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

한여름 숲에 피어난 박새가 시원스럽다.

우거진 숲 속, 주변에 물이 흘러 습기가 많은 곳에 주로 자라니 우선은 이 박새를 바라보고 서 있는 바로 그 자리가 청량하기도 하거니와 크지 않은 꽃송이들이 모여 쭉 뻗은 길쭉한 꽃차례에 가득한 흰 꽃 또한 시원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게다가 늘씬한 잎새에 잎맥이 줄 지어 잘 발달한 모습과 탁하지 않은 연두초록빛 잎색깔도 여름에 걸맞게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박새는 이래저래 유명하다. 난, 식물을 공부하는 사람이니 박새라고 했을 때 식물로서의 그것의 개성과 명성에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사실 박새란 식물보다는 조류로 더 유명한 듯하다. 흰 배에 검은 털을 가진 유난히 통통한 산새의 하나가 박새이기 때문이다.

또한 식물로서의 박새을 얘기할 경우에 그 아름다움이나 학술적인 가치보다 식용 여부와 관련해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유난히 맛있는 산나물로서가 아니라 절대로 먹으면 안 되는 식물인 탓이다.

사실, 박새는 아주 유명한 독초이다. 한번은 방송사 뉴스팀이 산나물을 잘못 먹어 집단으로 입원한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원인이 된 식물이 궁금하여 달려왔다고 하기에 함께 확인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박새였다.

박새는 등산하다 물이 흘러 적절히 쉬면서 식사하기 좋은 장소에 서식하는 데다 잎은 넙적하여 쌈 싸먹기 딱 좋은 모양이라 뭣 모르고 따먹다 탈이 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어쨌든 식물 박새는 백합과에 속하는 아름다운 우리꽃이다. 6월부터 8월까지 여름 내내 비교적 긴 기간 개화기가 지속되니 지금 당장이라고 조금 깊은 어느 산에 가더라도 만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잎은 넓은 타원형으로, 길이가 최대30cm까지 자란다. 그리고 잎모양을 따라 나란히 맥이 잘 발달하여 아주 큼직한 잎은 어긋나게 달린다. 특히 줄기의 아랫부분에서는 잎 밑이 줄기를 싸고 층층이 달려 구태여 꽃이 없더라도 잎이 달린 식물체 모양을 띠어 보기에도 좋다. 줄기 아래엔 비늘줄기의 흔적이 있다.

여섯 갈래로 갈라진 우윳빛 꽃은 지름이 보통 2cm정도 되지만 이보다 훨씬 작은 것도 있다. 이런 잎과 그 끝에 꽃줄기들이 모여서 토양 조건이 적합한 곳에서는 1.5m높이까지 크게 자라기도 하지만 대개 허리 높이쯤 큰다.

사실, 박새는 독초이기도 하지만 약용식물이기도 하다. 한방에서 뇌졸중 약으로 처방되고 적당한 양을 쓰면 두통이나 염증, 담, 독을 없애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박새 역시 잘 쓰면 약이요 못 쓰면 독이 되는 대표적인 식물인 셈이다.

최근에는 관상용으로 관심을 두는 이도 많다. 예전에는 획일적인 화단이 주로 만들어졌지만 최근에는 생태공원을 비롯하여 물이 함께 있는 살아있는 자연공간을 많이 조성하다보니, 자연스레 습지에 자라는 박새 같은 식물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물론 그 모습도 특별하니 더욱 그러하다.

늠름하게 자라 올라 환하게 꽃피우며 한여름 청량한 매력을 발산하는 박새가 내부의 독으로 인간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그러나 적절하게 이용하면 인간에서 오히려 아주 긴요하게 쓰일 수 있는 식물이란 것을 생각하면, 그것은 마치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풀이랑, 꽃이랑, 나무랑 보거든 웬만하면 그냥 감상하고 아껴만 주세요. 언젠가 꼭 필요로 할 때 당신을 위해 쓰이도록 이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겠어요”라고.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