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조련사, 뮤즈 / 프랜신 프로즈 지음 / 이해성 옮김

‘천재 예술가의 파트너로서 시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수동적 여성’의 이미지로 각인된 말인 뮤즈는 원래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학예의 여신을 뜻한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 기존의 수동적, 소극적 역할을 깨고 직접 예술을 창조하는 ‘진짜 뮤즈’로서 살고자 했던 뮤즈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이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탄생시킨 꼬마 앨리스 리델부터 살바도르 달리를 미치광이 천재에서 유명 화가로 바꿔 놓은 갈라 달리, 존 레논을 오히려 자신의 뮤즈로 칭하는 예술가 오노 요코 등 시대에 따라 변화해온 6명의 뮤즈의 삶을 통해 새로운 여성상과 예술세계를 조망한다.

‘그녀들’이 ‘그들’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한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 역시 녹록지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푸른숲 발행. 1만5,000원

낯선 식민지, 한미 FTA / 이해영 지음

“세계화 시대에 개방을 늦추면 국가 경쟁력이 뒤떨어진다.” “무차별 개방으로 농업 등 산업기반이 무너진다.”

워싱턴에서 1차 본협상을 마친 한미 FTA체결을 놓고 국내에서 찬반 논쟁이 거세다. 국민들은 막연하게 “경제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게 아니냐”며 찬성쪽으로 기울지만 FTA의 실상은 잘 모른다. 가뜩이나 월드컵 열기까지 더해져 한미 FTA 문제는 국민 관심사에서 더 멀어진 듯하다.

저자인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반대 입장에 서서 “한미 FTA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아닌 ‘경제통합’협정”이라고 강조한다. 한미 FTA는 경제 전반에 걸친 협정으로 외국인 직접투자의 길이 활짝 열려 국내 기업의 인수 합병 등이 활발해질 것이며 그 결과 대규모 구조조정이 뒤따라 사회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것.

향후 한미 FTA가 경제적, 정치적으로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통계자료도 제시해 이해의 폭을 넓혔다. 메이데이 발행. 1만5,000원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 엮음 / 김기찬 사진

소월시문학상, 이수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 시인 안도현이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의 눈높이를 한 단계 높여 주겠다”며 펴낸 시 모음집이다.

김종삼 시인의 시부터 정현종, 신경림, 유홍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총 48편의 주옥 같은 시와 더불어 안도현의 감성어린 시 해설 쪽지 산문도 곁들여 시를 읽는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골목 안 풍경’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고 김기찬 씨의 흑백사진들이 군데군데 보석처럼 박혀 있어 책갈피에 끼워둔 은행나무잎처럼 1970, 80년대의 아련한 추억 속으로 인도한다.

그리하여 시를 입으로 읽고, 눈으로 보고, 또 가슴으로 느끼게 해 여운을 오랫동안 남기게 한다.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우리도 그 풍경을 이제는 사랑할 수 있을 듯하다. 이가서 발행. 8,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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