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은 다가오고 날씨는 갈수록 후텁지근해 몸이 축 늘어지는 초여름. 우리는 어딘가로 시원한 탈출을 꿈꾼다.

그럴 때면 생각나는 게 뮤지컬과 연극 공연이다. 배우들의 열연과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는 일상에 지친 영혼을 위로해주는 단비다. 올 여름에 가볼 만한 무대 3곳을 소개한다.

▦ 브로드웨이 차세대 뮤지컬 '브루클린'

‘난타’의 PMC프로덕션, ‘지킬 앤 하이드’의 오디뮤지컬컴퍼니, 그리고 ‘알타보이즈’의 충무아트홀이 손잡고 함께 무대에 올린다.

지난해 브로드웨이에서 ‘차세대’ 뮤지컬이라는 평가를 받은 명성과 국내 공연계 빅 3가 꾸민 뮤지컬이라는 점이 관객의 기대를 한껏 부풀린다. 2004년 초연된 브로드웨이 최신작으로,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막을 올린다.

‘브루클린’은 스스로를 콘크리트 사이에서 피어난 잡초라고 부르는 ‘거리의 가수’들이 전해주는 일종의 ‘거리의 동화’이다.

‘콘서트 무대= 버려진 공터, 마이크 = 찌그러진 음료수캔’인 초라한 현실일지라도, 공연을 하는 동안 그들이 만들어내는 판타지는 사람들에게 깊은 위로와 용기를 전달한다.

콘서트 뮤지컬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렬한 음악이 압권. 펑크, 하드록에서 팝, 가스펠, 소울 그리고 R&B까지 다채로운 음악이 마치 관객이 콘서트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김소현, 문혜영, 홍지민 등 출연. 27~ 8월 1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1544-1555

▦ 페이스 오프… 인간 내면의 사악한 본성 엿보기

▲ 뮤지컬 '페이스 오프'

‘작지만, 알찬’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열었던 ‘루나틱’의 연출가 백재현이 두 번째 작품 ‘페이스 오프’(Face Off)를 선보인다. ‘페이스 오프’라는 섬뜩한 제목처럼, 사람들 내면에 숨겨져 있는 사악한 본성을 이끌어내어 철저하게 파헤친다.

‘칼로 물 베기’가 결코 아닌, 위험천만하고 아슬아슬한 싸움을 하는 부부가 주인공.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들의 머리 싸움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거대한 유산을 상속 받은 ‘윤서’는 방탕한 생활을 일삼으며 그녀의 돈을 무자비하게 쓰고 다니는 남편 ‘태준’과 이혼하기 위해 그의 쌍둥이 동생 ‘영준’을 끌어들여 이혼 서류를 조작하려 한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던 그녀의 계획은 자꾸 꼬여 가고 결국 살인사건으로까지 치닫고···. 결말에서는 깜짝 놀랄 반전이 기다린다.

윤서현, 김희원, 전수미 등 출연. 23 ~ 9월 3일까지 대학로 씨어터일. (02) 3674-1010

▦ 벽 속의 요정… 김성녀 첫 모노드라마

‘배우의 힘’을 보여주는 공연이다. 배우 김성녀의 첫 모노드라마. 1인 30인 역을 소화해내는 명연기로 지난해 6월 초연 당시 큰 호평을 받았다. ‘2005 올해의 예술상’ ‘평론가협회선정 우수연극 베스트3’ ‘동아연극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7월 6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무대에 다시 오른다.

어린 시절, 벽 속에서 들려온 소리를 듣고 벽 속에 요정이 있다고 믿게 된 아이는 요정에게서 옛날 이야기도 듣고 노래도 배우면서 둘도 없는 친구로 자라게 된다.

그러다 아이는 그 요정이 죽은 줄만 알았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방 후 반체제 인사로 몰려 그동안 벽 속에 피신해 숨어살았던 것. 숨어서 딸의 성장을 지켜봐야 했던 아버지의 애뜻한 부성애와 격동의 세월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강렬하거나 폭발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따뜻하고 나지막하게 마음을 울리며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긴 여운을 남긴다. (02) 747-5161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