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디 맑은 순수의 힘으로 동시와 동화, 에세이, 소설을 남기고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작가 정채봉(1946~2001).

성인동화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그는 대표작 ‘오세암’(1990) 이후 놀라운 창작열로 다양한 주옥 같은 작품들을 지상에 남겼다. 올해로 5주기를 맞아 그의 문학적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전집이 나왔다.

이번에 출간된 전집은 2007년까지 완간될 총 30종 33권에 앞서 1차분 8종 9권. 두 살 때 사별한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스무 살 어머니’를 비롯, ‘그대 뒷모습’ ‘초승달과 밤배’ 등 그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작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정채봉 지음. 샘터사 발행.

독일 내면의 여백이 아름다운 나라 / 장미영, 최명원 지음

2006 월드컵 개최지 독일은 전쟁과 분단을 겪으며 성장한 나라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적다.

화려한 개인플레이보다 탄탄한 기본기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휘젓는 ‘전차군단’ 독일 축구처럼 독일은 ‘원칙주의’로 유명하다. 그 배경에는 척박한 기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겉치장 대신 내면에 천착하게 된 역사적, 지리적 사정이 깔려 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철학이 발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문화, 예술부터 독일인의 사고방식과 일상생활까지 ‘내면의 힘’이라는 잣대로 재단한다. 또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 생생한 독일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리수 발행. 1만900원

엽기 조선왕조실록 / 이성주 지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골초 국가’, 컨닝이 난무했던 공무원 시험장, 한 끼 식사로 일본보다 3배 반이나 많은 양을 먹어치워 ‘대식국’. 이것은 어느 나라의 풍경일까. 바로 조선 시대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이다.

‘엽기’라는 코드로 조선왕조실록을 새롭게 해석한 이 책은 기존의 엄숙한 역사서에서 한 발짝 비켜나 ‘조선사 다시 보기’를 시도한다.

왕실의 성교육 등 소재도 특이하고 엽기에 걸맞은 사투리와 반말, 속어 등을 사용해 이야기를 풀어감으로써 역사를 대중의 곁으로 끌어내린다.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 특유의 경쾌한 대화체 문장과 시공을 넘나드는 상상력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추수밭 발행.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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