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레일바이크, 정선읍 구절리까지 철로 위 달리는 추억의 여행

‘레일바이크? 기찻길과 자전거라는 뜻인가?’ 처음 레일바이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레일바이크는 기찻길 위를 달리는 자전거를 말한다. 철로자전거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즘은 기차 탈 일도 별로 없을 뿐더러 철로 위를 달리는 자전거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떠났다. 정선으로. 뜨거운 여름 태양이 두렵기는 하지만 새로운 체험을 앞에 두니 그 또한 대수롭지 않다.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과 씽씽 달리는 자전거, 나란히 뻗은 기찻길과 그 옆을 함께 달리는 강물이 어우러져 멋진 추억이 되어 주었다.

폐철로 이용해 레일바이크 설치

정선의 새로운 명물로 급부상한 레일바이크를 타러 갔다. 서울에서 출발해 정선까지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정선읍에서 레일바이크의 출발점인 구절리까지 다시 30여 분을 달렸다.

여량(아우라지)을 지나자 도로는 폭이 좁아지고 구불구불 춤을 췄다. 오히려 시골길의 멋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도로 옆으로 강(송천)이 흐르고 그 건너편으로 철길도 나란히 있었다. 철길 위에 레일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이 간혹 보였다.

드디어 도착한 구절리. 정선선의 종착역이 있던 마을이다. 과거 이곳에 탄광이 있었기에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이 골짜기까지 철로를 깔았던 것. 폐광 후 사람들이 떠나고 열차 이용객이 급격히 줄어들자 마침내 2004년 운행을 중단했다.

그리고 2005년 7월, 철길 위에 열차 대신 레일바이크가 나타났다. 호기심에 타보는 이들이 생겼고 재미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정선 최고의 인기 관광상품이 되었다. 휴일에는 오후 한두 시만 지나면 그날 이용권이 매진될 정도다.

구절리역 바로 옆에 넓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었다. 역 내부로 들어가 보니 기차표를 팔던 매표창구에서 레일바이크 티켓을 팔고 있었다. 창구에는 ‘당일 매진’이라는 빨간 글귀가 크게 붙어있었다. 다행히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한 상태였다. 예약 없이 왔던 한 가족은 매진이라는 말에 크게 실망한 듯 뒤돌아섰다.

산책하기 좋은 구절리

플랫폼에는 레일바이크 위에 올라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자전거 앞뒤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진행요원의 지시에 따라 출발해야 한다.

▲ 구절리 여치카페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사람들은 철로 옆에 마련된 카페로 향했다. 무궁화호 열차 칸을 개조해 만든 카페 ‘여치의 꿈’이 인상적인 모습을 하고 서 있다. 암수 두 마리의 여치가 서로 포개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2층은 카페, 1층은 스파게티 식당이다. 카페에 올라서 창가에 자리를 잡으니 송천 물줄기와 강 건너편 산자락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시간 여유가 많다면 구절리 여행에 나서는 것도 좋다.

구절리는 노추산 등반의 시작점으로 레일바이크가 시작되기 전에는 주로 등산객들이 찾았다고 한다. 마을을 지나 길을 따라 걸으면 먼저 오장폭포가 나타난다. 산 위 절벽에서 곧장 계곡으로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가 이색적이다. 하얀 물줄기가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는 구렁이 같아 보였다.

철길 따라 강물 따라

노추산 등반은 다음으로 미루고 다시 구절리역으로 돌아왔다. 어느덧 예약시간이 가까이 다가 왔기 때문이다.

2인승 자전거 위에 앉아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우리 뒤에는 한 가족이 왔는데 4인승에 아빠와 딸은 앞에, 엄마와 아들은 뒤에 앉아 출발 전부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윽고 출발. 강철로 만들어 자전거가 꽤 무거워 보였는데 페달 밟기는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우리 뒤에 오던 가족도 아빠 혼자서 밟는 데도 속도가 어느 정도 유지됐다. 맨처음 나타난 짧은 터널을 지나자 침엽수가 빽빽한 곳이 나왔다. 나무 그늘인 데다가 공기까지 상쾌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조금 더 달리자 이번에는 철교를 건넌다. 다리 아래 물 맑은 송천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강물 따라 철로가 놓여있어 주변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강물은 흐르고, 자전거는 달리고, 주변 풍경도 자전거 속도에 맞춰 흐르는 듯하다.

총 구간 중에 두 군데 간이역처럼 생긴 곳에 자전거를 멈추고 쉴 수 있게 해 놓았다. 목이 말랐는데 매점이 있어 시원한 음료수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미처 준비를 못했는데 다른 가족들은 물과 과일 같은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겨서 자전거를 달리면서 먹기도 했다.

쉼터를 지나 다시 출발. 평화로운 농촌 마을을 지나 제법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다시 철교가 이어진다. 마지막 철교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곳이 아우라지. 이제 종착역에 거의 다 온 셈이다. 50분 정도 걸렸는데 실제로는 훨씬 짧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아쉬운 눈치들이다.

레일바이크 이용자들을 위해 구절리와 아우라지 사이를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구절리로 되돌아왔다. 차를 타고 아우라지로 나오는데 철로 위에 사람들이 보인다. 다시 한 번 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가는 길에 아우라지 유적지에도 들렀다.

정선아리랑의 발상지로 알려진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이 한데 만나 어우러지는 곳이다. 옛날 나무를 가득 싣고 한양으로 떠나던 뗏목이 여기서 처음 출발했다고 한다.

강물이 만나는 지점에 여송정이라는 정자와 아우라지 처녀상이 서 있다. 강에는 옛날 방식 그대로 줄을 잡아 당겨서 배를 움직이는 줄배가 있었는데 마침 강 건너편에 있어서 탈 수는 없었다. 줄배는 여행자들이 한 번씩 탈 뿐이지 마을 사람들은 이제 다리를 이용해 강을 건너다닌다.

체험정보

레일바이크 : 2인용 1만5,000원, 4인용 2만원. 아우라지역~구절리역 무료 셔틀버스 운행. 인터넷 예약은 KTX관광레저 홈페이지(www.ktx21.com) 이용. 033-563-8787

준비물 : 햇빛을 막아줄 모자나 양산을 준비하고 카메라를 챙긴다. 달리는 중에도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물이나 음료수도 가져갈 것.

찾아가기 : 영동고속도로 진부IC로 나와 59번 국도를 타고 정선 방면으로 간다. 정선읍에 못 미쳐 나전에서 42번 국도를 따라 여량(아우라지)을 지나 구절리까지 들어간다.




글·사진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