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우이도

봄은 참으로 짧았다. 어느새 여름이 훌쩍 코앞에 다가온 듯 더운 날씨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강물이나 바닷물로 뛰어들긴 조금 이르다. 아직 본격 무더위가 닥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한여름이 되면 강과 바다는 피서 인파로 넘쳐나겠지만, 상대적으로 호젓한 요즘은 이른 더위를 식히며 한가롭게 여름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람과 모래가 빚은 모래언덕 일품

이런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섬이 있다. 한반도 서남해 먼바다에 떠있는 신안의 우이도(牛耳島)다. 섬의 생김새가 소의 귀를 닮았다는 이 섬은 서해안의 신두사구와 쌍벽을 이룰 만큼 모래로 유명한 곳이다.

우이도는 사시사철 모래 바람이 분다. 여름철엔 비교적 약한 편이지만,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마루에 미세한 모래가 내려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죽하면 ‘우이도 처녀들은 모래 서 말 먹고 시집간다’는 말까지 생겼을까.

모래섬 우이도의 상징은 섬 서쪽의 돈목마을에 있는 모래 언덕이다. 주민들이 ‘산태’라 부르는 이 모래언덕의 수직 고도는 약 50m, 경사면의 길이는 100m. 실제 경사도는 32~33도쯤 되지만 심장 약한 이가 보면 70도를 훌쩍 넘는 것처럼 보인다.

모래언덕은 조류와 바람의 합작품이다. 조류가 밀물 때 언덕 북쪽의 해안에 모래를 올려놓고 물러나면 썰물 때 북서풍이 몰아쳐 언덕으로 모래를 밀어 올리는 작용이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이런 모래언덕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엔 사랑을 이루진 못한 남녀의 슬픈 전설도 담겨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언덕 남쪽의 돈목마을 청년과 북쪽의 성촌마을 처녀가 사랑에 빠졌다. 젊은 연인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날마다 이 언덕에서 만났다. 둘의 사랑이 깊어만 가던 어느 날, 파도 심한 밤에 청년이 나타나지 않았다. 언덕에서 며칠을 기다리던 처녀는 연인이 고기잡이 나갔다가 풍랑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음을 알게되었다. 상심한 처녀는 결국 파도 치는 바다로 뛰어들고 말았다.

주민들은 남자는 죽어서 바람이 되었고, 여자는 죽어서 모래가 되었다고 말한다. 두 연인은 자신들이 사랑을 쌓아가던 그 언덕에서 바람과 모래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모래언덕은 그 자체가 예술이다. 특히 바람이 세게 불거나 소나기라도 한바탕 내린 뒤엔 모래들이 뭉쳐 갖가지 형상의 조각품들을 빚어낸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이방인들의 발자국도 하룻밤이 지나면 원상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모래언덕을 산책하는 재미도 우이도 탐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그러나 아쉽게도 당분간 모래언덕을 걸을 수 없게 되었다.

다도해국립공원관리공단측에서 2010년 4월까지 일반인 출입을 통제키로 했기 때문이다. 여름 피서철에 찾은 사람들이 이 모래언덕에서 썰매를 타듯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에 원형이 많이 훼손된 탓이다.

공단측은 일반인들이 올라갈 수 있게끔 모래언덕 옆으로 목교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호미로 꽃조개 잡는 재미 쏠쏠

▲ 돈목해수욕장

섬에 즐길 거리는 적지 않다. 우선 600m의 기나긴 백사장을 거닐다가 백사장에서 꽃조개를 캐는 재미도 쏠쏠하다.

쪼그리고 앉아 날렵하게 생긴 호미로 김을 매듯 차근차근 긁으면 ‘툭’ 하고 느낌이 온다. 어린이들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혼자 1~2시간 정도면 한 가족의 저녁 찬거리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모래언덕 북쪽의 ‘큰대침이’ 마을 해안은 손을 덜 탔기 때문에 씨알도 굵고 잘 잡힌다. 호미는 민박집에서 빌려준다.

모래언덕이 있는 돈목마을의 교통수단은 경운기 4대가 전부다. 그래서 차량의 방해를 받지 않고 산책하기에도 좋다. 아이들이나 연인의 손을 잡고 다녀올 수 있는 돈목~모래언덕~큰대침이~성촌~돈목 산책길이 왕복 1시간쯤 걸린다. 꽃조개 잡는 시간까지 합쳐도 3시간이면 한가롭게 둘러볼 수 있다.

걷는 데 자신 있거나 산을 좋아한다면 상산봉(361.1m)을 다녀오자. 정상에선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바둑을 즐겼다는 전설이 있는 바둑판의 흔적도 남아있다. 왕복 2~3시간 걸린다. 일부 구간은 암릉이 펼쳐져 있고, 가시덩굴도 헤치고 가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무리다.

감성돔과 농어가 걸려드는 갯바위 낚시터도 많다. 낚시 포인트로는 돈목 항구 주변의 갯바위, 성촌, 예리, 선창구미 등이다.

교통
△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나들목→ 1번 국도→ 목포여객선터미널. 호남고속도로→ 광산나들목→ 13번 국도→ 광산→ 나주→ 1번 국도→ 무안→ 목포→ 목포여객선터미널. 서울서 5~6시간 소요.
△ 용산역→ 목포역= 호남선 열차가 매일 17~18회(06:35~22:05) 운행.

배편
△ 목포여객선터미널→ 우이도(직항)= 매일 1회(12:10) 운항, 3시간20분 소요. 어른 13,300원, 중고생 12,100원, 어린이(만 3세 이상) 6,650원.
△ 우이도→ 목포= 매일 1회(07:25) 운항. 날씨에 따라 운항 시간이 자주 바뀐다. 자세한 배편은 대흥상사(061-244-9915~6)에 문의.

숙식
돈목마을의 박화진 씨가 운영하는 다모아민박(061-261-4455)은 민박 손님에게 식사(1인분 5,000원)를 제공한다. 금방 잡아 싱싱하고 맛좋은 생선으로 요리한 찌개와 구이 등이 끼니마다 올라온다.

이외에도 우림장(061-261-1860), 한승미민박(061-261-1740) 등 5~6가구가 민박을 친다. 1실(3인 가족 기준)에 3만원 내외. 돈목마을에 식당은 없다. 마을에 공중전화 4대가 있고, 웬만한 장소에선 핸드폰이 터진다.


글·사진=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