등 물리치료,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신경치료) 등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요법이다.

그래서 신경 압박이 초기 단계를 넘어 중증일 경우엔 수술로 치료하는 것이 낫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수술법으로는 ▲현미경으로 수술 부위를 살펴가면서 신경을 누르는 뼈나 인대를 제거하는 현미경 신경감압술 ▲나사못 등으로 척추 뼈를 고정시키면서 신경 협착 증상을 풀어주는 척추경 나사못 고정술이 일반적이다.

분리 수술, 감염우려 적어

척추경 나사못 고정술의 경우 시술 부위를 15~20cm 절개해 척추 뼈에 눌려 있는 신경다발을 풀고 압박 부위를 넓힌 다음, 척추 뼈를 정상 상태로 고정시키기 위해 티타늄 재질의 봉(棒)과 나사못으로 연결하고 마지막으로 봉합수술을 하는 방법이다.

절개 부위를 열어둔 상태에서 시술하다보니 수술 시간이 4~7시간 걸리고 계속 수혈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나사못을 잘못 박을 경우엔 신경근육이나 척수를 건드려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병원들은 고령자나 심혈관계, 내과계 질환이 있는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하는 것은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정상적인 척추의 모습(왼쪽)과 분리증이 진행된 척추.

최근에 등장한 것이 척추경 나사못 고정술을 개선한 ‘무수혈(無輸血) 수술법’이다.

실시간 엑스레이(X-ray)인 방사성 투시 영상(C-Arm)을 이용하여 정확한 수술 위치를 확인하면서 나사못과 티타늄 재질의 봉으로 척추 뼈를 고정시킨 후, 2단계로 신경의 압박을 풀고 좁아진 공간을 넓히는 절개 수술을 따로 하는 방법이다. 기존에 긴 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을 2단계로 분리해 시술 시간을 평균 2시간 대로 단축시킨 것이다.

무수혈수술법의 취지는 나사못을 고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척추 뼈나 척추 신경의 손상 등 수술 후유증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마취를 구멍을 뚫는 부위로 제한했기 때문에 시간 단축은 물론이거니와 수술 중 피가 조금밖에 나지 않아 수혈도 필요없고 각종 감염 우려도 적다고 한다. 그래서 ‘무수혈’이란 이름이 붙었다. 수술 부위와 시간이 줄면서 회복에 걸리는 시간도 그만큼 빨라졌다.

무수혈수술법을 도입한 대전 세우리병원 정호 원장은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수술이 기존보다 훨씬 정확하고 간편해졌다”며 “척추관협착증 뿐만 아니라 척추 전방전위증(척추 뼈의 위ㆍ아래가 분리돼 서로 어긋난 증상) 환자, 개념은 조금 다르지만 후방절제술을 해야 하는 환자 등에게도 시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허리에 부담이 가는 일을 많이 하는 가정주부나 40, 50대 남성들은 평소에 스트레칭을 자주 하고 바른 자세를 지녀 척추를 잘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며 “하지만 척추질환이 생겼을 경우엔 정밀 진단을 받고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과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관협착증 증상은

척추관협착증 증상은 디스크(추간판 탈출증)와 비슷하여 헷갈리기 쉽상이지만 이 질환만의 특징이 있다. 앉아 있을 때는 비교적 괜찮다가도 일어서거나 걸을 때 증상이 심해진다. 증세가 깊어지면 걷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발병 초기 30분 정도 걸으면 다리가 아파 쉬던 것이 20분, 10분, 5분, 1분 등으로 간격이 자꾸 짧아진다. 다리가 땅긴다고 운동을 게을리 하면 자칫 다리 감각 마비나 대ㆍ소변 장애 증상까지 나타나 평생 말 못할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 없이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정리=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