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를 쏴라

'연극계의 김태희 떴다!'

최근 극단 자유의 창단 40주년 기념극 '따라지의 향연'이 무대에 오르면서 다소 호들갑스러운 타이틀로 주목받는 연극배우가 한 명 등장했다. 바로 서울대 출신이자 47회 사법고시 합격생 김지희 씨.

연기도 제법 잘하고 마스크도 좋은데 무엇보다 '법률적 지식까지 갖춘 미인'이라는 점이 매스컴의 관심을 끈 이유다.

일찍이 '법률적 지식을 지닌 미녀'는 리즈 위더스푼의 영화 '금발이 너무해'에서 등장한 바 있다. 이 영화는 원제를 상업적으로 잘 바꾼 영화제목으로도 유명한데 원제가 바로 'Legally blonde", 즉 '법률적 지식이 있는 금발, 똑똑한 금발'이다.

영화에서 리즈 위더스푼은 멍청한 금발이라는 통념을 깨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승승장구하며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금발 미녀의 이상적인 여성상을 연기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할리우드의 Legally Blonde는 누구일까? 배우의 풀(Pool)이 넓은 할리우드에 사실 학벌 좋은 배우들이 널리고 널렸지만, 굳이 꼽아보자면 호주출신 배우 포샤 드 로시가 'Legally Blonde Beauty'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배우라 할 수 있다.

포샤 드 로시는 호주의 맬버른 대학교 법학과 출신이다. 대학시절 영화감독 눈에 띄어 스크린에 데뷔를 하게 되면서 변호사의 꿈은 접게 된다. 이후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드라마 '앨리 맥빌'에서 냉철한 변호사 넬리 역을 맡으면서 그 꿈을 이룬다. 그리고 크리스찬 슬레이터와 함께 영화 '다이아몬드를 쏴라'에 출연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힌다.

스크린에서도 그녀의 선택은 현명했다. 탄탄한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액션답지 않은 퓨전 액션을 시도한 영화 '다이아몬드...'는 이지적인 그녀의 이미지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크리스 베르윌 감독의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독특한 이야기 전개로 관객들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야기는 주인공 핀치(크라스찬 슬레이터)와 그를 죽이려는 킬러 사이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핀치는 킬러에게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핀치는 다이아몬드를 훔친 혐의로 체포된 마술사 미카와 함께 마술을 이용한 교묘한 방법으로 탈옥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신분증을 위조한 후 미카의 딸 테스(포샤 드 로시)를 만나게 되지만 갑작스러운 마피아의 습격으로 미카가 살해된다. 하필 핀치가 위조한 신분증이 마피아의 추격을 받던 클레티스 타우트라는 남자의 것이었던 것.

타우트는 마피아 아들이 창녀를 살해하는 장면을 찍은 후 마피아를 협박하다가 살해당한 자다. 위조 신분증으로 졸지에 마피아의 표적이 된 핀치는 마피아에 ?기랴 경찰에 잡히랴 전전긍긍하면서 테스와 함께 미카가 숨겨둔 다이아몬드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설상가상 다이아몬드가 한 교도소 마당에 숨겨져 있을 줄이야.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핀치는 마피아로부터 보호받겠다는 핑계로 제 발로 교도소로 들어가고 이 정신나간 클레티스 타우트가 누구인지에 대해 경찰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영화의 원제가 'Who is Cletis Tout'인 모양이다)

하지만 테스와 핀처는 재치있게 다이아몬드를 빼돌리고 이들의 무용담을 전해들은 킬러는 되레 이들의 사랑의 메신저를 자처하며 영화는 로맨스로 막을 내린다.

그런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도대체 왜 영화제목이 '다이아몬드를 쏴라'인지는 알 길이 없다. 영화와 무관하게 제멋대로 제목짓기에 능한 우리나라 홍보사들의 작품인가 본데 헛다리를 짚어도 제대로 짚었다.

이 영화는 사실 단순한 액션보다는 기발한 발상과 상황이 묘미인 한 편의 '울트라 퓨전 코믹 액션 드라마(?)'다.

똑똑한 배우가 출연한 독특한 영화 '다이아몬드···'. 하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못해서일까 포샤 드 로시는 차기작에서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다만 인기 토크쇼 진행자 디재너러스의 동성 애인으로 더욱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서울대 출신의 모 여배우 역시 현재 연기 대신 스캔들로 더욱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을 보면 스타는 엉뚱한 곳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아닌가 싶다.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